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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XXX-XYY

2008.02.26 08:31

Bolp. 조회 수:639 추천:1

extra_vars1 폭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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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그쳤다. 그와함께 더위도 한푹 꺾이는가 싶더니 이내 폭염처럼 타올랐다. 그러나 수진은 그렇게 짜증이 나지 않았다. 왠지 신비한 인연을 만난듯한 느낌에 아직도 소풍가기 전날밤의 어린애마냥 들떠있었고, '커피까지는 몰라도 이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사양하겠습니다' 라는 묵직한 목소리는 아직도 그녀의 귀에 맴돌고있었다. 이때까지 상대해온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름이 분명했다.


 


 그 후 집에 돌아온 수진은 상사병에 걸린것 마냥 온 종일 최경의 생각 뿐이었다. 좋아한다기 보단 그런 남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업소용 짙은 화장이 아닌,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되는 메이크업에, 가장 잘 받는 옷을 입고, 거기다가 홀딱 젖어있는 모습을 보고도 꿈쩍도 않는 돌부처라니. 있을 수 없는 생물이었다.


 


 "아, 어떡해……."


 


 수진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렸다. 며칠전, 그 폭우속을 걸어 들린 대리점에서 커플요금제로 둘이 셋트로 맞출 생각이었던 휴대폰은 결국 '장난이었어요' 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넘어가 버렸다. 사실은 정말 그러고 싶었으나 최경이 너무 단호하게 나오는 바람에 조금 골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에 최경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내심 진지했던 모양이었다. 수진은 셋트 휴대폰은 포기해야 했지만 그의 그런 반응을 봤으니 됐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 선택은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수진은 쓰던 휴대폰을  AS맏겨놓고 그와 대리점을 나왔다. 그리곤 별 말 없이 둘이서 폭우속을 걸었다.


 


 그걸로 끝. 당연하게도 그 후론 그와 마주칠 일이 없었다. 어디에 사는지 모르니 찾아갈 수도 없었고 연락처도 모르니 불러낼 수도 없었다. 그저 운 좋게 다시 한 번 마주치기를 기다리는것 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불가능은 아닌게 다행이라며 수진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시간은 서서히 흘러 주위가 살짝 푸르러 질 때가 되었고, 수진은 가벼운 옷차림에  NY 가 쓰여진 야구모자를 풀 눌러쓰고 등에는 수진과는 약간 안어울려 보이는 투박한 검은색 가방을 매고는 집을 나섰다. 이틀에 한 번 학원 저녁 강의가 있어 그것을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가볍게 토스트 하나를 먹고 수업을 들은 후 앞시간과 뒷시간 사이 쉬는 시간에 나와 저녁을 먹고 나서 나머지 수업을 들으면 끝. 그 사이에 전화가 오면 일을 하러 가야했고 없으면 그대로 일과가 끝이었다.


 


 "흐음~. 하. 지난번에 들은거 모르겠던데, 설명해 주실까몰라."


 


 수진은 슬쩍 휴대폰을 열어본다. 당연히 최경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수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덮었다. 아무리 봐도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의 자세는 아니었다.


 


 그렇게 걸어 학원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다다랐다. 거리에는 온갖 학원들의 네온간판들과 학원가 주위에 널려있는 분식점과 포장마차들로 뒤덮여있었다. 수진은 그중에서 조금 후미진 곳에 위치한,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위치한 한 포장마차의 단골이었다. 가격은 다른곳과 다르지 않지만 양이 푸짐했고 무었보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토스트 하나를 주문해 놓고 튀김을 하나 집어 들었다. 살찌는 지름길이지만, 수진에겐 별로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게 튀김을 3개쯤 곱씹었을 때 토스트는 완성되었고 수진은 돈을 지물한 후 어묵 국물 한잔을 떠 마시고 토스트와 함께 학원으로 향했다.


 


 수진이 다니는 학원은 그 학원가에서도 한다하는 이름난 곳으로, 수강생이 상상초월이라 일찍 자리를 잡지 않으면 좋은자리는 포기해야하지만 수진의 경우는 달랐다. 극성인 남자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수진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커피 한잔과 함께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매사였고 가끔가끔 여자들이 얼굴을 붉히며 옆자리 잡아 놨다고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덕분에 수진은 편하게 좋은 자리를 잡았고 힘들게 와서 자리를 잡은 다른 여학우들의 시기를 사기도 했다.


 


 한번은 보다못한 여학우들이 서로 짜고 강의 2시간 전 부터 모두 와서 앞자리를 꽤 차고 앚아 있었던 적이 있다. 그날은 강사는 물론이요, 여학우들일 비롯하여 남학우까지 모두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남자들과 수진은 뒤에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느라 수업을 듣지 않았고 여자들은 그 잡담소리가 거슬려서 수업을 못 듣고 강사는 남학생들이 부러워서 수업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그런 유치찬란한 짓도 못해먹을 짓이라고 판단한 여학우들은 다시는 그런짓을 하지 않았고 명당석은 자연스레 수진에게로 돌아왔다.


 


 오늘도 역시나 누군가가 수진 대신에 자리를 잡아두고 있었다. 학원에서 알아준다는 미남으로 이름은 강이남. 집안도 좋은집안이었으며 수진과 비교하면 심하게 꿀리는 녀석이었다. 그럼에도 그 자신은 보통사람의 기준으로 잘생기고 돈 많다는 생각 하에 수진에게 찝쩍대고 있었고 다른 남학우들은 그와 비교하면 꿀린다는 생각에 어떻게 대시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안녕?"


 "어, 안녕."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오늘은 더 예쁜거 같은데? 그 모자만 빼면 말야. 모자때문에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잖아."


 


 역겨운 소리를 참 잘도 내뱉는다. 수진 역시 그렇게 생각 했음이 분명하나 손님들을 접대해온 그녀로써 이정도 쯤은 가볍게 받아줄 수 있었다.


 


 "모자가 뭐 어때서? 난 좋기만 한데? 너랑은 왜 항상 뭐가 잘 안맞냐."


 


 그렇게 한방 먹여준다. 그는 아차, 하며 이리저리 또 이갸기 붗여볼 거리를 생각하기 바쁘다. 그러나 수진의 입장에선 항상 그가 말하는 것과 속성이 나른 쪽으로 말해 주면 끝이다. 항상 말 거는 쪽은 이남쪽이니 일이 엇갈릴 일은 없었다. 가끔가끔 관심을 확 끊지 않게끔 동조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수업은 시작했다. 수진의 공책이 필기로 체워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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