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 21세기 판초 (상)

2008.02.13 04:00

마일 조회 수:705 추천:1

extra_vars1 122544-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새하얀 벽들과 그 위에 부서지듯 쏟아져내리는 햇빛들. 참으로 평화롭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총각, 초옹-가아악!"


 


 딱총 할매. 할머니의 별명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누구든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으리라.


 


  "왜요, 할머니?"


  "아녀, 아녀."


 


 그리곤 다시 가버렸다. 이내 들리는 "처녀, 처어-녀어어!" 소리에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금 자각하게 된다.


 


 정신병동 간호사. 나의 직업이다. 이 곳은 여타의 병원과는 다르게, 힘이 중요시되는 곳. 그러므로, 상담 받고 보호자들을 주로 맡는 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다. 다른 병동엔 가지 보질 못해서 모르겠으나, 다를것이 무엇있겠는가? 


 


 지금 시간이 7시. 1시간 뒤면 이러한 잡념들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 푹 쉬고 있을테지만. 1시간이 문제다. 삑-! 정적을 깨고 들리는 호출음과 함께 101호 실에 불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준비해둬야겠는걸."


 


 101호 실이라면 위험한 환자와, 제일 안정적인 환자. 두명이 있는곳이기에, 혹시 모를 사태에 다들 긴장한듯, 인터폰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구식 인터폰의 끓는 소리와 함께 "판초야 이리오너라! 가자!" 라는 소리가 들린다.


 


  "피식. 크하하하하!"


 


 다들 긴장이 풀렸는지, 실없는 웃음소리를 뱉어냈고, 오늘의 판초는 누구로 정할것인지 서로 눈치를 주었다.


 아마도 내가 되지 않을듯 싶다. 다들 당직이니까.


 


  "오늘 당직 아닌 사람 누구지? 그 사람이 가기로 하지."


  "아마.. 최간호사 일껄요?"


  "최간호사, 가기 전에 마지막 거사! 거사를 치루고 가야지! 그냥가면 섭섭하지. 사내 대장부 답게! 다녀오게!"


  "네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진정제를 준비하고, 투여 했을시 보고 올리기 위해 차트에 펜을 꼿았다. 판초가 칼을 허리에 차듯 말이다.


 


 상대하러 가는 환자. 보통의 환자라면, 멍해있거나, 애가 되어있거나. 혹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자잘한 병때문에 입원한 사람들이지만. 판초를 애타도록 찾는 돈키호테 환자는 사정이 다르다.


 


 본명은 이태식. 그는 대작가였다. 전에 얼핏 본 뉴스에서 일흔이라고 한것도 같았다. 치매는 아니지만, 속된 말로 돈키호테에 미친것이다.  그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조사했다고 했던가? 아니, 원래부터 돈키호테를 조사했다고 그랬다던가? 그것은 모르겠으나. 그가 돈키호테에 빠져 여기에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자, 오늘도 판초의 역할을 다 해볼까. 문을 열고 들어가 어두컴컴한 병실에서 돈키호테에게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오! 자네 왔는가 판초여!"


 


 벌떡 일어서서 침대위에 무슨 정말 기사라도 되듯이 위엄있게 앉는다. 그리곤 허리를 꼿꼿이 피더니,


 


  "말을 준비하게 판초! 여정을 떠나야겠다!"


 


 낮이라면, 충분히 말대신 휠체어나 여타의 말과 비슷한것을 내어 드렸을테지만. 지금은 밤이고, 보살펴 드릴 수가 없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사오니, 다음에 여정을 떠나심이 어떠하올지요?"


  "아니다, 판초. 사내는 무릇 남들이 하지 않을때 해야하는법! 어서 속히 준비하지 못할까!"


 


 어쩌지. 이대로 가단 모두가 깰텐데.. 말을 내어드렸다가도 그럴테고 말이지. 음..


 


  "알겠습니다, 우선 무구부터 갖춰 입으시지요."


  "역시 판초구나, 그래 입어보자구나"


 


 진정제를 가지고 온것은 하늘이 가져다 준 행운일런지도 모른다. 조심스레 환자옷장에서 환자복 여벌을 꺼내어, 입혀드리면서 얇은 천을 꿰뚫어 주사했다.


 


  "흐음-으음? 무언가 따끔하구나 판초야."


  "아무래도 옷에 가시가 있었나 보옵니다."


  "그래? 다음엔 털어서 입는게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후, 위험했다.


 


 무구를 다 입은 우리의 돈키호테. 이제 멋지게 여정을 떠나려는듯 일어섰다. 그리고 앞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피곤한듯 주춤하였다. 아무래도 나의 기지때문이였으리라.


 


  "으음. 판초 다음에 가도록하자."


  "무슨 일 이시옵니까?"


  "갑자기 졸리워오는구나, 나이가 드니.. 말이다. 허허."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원하실때에 출발하도록 하지요."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도로 침대에 누우셨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병실을 빠져나왔다. 내일 아침에는 여정을 떠나보내드려야 몇일은 조용하겠지. 아무래도, 이 일도 내가 해야되나..


 


 그나저나 보고 올릴일이 막막하군. 무슨 약하나만 써도 일일히 기록해야되는건지 원..


 


  "최간호사 다녀왔어?"


 


 홍간호사다. 몇 안되는 여 간호사중 한명.


 


  "응, 그래. 그럼 난 가볼께. 근데 조 간호사님은?"


 


 베시시 웃으며 안쪽으로 고갯질을 하여 보니, 주무신다. 그것도 아주 곤히. 보고는 구지 올리지 않아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위험하거든 전화해." 라고 형식적이지만, 충분히 그래야하는 일을 말했다.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뒤, 문을 나서며 옷깃을 여맸다. 그냥 지나치면 무안하기에, 다시금 가벼운 목례를 취하고나서야 병원을 나올 수가 있었다.


 


  "후- 춥다. 올해도 눈은 안내리려나.."


 


 - - -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8 엄마의 휴대폰 [2] ?ookie 2008.03.28 723
757 [단편] 이건 아니다. [4] Bolp. 2008.03.06 588
756 XXX-XYY Bolp. 2008.03.01 574
755 XXX-XYY Bolp. 2008.02.26 639
754 (단편)어느 여가수의 이야기 (Remake Version) [1] LiTaNia 2008.02.25 587
753 XXX-XYY Bolp. 2008.02.23 585
752 XXX-XYY Bolp. 2008.02.22 717
751 XXX-XYY Bolp. 2008.02.22 595
750 잃어버린 우리의 이상향 [2] 소엽 2008.02.14 861
» [단편] 21세기 판초 (상) [1] 마일 2008.02.13 705
748 [단편]죽이다 [3] 과자 2008.02.12 666
747 저격수 - 4화 34.6 2008.02.03 652
746 20Th 유년시대 file 흑룡 2008.02.02 542
745 Memory_남매라는이름으로 유이 2008.02.01 611
744 저격수 - 3화 [1] 34.6 2008.02.01 560
743 [단편]MonoDrama - 여름거미 2008.01.30 617
742 동화 - 피노키오의 거짓말 재티s 2008.01.29 581
741 내가 있다.이곳은...(1) [2] 푸른물꽃 2008.01.26 565
740 내가 있다.이곳은...(프롤로그) 푸른물꽃 2008.01.26 497
739 저격수 - 2화 [1] 34.6 2008.01.24 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