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XXX-XYY

2008.03.01 00:21

Bolp. 조회 수:574 추천:1

extra_vars1 폭염-2 
extra_vars2
extra_vars3 2480-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최경은, 그래. 그날이후로 도통 정신이 없었다. 폭염에 기운이 빠지는것도, 땀이 빠지는것도, 주머니에서 돈이 빠지는것도 몰랐다. 그저 멍할 뿐이었다. 장마철에 만난 수진이라는 여자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음은 심히도 뻔한 것이었고 그 역시 부정하지는 않았다.


 


 신비한 여자였다. 괴물같은 그에게 선뜻 다가선 사람은 그녀가 거의 유일하다싶이했었다. 그러니 최경이 흔들리는 것은 당였했다. 이때까지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 본 적 없는 최경에게 갑작스레 나타난, 그것도 초 절정에 달하는 미녀와의 인연이니 그럴만도 했다.


 


 그 후론 일도 제대로 잡히질 않았다. 일이라고 해봤자 가만히 앉아있다 출동하는게 다였지만, 그정도 일을 하는 것도 버벅댈 만큼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평소에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창가의 여자들도 어째선지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는것이 뭔가 씌여도 단단히 씌인 보양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사창가에 즐비한 가게의 사장들은 혹시 무슨일이 있나 싶어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새벽에 그를 따로 불러내었다. 꽤나 비싸보이는 듯한 양주집이어서 최경은 머뭇거렸지만, 레드카펫의 주인이 억지로 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은 최경을 앉힌 후 그의 주위로 사장들이 빙 둘러 앉아 발렌타인 21년산 몇 병을 주문했고, 술이 오는 대로 급하게 한잔을 가득 체워 최경에게 건낸 후 사장들도 한잔씩을 들었다. 그러나 누구도 먼저 컵을 기울이진 않았다.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최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최경은 한 컵을 쭈욱 들이킨 후 사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이런곳 까지 대려와서는……."


 


 최경은 도무지 분위기에 적응이 안되는지 주변을 한 번 훑어본 후 말했다. 그에 사장들은 다시 한번 서로서로 눈치를 보다가 레드카펫의 사장이 헛 기침을 몇번 한 후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총각, 아니. 경 자네가 말야, 최근들어 영 시원찮아서 말이지……. 아아, 일 하는게 그렇다는게 아니고, 뭐랄까…, 의욕이 없다고 해야하나, 생기가 없다고 해야하나……. 그래, 영 기운이 없어 보여서 말야. 무슨일 있어?"


 


 그 말에 최경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래쑈다. 기운이 없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수진이라는 여자가 죄다 빨아먹어서 머릿속에 그녀밖에 남지 않은데다가 이제는 몸까지 잠아 먹으려 드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말하자니 그것도 그랬다. 남녀간에 생긴 감정에 대한거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것이 당연했다.


 


 이러저러하게 생각을 하던 최경은 양주를 연거푸 두어컵 정도 들이킨 후에 숨을 길게 내 뱉었다. 맨 정신으로는 말할 수 없었는지 술기운을 빌리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듯 했다.


 


 "그, 그러니까 말이죠……."


 


 술때문인지, 아니면 창피해서인지 최경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에 사장들은 조금씩 최경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여, 여자 문젠데……."


 


 말했다. 그 말에 장내가 일순간 정적에 휩쌓였다가, 이네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그에 최경은 얼굴을 더욱 붉혔고, 그건 사장들의 배꼽을 한 번 더 건드리는 꼴이 되버렸다. 천하의 총각씨가 여자문제라니, 하고 놀리듯 비꼼에 최경은 양주를 한잔 더 들이켰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사장들은 조금씩 진정을 하며 다시 자리를 잡았다. 웃을만큼 실컷 웃었으니 이제 최경의 고민을 들어줄 차례였음을 눈빛으로 교환했다.


 


 분위기가 한층 잠잠해 지자 레드카펫의 사장은 다시 최경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직설적이지 않고, 최경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넌지시.


 


 "그래, 문제라니? 어떤거야? 우리가 이런일에 종사하니까, 도움이 될거야. 털어놔봐."


 


 최경은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눈매에 담았으나 사뭇 진지해진 그드르이 표정에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녀를 만난건 지난 장마때였어요. 장마때, 비를 피하려고 갔던 카페에 단골 손님이었는데, 음… 예쁜 여자였어요. 그리고 거기서 커피를 마시고, 같이 비를 맞으면서 걸었는데, 그날부턴가, 몸이 좀 안좋더라구요. 힘도 없고, 의욕도 없고……. 처음엔 그냥 비를 맞아서 감기에 걸린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몸은 멀쩡해요. 제가 건강 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는데.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없는 거에요. 정말 이상했어요. 이유도 없이 이렇다니. 무슨 희귀병인가 하고 병원에 가볼까 했지만, 두려웠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최경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 여자의 얘기는 없고 자신이 어떻게 된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설정과 망상에 관한 쓰잘데기 없는 말들이 대부분이었고 그걸 듣고있는 사장들은 단번에 상사병이라고 단정지었다. 그건 누가봐도 상사병이었다. 문제는 그 빌어먹을 상사병이란게 하필이면 사랑이라곤 해 본 적도 없는 최경이라는 덩치가 산만하게 크고 순진한 남자에게 걸렸다는 점이었다. 보통의 경우, 그녀를 사랑한다는걸 깨닫고 고백을 하든, 포기를 하든, 하겠지만 이 남자는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니 그게 더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사장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눈빛을 주고 받았다. 상사병이야. 그래, 확실해. 어쩌지? 가르쳐 줘? 그만둬. 일이 더 꼬일걸? 그래도 저렇게 멍한 모습 보니까 그렇잖아? 하긴. 저 착한 순둥이가 저러고 있으면 좀 그렇지. 일단 가르쳐 주고, 우리가 손좀 써 주자고. 그래그래. 그게 좋겠어.


 


 그렇게 합의를 봤다.


 


 "그리고 그게……."


 "잠깐. 그만해, 이친구야. 그만두라고. 자네가 어떤병에 걸렸는지 알겠어."


 


 그 말에 최경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레드카펫의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게 시히 부담스러웠지만 사장은 말을이었다.


 


 "자네가 걸린 병은 상사병이란 거야."


 "상사병?"


 "그래, 상사병. 누굴 좋아하게 되면 생기는 병인데, 자넨 딱 그꼴이야."


 


 그에 최경은 쓴웃음을 흘렸다. 그럴리가 없었다. 그는 사랑이란걸 해 본 적도 없고, 받아본 적도 없으니까.


 


 "에이, 그럴리가요."


 "어허? 이친구보게. 이봐, 솔직히 자네 사랑 해 본적 없지?"


 


 고개를 끄덕.


 


 "그것 보라구. 이때까지 한 번도 이런적이 없었으니까 큰병처럼 느껴지는것 뿐이야. 확실해."


 


 그말을 들어보니 그런것도 같았다. 그녀를 사랑한다. 아마도 그럴것 같았다.


 


 "그래, 인정하라구. 그런데, 그 여자 신상정보가 어떻게 되?"


 "네? 그런건 왜……?"


 "그걸 알아야 우리가 어떻게 어드바이스를 해 줄거 아냐.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성격이고, 그런걸 알아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선물을 주고 그런걸 알지."


 


 그럴싸 했다.


 


 최경은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나 이름이랑 생김새 말고는 아는것이 아무도 없었다. 성격> 그,래, 좀 쾌활한것 같기는 했지만, 확실치는 않다. 한 번 본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는것이었다.


 


 "음... 그러니까, 생긴건 예쁘고."


 "어떻게 예쁜데?"


 "엄청요. 그리고 키는 좀작은거 같아요. 제 어깨에도 못미치는것 같던데."


 "그건 자네가 큰거야."


 "그런가요? 그리고 성격은 좀 쾌활한것 같아요."


 "흠. 그리고?"


 "예?"


 "그게 다야?"


 "네."


 


 사장들은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보가 부족하다못해 완전히 바닷물에서 강물찾는 격이었다. 분위기를 눈치채곤 최경은 양주를 한잔 들이켰다. 폭염처럼 뜨거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8 엄마의 휴대폰 [2] ?ookie 2008.03.28 723
757 [단편] 이건 아니다. [4] Bolp. 2008.03.06 588
» XXX-XYY Bolp. 2008.03.01 574
755 XXX-XYY Bolp. 2008.02.26 639
754 (단편)어느 여가수의 이야기 (Remake Version) [1] LiTaNia 2008.02.25 587
753 XXX-XYY Bolp. 2008.02.23 585
752 XXX-XYY Bolp. 2008.02.22 717
751 XXX-XYY Bolp. 2008.02.22 595
750 잃어버린 우리의 이상향 [2] 소엽 2008.02.14 861
749 [단편] 21세기 판초 (상) [1] 마일 2008.02.13 705
748 [단편]죽이다 [3] 과자 2008.02.12 666
747 저격수 - 4화 34.6 2008.02.03 652
746 20Th 유년시대 file 흑룡 2008.02.02 542
745 Memory_남매라는이름으로 유이 2008.02.01 611
744 저격수 - 3화 [1] 34.6 2008.02.01 560
743 [단편]MonoDrama - 여름거미 2008.01.30 617
742 동화 - 피노키오의 거짓말 재티s 2008.01.29 581
741 내가 있다.이곳은...(1) [2] 푸른물꽃 2008.01.26 565
740 내가 있다.이곳은...(프롤로그) 푸른물꽃 2008.01.26 497
739 저격수 - 2화 [1] 34.6 2008.01.24 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