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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어느 한 여름에

2008.07.15 07:01

에테넬 조회 수: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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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면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한 청년이 있었다. 그 사람 주변에 서성이는 사람들은 그저 무심하게 손 부채를 치면서 곁을 지나칠 따름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있던 차들이 신호를 받고 움직이자, 독한 매연이 그의 코와 눈을 간지럽혔다.


 


  "콜록, 콜록."


 


  평소 기관지가 매우 약했던 그는 단번에 기침을 해댔다.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다른쪽 다리보다 짧은 소아마비환자였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다는 표정으로 절뚝거리면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사람들이 신기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아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랬다. 그것은 몇 년 동안이나 경험해 보았던, '나와 다른 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덥다."


 


  말끝을 길게 내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게 갠 하늘은 어제까지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게 만들 정도였다. 분명 어제까지는 검은 구름들로 가득 찬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도 맑고 파란 하늘이었다.


 


  "구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높게 선 빌딩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아주 조그마한 공간들 뿐이었다. 게다가 그 작은 공간도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어서 송곳 하나 놓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청년은 체념의 한숨을 길게 내쉰 채 구름이라도 갑자기 생겨났으면 하고 바랐다.


 


  [어제 오후 세 시 쯤에 발견된 시체는, 강원도 속초에 살고 있는 연 모씨인 걸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수사망을 속초로 좁히고 목격자를 찾는 한편.......]


 


  뉴스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귀에 들려왔다. 별로 좋은 이야기도 없는데 그런 뉴스를 연실 해대는 이유를 그는 알 수 없었다. 현 세상보다 뉴스 속 세상은 더욱 무서웠고, 이 지는 듯한 여름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 편히 살고 있는 그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소, 그것이 바로 뉴스 안에서 표현하는 세상이었다.


 


  "항상 즐겁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면 안 될까? 사람들은 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그는 가방끈이 짧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아이들에게 워낙 놀림을 많이 받고, 왕따를 당했기 때문에 중학교 때 자퇴를 하고 말았다. 물론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는 바보처럼 그런 것들을 상관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청년의 부모였다. 필수 과정인 중학 과정이지만, 그의 부모는 그것조차 이바지해 줄 능력이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학교 때 부모님이 모두 교통사고로 사망해버리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우울한 세상 속에서, 또 우울함을 맛보는 것이 그리도 좋을까?"


 


  청년의 머릿속은 조금도 복잡하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중얼거리며 튀어나오는 말들은 아무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혼잣말에 불과했다. 천천히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파란불이 켜지자 천천히 발을 옮겼다. 건강한 사람보다 발걸음이 느릴 수밖에 없는 그였다. 결국 빨간 신호등이 켜질 때까지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했다. 그것은 그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었다. 저 멀리서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고 마구 달리던 차에 그만 치이고 말았다.


  비명 소리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과 함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청년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119나 병원에 전화하지 않았다. 그저 귀찮은 일상생활에서 누군가가 자동차에 치인 것 뿐이었다. 단지 그런 거였다.


 


  "......."


 


  청년은 아무 말이 없었다. 대자로 누운 채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만약, 아주 약간의 기회가 그에게 있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땠을까? 청년은 한순간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을 감았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청년과, 멈춰 선 채 정체되어 있는 차량과, 몇몇 구경꾼들이 햇살 아래 머물러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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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게 놀아봄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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