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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단편)어느 여가수의 이야기 (Remake Version)

2008.02.25 22:13

LiTaNia 조회 수:58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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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전에 '어느 여가수의 비극'이라는 이름으로 쓴 글을, 제가 쓴 A Tale That Wasn't Right에 세계관을 맞춰서 살을 더 붙이고 리메이크한 글입니다. **
**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인명, 단체명 등의 고유명사는 픽션으로, 실제 고유명사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리듬게임 이름은 실제 이름을 사용하긴 했지만, 역시 그 실제 리듬게임과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종 차트를 휩쓰는 3인조 여성 그룹이 있었다.


그 그룹의 이름은 '프레이아'


데뷔했을 때부터 '노래를 잘 하는 그룹'이라는 칭찬을 들었던 그룹이었다.


"역시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해"
"허접하게 섹시컨셉으로 승부하는 댄스그룹보다 훨씬 낫다"
"노래 좋아요 누나들"
"프레이아 파이팅"
"외모 노래 뮤직비디오 이 3박자를 다 갖춘 그룹이다"


물론 이들의 노래만 좋다는 평을 듣는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인기 연예인들을 데려다가 스케일을 엄청 크게 찍어놔서 뮤직비디오 또한 사랑받고 있다.


프레이아의 멤버는 리드보컬 '윤지영' 그리고 서브보컬 '안혜련' '조윤경' 이렇게 3명이 있다. 혜련과 윤경은 지영보다 1살이 적다. 이들은 막 2집 활동을 끝냈다.


"언니! 이번 앨범도 대박났어"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많이 들어주니까 좋아"
"멜롱, 쥬스온 등에도 우리 노래가 1위로 올라왔어"


혜련과 윤경은 기뻐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지영도 겉으로는 웃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지영의 표정에는 그림자가 가득했다.


'아냐.. 내가 하고 싶은건 이런 노래가 아닌데.'


지영은 컴퓨터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유료 MP3 사이트 '멜롱'에서 자신의 그룹 '프레이아' 노래에 달린 평을 보았다.


'애절하고 좋아요'
'국민가수로서 손색이 없어요'
'감정이입이 잘 되어요'
'노래방가서 프레이아 언니들 노래 꼭 부를께요'


그리고 그런 칭찬평 중간중간에 숨어있는..


'또 똑같은 노래다'
'이제 지겹다'


라는 글들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프레이아가 하는 노래 스타일은 '미디엄 템포 발라드'이다. 인기 그룹 'GS원넓이'가 이런 노래로 히트를 친 뒤로, 상당수의 가수들이 이 장르로 나가고 있다. 이른바 '소몰이'로 불리는 흐느끼는 창법에.. 전혀 밝지 않은 슬픈 멜로디에 이별얘기 가사.


그래서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은 감정이입이 잘 된다고 좋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런 노래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들은 여전히 롱런을 하고 있다. '프레이아'도 이런 노래를 하는 그룹으로서, 인기를 많이 끌긴 했지만 프레이아의 리드보컬 지영은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지가 않았다.


"이런 노래.. 내가 부르고 싶어서 부르는게 아닌데."


지영도 엄연히 소속사에 소속된 가수로서, 소속사에서 주는 노래를 그냥 어쩔 수 없이 받아먹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새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그런 말을 몇년째 반복하며.


그리고, 한 선배가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한민국의 음악을 포함한 문화계가 오래지 않아서 다 죽는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애들을 이런식으로 교육하면 싹도 안날 것 같다. 그래서 망할 것이다. 즐겁게"
"음악계의 상품논리는 이런식으로 해서 지금?물론 망해가고 있지만, 한번 쫄딱 망하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 땅이 다 썩은 다음에 싹들이 하나둘 날 것 같다. 저희는 그때까지 계속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딱 프레이아의 모습이었다.


트렌드라고 하지만, 몇 년째 그대로 끌고가는 스타일.. 지영 또한 그런 글을 보면서 속앓이를 많이 했다.


지영은 그런 한 편, '프레이아'로서의 이름이 아닌, 지영 혼자서 다른 뮤지션들의 노래 작업을 도와줬다.


힙합뮤지션 '에픽로우'의 타이틀곡에도 참여했고..
인기 온라인 리듬게임 'DJMAX'에도 참여해서 노래를 불렀고..
전자음악 뮤지션 '캐스터'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해서 노래를 도와줬다.


그리고 지영이 '프레이아'가 아닌 개인으로서 타 뮤지션의 곡을 도와줬을 때, 그 노래들를 들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거 정말 '프레이아'의 지영 맞아요?'
'지영누나 이런 모습일 줄이야'
'지영누나 정말 '프레이아'에 있기에는 안타깝다'


그렇다. '프레이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지영이 부르고 싶었던 창법으로 불렀었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프레이아의 소속사 사장은 프레이아 멤버인 지영, 혜련, 윤경을 부른 뒤에, 새로운 노래 MR(목소리가 들어있지 않고 반주만 있는 것)을 틀어줬다.


"이것이 이번에 새로 낼 디지털 싱글이니까, 열심히 불러. 조용수씨한테 특별히 프레이아한테 줄 거니까 잘 부탁해달라고 했으니까."


조용수는 미디엄템포를 전문으로 작곡하는 작곡가다. GS원넓이를 시작으로 조용수가 작곡한 곡들은 언제나 그 노래가 그 노래였다. 그리고 이번에 프레이아의 디지털 싱글이라고 들려준 노래 역시 미디엄템포였다.


또다시 '똑같은 노래만 부르지'라는 악플을 들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나... 아무리 이 소속사에 있다지만, 정말 이런 것들을 계속 불러야 해?'


지영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멤버인 혜련과 윤경에게는 말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얼마 후에 멜롱, 쥬스온 등의 유료 MP3 사이트에는


'프레이아의 디지털 싱글 곧 출시예정'


이라는 문구가 뜨고, 홍보용 문구로


'새 노래는 이전 곡들과는 차별화된 미디엄템포로, 프레이아만의 색깔은 여전하지만 다른 보컬그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히트 제조기' 작곡가 조용수씨가 작곡한 애절한 멜로디로..'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보다 못한 지영은, 컴퓨터를 켜서 프레이아의 팬카페로 들어갔다.


"지영언니, 뭐해?"
"혜련아, 윤경아, 잠깐 좀 나가있어봐. 언니 좀 심각해."


혜련과 윤경이 방 밖으로 나간 뒤에, 지영은 글을 적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함께하는 프레이아의 리드보컬 윤지영입니다.


디지털싱글이 이제 내일이면 나오는데요, 제 솔직한 심정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사실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판에 박힌 미디엄템포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소속사에서 미디엄템포만 주고 '이런 노래를 불러야 뜬다'라고 해서 부른 거였어요.


물론 덕분에 여러분들같은 팬이 생겼구요.


하지만, 맨날 똑같은 노래만 부른다는 욕을 먹을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


제 자신도.. 이 '미디엄 템포'에 질렸구요.


제가 에픽로우, 캐스터, DJMAX 등에 참여한 것도 제가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참여한 것이었어요.


판에 박힌 '미디엄 템포'가 아니라요..


팬 여러분, 죄송하구요..
----


글을 쓰고 있는 도중, 소속사 사장이 들어왔다.


"지영아, 뭐해?"
"사장님,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영은 급히 마우스 버튼을 클릭했다. 모니터에는 지영이 쓰다 만 글이 올라와있었고,


"윤지영, 너 정신이 있는거야? 프레이아로 활동하기 싫은 거지?"


그러나 지영의 표정은 단호했다.
지영이 프레이아로서 계속 불러왔지만, 지영 자신도 질려했던 미디엄템포 곡을 또다시 디지털싱글이란답시고 줬으니 지영의 기분이 좋을 리가 있는가.


"혜련이와 윤경이한테 미안하지만, 저 이?노래 부르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 GS원넓이와의 조인트 프로젝트도 준비했는데, 너 때문에 다 말아먹자는거야?"
"도대체 왜 이 질리는 노래를 계속 불러야 하죠?"
"이것이!"


결국 소속사 사장은 지영에게 손찌검을 날렸던 것이다.


"꺄악!"


지영의 비명으로, 혜련과 윤경이 소리를 들었지만, 이미 지영이 있는 방은 잠겨버렸다.


"언니, 무슨일인데 문이 잠겨있어?"


그러나 그 소리는 지영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돈을 벌어봐야 저희한테는 얼마 있지도 않고, 다 이 소속사 돌아가는 돈으로만 나가잖아요."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런 실랑이가 계속 되자, 지영은 결국 소속사인 엔넷미디어를 뛰쳐나가버렸다.


"이런 곳 따위, 이제 있고 싶지도 않아요!"


소속사 사장은, 떠나가는 지영을 붙잡지는 않았다.


'그래, 나가보라지. 나중에 계약 위반으로 소송걸어서 돈은 다 챙기면 되고, 새로 오디션 본 신인들은 많으니까, 그 신인으로 프레이아를 채우면 되고, 여기서 나가면 돈도 없고 활동할 곳도 없는데 누가 받아줘?'


그리고, 사장은 지영이 프레이아 팬카페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아직 지영의 아이디로 로그인 된 상태였기 때문에 삭제는 쉬웠다.


얼마 안 있어서 프레이아 팬카페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
안녕하십니까. 엔넷미디어입니다.


프레이아의 리드보컬 윤지영이 멤버와의 불화로 그룹을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영은 연락이 완전히 끊겨있는 상태라서 연락이 불가능합니다...(이하 생략)
---


그 다음 날, 결국 프레이아의 새 디지털 싱글은 발표가 되었다. 지영이 '프레이아'라는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그러나,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목소리가 더 슬퍼 보였던..


당연하겠지만 프레이아를 좋아하는 기존 팬들은 여전히 노래를 좋아했고, 온라인 MP3사이트에서 인기순위가 단순에 급상승했다.


하지만, 떠나간 지영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더이상 있을 곳이 없는 것이었다. 이메일과 휴대폰을 소속사에서 관리해서 아는 뮤지션들과의 연락도 끊겨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프레이아에는 발빠르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새 멤버 '박은지'가 들어왔다. 은지는 지영의 뒤를 보란 듯이 잇겠다는듯이 각종 음악 프로에서 지영의 파트를 아무 문제 없이 소화해냈다.


혜련과 윤경은 새 멤버 은지랑은 아무래도 호흡이 맞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역시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던 지영이 떠나가서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은지의 창법은 프레이아 소속사 엔넷미디어에서 원했던 것이었고, 혜련과 윤경도 은지랑 호흡이 맞아가서, 결국, 떠나간 지영만 비참하게 되었고, '프레이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잘 돌아가고 있었다.


DJMAX의 음악 프로듀서 Ferte Escope는 지영의 연락처로 연락을 해 봤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영이 얘 연락두절되었다더니, 정말이네.."


휴대폰을 소속사가 관리해서 지영이 연락이 안되었던 것일뿐이었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왜 부르지 못하게 하는 걸까.."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지영. 그녀는 그녀가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로봇처럼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프레이아라는 그룹은 이미 박은지가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지영은 자신의 위치가 잃어버리면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기계 부속품의 하나와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윤지영을 좋아한다. 윤지영이 노래 하나는 상당히 잘 부르기에 윤지영의 노래를 '프레이아의 목소리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윤지영 자신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싫증'을 내고 있다.


지금의 윤지영으로서는 아무런 힘도 없는 상태였기에 그저 울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영의 앞에 나타난 것은..


"지영언니!"


지영의 사촌동생, 나래였다. 지영보다 6살인가 어린, 아직은 많이 철이 없는 중2소녀였다. 어렸을 적에 '이호진'이라는 1살 많은 오빠랑 친하게 지냈다고 하는데, 그 오빠가 다른 곳으로 전학가고 나서 많이 우울한 모습이었다는것 같다. 지영이 프레이아로 데뷔한 뒤로 나래의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래야, 오랜만이야.."
"지영언니. 얘기 들었어. 프레이아 탈퇴했다면서.. 무슨 일 있었어?"
"후.. 일단 좀 배고프니까 밥 좀 먹으러 가야겠는데, 나래도 같이 갈래?"
"응! 마침 나래도 배가 고팠는데 말야."


지영은 나래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침 식당에는 TV가 나오고 있었는데, TV에는 음악방송 '엔넷'이 나오고 있었고, 오늘도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노래는 프레이아의 이번 디지털 싱글이자, 지영이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인 '지우려 하려 해도'가 나오고 있었다. 이 노래도 어김없이 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슬픈 노래에 맞는 슬픈 뮤직비디오였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프레이아입니다."


프레이아의 멤버들이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 멤버 박은지가 나와서..


"프레이아의 새 리드보컬인 박은지입니다. 윤지영씨가 프레이아를 탈퇴해서 가슴이 아픈데요. 제가 윤지영씨를 대신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많이 노력할께요." 라고 자신의 소개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저것을 보고 있는 지영.


"역시.. 그런것이었구나.."


표정이 변해있었다.


"왜, 언니?"
"처음부터 프레이아라는 그룹은 음악성보다는 소속사가 원하는 방향으로밖에 나갈 수 없었던 그룹이었어. 앨범의 몇몇 노래들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멤버들과 함께 불렀지만.. 소속사는 그런 것은 안밀어주고 흔해빠진 미디엄템포 곡들만 밀어줬지."
"그랬구나.. 방송에 프레이아 노래 중에 미디엄템포만 나왔던 이유가."
"그래서 지금 리드보컬인 내가 탈퇴를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렇게 잘 되어 가는 거야.."


그러면서 지영은 자신의 자초지종을 나래한테 털어놓았다.


프레이아에 있었던 동안 자신이 원하는 노래가 아닌 소속사 엔넷미디어에서 시키는 양산형 미디엄템포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그런 소속사에서 나온 뒤로 자신은 모든 것을 빼앗겼으며 다만 소속사의 도구이자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나래한테 하면서, 지영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면 정말 안 되는 거였어? 나.. 지금 다 빼앗겨서 아무것도 없어."
"언니.. 울지 마. 나래가.. 언니 도와줄 수 있는대로 많이 도와줄께."
"어떻..게?"
"한번.. Tomorrow Perfume Radio에 올려본다던가."


Tomorrow Perfume Radio는 리타니아라는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네티즌의 사연을 받아서 하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다. 이 방송으로 CJ인 리타니아가 전하는 네티즌들의 사연들에 대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Tomorrow Perfume Radio라.. 그거 하는 분이 내 얘기.. 들어줄까?"
"얘기 들어보니까 그 리타니아라는 분은 프레이아는 별로 안 좋아하나봐. 하지만 단지 소몰이 미디엄템포라서 안 좋아하는 거래. 아마 이 방송으로 언니 진실 올리면 그분도 믿어줄거야. 나래도 그 방송 많이 들어봤으니까."
"하긴.. 나도 그분.. 왜 그런지 이해해. 나부터가 소몰이 미디엄템포를 부르기 싫으니까."


방송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던 지영을 달래주는 나래.


"그리고.. 나래 친구중에 인터넷 잘하는 친구가 있어. 정다솜이라고.. 전학가고나서 사귄 친구인데."
"전학? 어쩐지 나래가.. 여기 있을리가 없는데 있어서."
"나래는 지금 호진오빠 사는 동네로 지금 전학왔는데.. 아직 호진오빠는 못 만났어. 그런데 다솜이한테 언니 얘기를 하면.. 도와줄거야."
"고마워.. 나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 호진오빠라는 사람과, 다시 잘 되기를 바래."
"응!"


이렇게 지영과 나래가 식당에서 밥먹으면서 대화를 하는 사이, 같은 시각, 방송이 끝나고 엔넷미디어의 연습실.


프레이아라는 그룹이 라이브를 많이 하는 그룹이라서 노래 연습은 필수이다.


"그대를 지우려 하려 해도~ 그대의 기억이 남을 수 밖에 없지만~"


'지우려 하려 해도'는 원래 지영이 마지막으로 녹음했던 노래였지만, 은지도 지영의 파트를 상당히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잠깐 쉬고 좀 있다 연습하자."


멤버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영언니.. 잘 지내고 있을까."
"맞아..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나버린 지영언니.. 보고싶어."
"어디로 떠난걸까."


혜련과 윤경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프레이아를 떠나버린 지영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 멤버인 은지는..


"윤지영 얘기는 그만 해. 걔는 더이상 프레이아가 아니야."
"으.. 은지언니?"
"이유야 어쨌든, 윤지영은 말도 없이 프레이아를 떠나버렸고, 우리가 '프레이아'라는 한 배를 탔으니까, 떠나가버린 윤지영 따위는 잊어버리고 프레이아가 계속 남을 수 있도록 활동을 하면 되는거야."
"윤지영 '따위'라니, 너무하는 거 아니예요?"


보다못한 혜련은, 은지가 하는 말에 발끈했다.


"혜련아. 참아."
"윤경아.. 윤경이는 지영언니 안보고싶어?"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


은지는 본래 프레이아 멤버들과 뭔가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뒤에 나래가 Tomorrow Perfume Radio에 지영과 관련된 사연을 올리고, 방송을 하는 CJ인 리타니아가 그 주 방송일에 Tomorrow Perfume Radio에 지영의 이야기가 나가게 된다.


"프레이아의 전 멤버 윤지영씨의 진실..에 대해서 올려주셨는데요, 네. 확실히 찌라시에서는 불화때문이라니 남자친구때문이라니 떠들고 있지만, 윤지영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현실이 미웠을 겁니다. 저도 프레이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윤지영의 가창력이 확실히 좋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언젠가 윤지영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날 방송이 네티즌들한테 미친 영향은 컸다. 리타니아가 윤지영빠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고, '윤지영이 그럴리가 없다' 라는 말도 많았고.. 심지어 엔넷미디어 당사자들의 방해로 그 날 한 방송은 결국 다시듣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윤지영은 DJMAX쪽 관계자, 특히 Ferte Escope와 다시 인연이 닿게 되었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윤지영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소식이 들리자 나래는 자신의 동네에, 나래의 친구인 다솜은 인터넷에 윤지영의 단독 콘서트를 알리게 되었는데.


심지어 게스트로 윤지영이 참여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캐스터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작 프레이아에서는 박은지와 기존 멤버들과의 불협화음이 유난히 심하게 팬들의 눈에 띄었다. 엔넷미디어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 지영은 콘서트를 대비해서 다시 열심히 노래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콘서트 당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윤지영의 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워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나래, 다솜, Ferte Escope 등은 지영의 이번 단독콘서트 개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 편에서는 엔넷미디어 관계자들이 이 콘서트를 미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프레이아까지 있었다.


"지영언니.. 콘서트가 잘 되기를.. 우리도 멀리서 바라보고 있어."
"이미 버려진 윤지영따위.. 그런데 왜 이렇게 팬들이 많은거야. 나.. 프레이아의 새 멤버 맞아? 사람들이 자꾸 프레이아하면 아직도 윤지영만 생각하고 있으니.. 윤지영은 버려졌고 이미 그 자리는 내가 채웠는데!"


그리고 드디어 무대 위에 다시 올라온 윤지영.


"반갑습니다, 프레이아의 윤지영입니다!"


하지만 윤지영이 무대로 올라오면서 알 수 없는 괴한들이 무대로 난입했다.


"감히.. 윤지영 너 따위가 프레이아의 리더였으면서 프레이아를 방해해?"


엔넷미디어에서 윤지영의 콘서트를 방해하기 위한 집단이었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대에 대학로에서는 다른 집회신고가 이미 된 상태였고, 즉 대학로에 전경, 의경들이 쫙 깔려있는 상태라 이들은 맥없이 내려와야만 했다.


엔넷미디어 관계자들도


"이러면 안되는데.."


라고 속삭이는 듯한 눈치였다.


윤지영이 자신의 DJMAX 노래를 부르고 나서, 프레이아 멤버인 혜련과 윤경이 새 멤버 은지를 남겨놓고 무대로 올라갔다. 윤지영 자신도 전혀 몰랐던 상황.


"혜련아, 윤경아.."
"지영언니, 많이 걱정했었어.. 그런데,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그리고 다시 프레이아로서 프레이아의 노래를 부른 이들. 하지만 당연히 미디엄템포 히트곡이 아닌 다른 곡을 불렀고, 그 날 그 콘서트는 엄청난 호응 속에 마무리되었다.


"저.. 제 사촌동생인 나래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다시 오르지 못했을거예요. 고마워, 나래야. 호진오빠라는 사람이랑 다시 만나서 잘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줄께. 나래가 아니었다면,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르지 못했을거야.


하지만 당시 이호진 본인은 윤지영 콘서트에 대한 소식은 못들었고 한참 음악방송중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몰랐다고 한다.


그 뒤로 은지는 프레이아에서 밀려나고, 윤지영이 다시 가입하게 된 프레이아 전체가 엔넷미디어를 나온 뒤에 다른 소속사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엔넷미디어의 윤지영에 대한 방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 까짓게.. 감히 우리한테 반항해? 잠자코 우리가 시키는 노래만 부르기만 하면 되는 것을.."


엔넷미디어는 은지를 주축으로 '프레이아 퀸스'라는 또다른 그룹을 만들고, 기존 프레이아에 대해서 프레이아라는 이름 사용권에 대한 소송까지 걸었다. '프레이아'라는 이름 사용권이 엔넷미디어한테 있었기에.


그리고 프레이아는 새 둥지를 튼 뒤 해가 바뀌자 새로운 앨범을 내게 되었고, 그 새 앨범은 기존 프레이아의 히트곡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방향으로 나왔다.


타이틀곡인 GLIDE같은 경우도 기존에 프레이아가 시도하지 않았던 밴드뮤직 형태의 곡이었기에, 프레이아의 팬들이 이 곡에 대한 찬반양론은 컸다.


"우리가 이런 노래를 좋아했던게 아니잖아. 프레이아여.. 다시 애절한 노래를 불러주세요."
"윤지영이 소몰이를 싫어했던 거니까, 그런 윤지영을 존중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엔넷미디어는 프레이아가 3집이 나오자 자신들한테 판권이 있는 프레이아 1, 2집 곡들을 히트친 미디엄템포곡 위주로, 그리고 디지털싱글곡과 미발표곡까지 함께 해서 ' 그것도 모자라서 윤지영이 추구하는 새 음악인 밴드뮤직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FT라는 전무후무한 소몰이 밴드를 만든 것이다. FT 멤버들은 외모 하나만은 빼어났는지라 소녀팬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윤지영과 그녀의 그룹인 프레이아의 새로운 시작. 하지만 이것은 험난한 가시밭길의 시작일 뿐이었다. 윤지영이 이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지영을 도와줬던 소녀 나래. 어찌보면 지영이 다시 프레이아로서 활동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소녀였다. 그녀도 지영이 프레이아로서 다시 재기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


"지영언니.. 다시 활동을 재개해서 다행이야. 걱정마. 나래도 호진오빠랑 다시 만나서 잘 될 테니까!"


- THE END -


네. A Tale That Wasn't Right에 나오는 가수 프레이아의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소속사에서 시키는 대로 부를 수 밖에 없는 가수들. 그리고 그런 현실에 대항하고자 하는 한 노래 잘 부르는 가수. 그리고 그런 가수의 발목을 끝까지 잡는 전 소속사. 개인적으로 한국가요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 왠지 몰라도 태클이 심하게 들어올 것 같은 글이지만, A Tale That Wasn't Right 세계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프레이아이기에, 다시 한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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