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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XXX-XYY

2008.02.22 02:24

Bolp. 조회 수:71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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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큰 남자였다.


 얼마나 크냐하면, 딱히 이정도다, 하고 비교할만한 것이 없지만 아무튼 정상 보다는 컸다. 키는 물론이며 손, 발, 덩치까지 완벽하게 큰, 작은것 하나 없는 남자였다. 그러니 남들보다 힘이 센 것은 당연한 것이오, 그와 함께 사람들이 그를 피하는 것도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졌다.


 


 그는 지금 번화가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인파가 바글바글한 곳이라 그런지 그의 존재는 평소에 비해 비약적으로 거대화 되어 비춰졌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가 가는 길을 따라 인파가 쩌억 하고 갈라지는 모습이 흡사 모세의 기적이랄까. 아무튼 그정도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남자였다.


 


 남자는 '일' 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어떤일이냐, 한다고 어떤 일이다, 하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노는 백수는 아니었다. 꼬박꼬박 돈은 벌었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여태껏 생활해 왔다. 그의 풍채를 고려해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단정 짓기는 실례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건달같은 인상이었다. 투박한 얼굴이라던가, 날카로운 눈매라던가, 짧은 머리라던가. 어디하나 건달 속에 던져놔도 빠질 부분이 없었다. 특히 굳게 다문 입이 고집이 강하며 기가 쎄다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번화가에서 점차 인적이 뜸한 곳으로 걸음을 걷던 그는 어느샌가 사창가 근처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가 일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사창가에서 남자가 하는 일은 딱 세 가지가 있다. 가게를 차려서 여자들을 관리하고, 돈을 받고 여자를 붙여주며 여자들에게 수당을 챙겨주는 일과 가끔가끔 이상한 취미를 가진 아저씨나, 아줌마들을 위한 남창, 그리고 술 취한 손님이다 SM 클럽에 가야만 할 것 같은 손님들을 좋은 곳으로 모셔다 주는 일. 그는 세번재 유형의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지는 꽤나 오래 되었다. 그만큼 그가 강하다는 것이기도 했고, 믿음직 하다는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른 부류의 건달들 처럼 일을 하면서 가게의 여자들에게는 치근덕대지 않는 다는 것이 이 사창가가 그를 꽉 잡아두고 있는 이유였다. 다른 놈들은 비싼 돈에, 여자들을 건드려 가끔 지명도 못받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성격이 더럽게 꼬인것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그는 자신의 일에만 충실했던 것이다.


 


 "오늘은 한산하니 좋군."


 


 남자는 중얼거렸다. 아직 밤이 깊지는 않았지만, 저녁 약주 한잔 걸친 아저씨 들이나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나타날 시간이 슬슬 되었는데도 사창가는 한산했다. 아마 가게의 여자들도 수다나 떨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그는 담배를 꼬나 물며 근처에 있던 '레드카펫' 이란 가게로 불쑥 들어갔다.


 


 "어, 그래. 왔어, 총각씨? 오늘은 좀 빠른걸?"


 


 가게에 들어가자 이제 갖 50줄에 들어선 듯한 인상의 '레드카펫' 주인이 그를 반겼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그를 총각씨라 불렀다. 처음에는 여자에게 손도 안 대는 그를 놀리려고 시작한 말이 계속 불려지고 불려지다 굳어버린 것이다.


 


 "빠르다뇨? 평소와 같을텐데?"


 


 그는 낡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다. 저녁 8시. 평소와 같다.


 


 "같기는, 아직 7시 반인걸?"


 


 그 말을 듣고 시계를 다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초침이 가질 않는다. 어제 취객을 말리다가 떨어진게 화근인 듯 했다. 휴대폰이 있어 상관은 없지만, 휴대폰 보다 손목 시계를 애용하는 그로써는 내키지 않았다.


 


 "뭐 어때? 늦는것 보다야 났지. 뭐 마실거라도 줄까?"


 "괜찮습니다. 별 문제 없으시죠?"


 "없지. 감히 누가 우리 총각씨 무서워서 여자들을 건드려?"


 "그건 다행이지만, 이렇게 하는 일이 없으면 잘리는게 아닌가 몰라요."


 


 그가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그에 '레드카펫' 의 주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남자는 주인과 몇마디를 더 나눈 후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8시. 이제 그가 일을 시작할 시간이며 아저씨와 대학생들이 하나둘 나타날 시간이다.


 


 남자가 하는 일은 여자들의 보호. 원래는 각 가게마다 사람을 고용하지만, 남자는 사창가 전체에서 합의하여 고용한 사람으로 그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체력이 좋은 까닭에 어느 상황에서도 늦게 나타나지도 않았고, 상황 처리 능력이며 속도 역시 다른 건달들과는 달랐다. 크고작은 일들이 요 몇년 사이에 확 줄어든 것 역시 그의 덕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사창가에 그는 구세주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흘렀다. 8에서 9를 지나 10을 향해 갈 때 까지 별 다른 소동이 없었다. 간혹 여러 가게의 여자들이 나와 그에게 미소를 던지며 '공짜로 서비스 해 줄테니까 어때' 라던가 '난 당신처럼 듬직한 남자가 좋더라' 같은 씨알도 안 먹힐 농담에 '손댔다간 나 잘려' 라던가 '나도 듬직한여자가 좋아' 라는 둥의 싱거운 대답을 한걸 말고는 딱히 한 일이 다였다. 정말, 월급을 받는게 미안해 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달리고 달리다 결국 일이 터졌다. '레드카펫' 에서 그의 걸음으로 다섯 걸음이면 달려갈 거리의 가게로 이름은 '레피' . 나름대로 괜찮은 가게였다.


 


 남자는 휴대폰에 뜬 '레피' 라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단숨에 달려갔다.


 


 상황은 언제나 그렇지만 아직 발단 정도에서 머물러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취객이 서비스가 맘에 안든다며 행패를 부린것이 다였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취객에게 다가가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취한 상태라 누가 때렸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사창가에서 여자 안다가 맘에 안들어 행패부리다 맞았다, 라며 경찰서에 갈 수도 없으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취객은 곧 쓰러졌고 그는 취객의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어 멀리 다 버렸다.


 


 그 한건으로 그의 일은 끝났다. 퇴근 시간이 될 때 까지 별다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월급이니까, 한잔 사지?"


 "살려면 사장님들한테 다 사야 되는데, 그럼 넉달치 월급 다 날아가잖아요."


 "나한테만 몰래 사주면 되지."


 "안되요. 균형이 깨지면 질서는 무너지니까요."


 


 짠돌이. 사장님은 웃으며 얘기하고 그도 웃으며 받아 넘겼다.


 


 


 그렇게 새벽은 왔고, 그는 집으로 간다.


 


 이것이 그, 최경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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