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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Leov Po sion Nerm beo Na in

2008.06.10 01:37

파가니니 조회 수: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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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먹고 살기 힘드네.


 


입에도 맞지않는 욕을 읊조린다, 추위에 바들바들거리는 꼬락서니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과시하고 조금이라도 더 강해보이려는 모습, 나는 그게 너무 귀엽다. 덮고 있던 이불을 어깨까지 들어올렸다. 지금까지의 생활을 볼때, 이렇게하고 있으면 적어도 추위에 바들바들떠는 일은 없었다.


 


집에서 놀고먹으면서.


 


저만치 떨어져있던 고양이 그림자 한마리가 흘겨본다. 하기사, 집에서 논다고 편안할 리는 없다. 걱정없고 할일없고 명령없는 것만큼 답답한 인생도 없다. 한번쯤이고는 다가설 수 없을정도로 강한 누군가에게 부려지고 싶은 책임이 필요없는 마조히즘을 속밝히기 마련이다. 받아치긴 뭐했으니 대강 말을 돌렸다. 쓸대없는 트러블은 피하는게 상책이다.


 


아침에 아무일도 안하고 여유부리면 기분 묘하지않냐. 늦잠 자는거 아니라면 항상 여유있어서 잘 모르겠네? 어련하시겠냐. 맘에 안들면 좀 고생해서 일찍 일어나면 되지.


 


다섯평 남짓한 방안에서 있는 기분은 썩 묘하다. 두발 뻗고 눕는 것이야 문제될 것이 없다, 심지어는 옷장부터 시작해서 침대, 피아노, 책상, 하나하나 집어보니 별거는 없다. 그러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들어있다. 마치는 하나의 작은 세상을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다. 아. 정수기가 있지못하다는 것은 유감이다. 혼자 있는 방안에서 또 밖으로 나가서 물 한잔 들고오면은 방까지 걸어가는 동안은 그 물을 한잔 훌쩍 다 마셔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또 물을 받으러 간다. 정말 괴로운 일이다.


 


언제까지가 될줄은 모르겠는데 죽기전까지는 아침이 여유있으면 좋겠다. 그 아침 여유있으려면 뼈 빠지게 일해야지.


왜? 그럼 딴 사람들은 골이 비어서 일하냐? 글쎄. 그냥 나는 아침만 조금 누리고 싶은게 전부야, 10억짜리 아파트도 필요없고 세금만 5천만원씩 때가는 차도 필요없어. 비싼 음식도 필요없고 허영부릴만큼의 재력도 욕심안내. 그래도 일 해야하는거야? 뼈빠지게? 당연하지. 너무 불공평하다.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사는게 전부였어. 그런데 그 평범하다도 졸라 어렵더라. 넌 뼈빠지게 일할만하다. 내가 아까 그랬어. 노력할 맛 안나네. 패배자가 다 그렇지 뭐. 근데 그게 내 재능이 아닌데 어쩌냐. 그럼 니 재능은 뭔데. 모르지. 장난치냐. 적어도 언외수 1등급은 아닌 거같네. 니가 내 소원 하나는 이뤘네. 뭐? 평범하게 사는거. 그럼 누구는 특별하게 살고싶어서 4%안에 드냐. 모르지. 불공평하긴해. 다 너랑 똑같이 말해. 감상적인 재능이 있어도 연주법 안 배우면 표현을 못해. 수학적 재능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공식은 외워야하고 말귀를 알아듣는데에는 수사법과 어휘 기본 작문법을 익혀야해. 이것뿐이야? 작곡을 하려면 음표, 단음, 화음을 공부하는게 아니라 암기해야하고 학습하는게 아니라 암기해야해. 분명 누구나 하는 일은 하지말라고 했으면서 유명하고 좋은 위대한 사람이 되라면서 실상은 전혀 틀리게 가르치고 있어. 대체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을 키우는데 진짜 부리는 사람은 어디서 구해오는지 모르겠단말야. 그게 싫단거야. 작문법 조금 배우고 글 쓰면 더 좋잖아, 그거 공식 몇개만 외우면 되는거 아냐? 정 본인이 능력되면 그거까지 다 할 수 있어야 정상아냐? 곱하기 할줄아는 놈이면 더하기는 안가르쳐줘도 알아먹어야 당연한거지. 그게 어려우면 통 믿을 수가 있나.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데. 그게 안된다고. 그럼 답 하나 밖에 없네. 어떤거? 평생 이러고 사는거.


 


방에 거울이 없다는 것은 괜찮은 배치다. 첫번째로는 자살할 우려가 없고, 두번째로는 자괴할 우려가 없으며 세번째로는 자신에게 신경쓰지않을 수 있다. 거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 안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타인과의 접촉으로 새로운 세상을 컨트롤하게 되어버린다. 이는, 창조와 창작에 있어서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어준다. 자기 몸이 부숴지는 한이 있어도 철저하게 발목을 잡아준다. 정말 뛰어난 노동자다. 본인의 것에서 탈피한다는 것이다. 해변가에 무수히 쏟아져있는 모랫덩어리들과 바닷물에 간간히 섞여있는 사금은 격이 틀린 법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인간에게 집히기전까지는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는데 있다.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스스로의 눈으로 스스로를 볼수없다는건 괜찮은 배치다. 첫번째로는 자살할 우려가 없고, 두번째로는 자괴할 우려가 없으며 세번째로는 자신에게 신경쓰지않을 수 있다. 눈이 두짝이여도 똑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정말 괜찮은 거다. 나는 어깨까지 올라온 이불을 몸에 두르고 침대에 누웠다. 생각한다. 예측하고, 아마 조금 있으면 잠이 들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이 아침을 누릴 것이다. 똑같이 고민하고 똑같이 구상하고 똑같이 걱정한다. 변하는 것은 없지만 분명 틀려지는 것은 있다. 묘약 한방울이 또 깨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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