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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사별-단편

2008.06.09 13:43

SSS 조회 수: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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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는 있되 생기는 찾아보기 힘든 새하얀 병실. 그곳에는 이미 암세포가 뇌까지 퍼져 정상적인 사고를 이어나가기도 힘들 지경까지 내몰린 한 여인이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가느다란 숨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생을 더 연장시키는 것에는 의미도,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흰색 가운을 걸친 이는 이 차가운 방에 남아있지 않다.



슬프게도 그녀의 남편 역시 다가올 운명을 어렴풋이 확신하고 있었다. 어렴풋이라는 수식어는 사용할 필요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희박한 확률에 걸린 희망마저 버리기엔 이르다 싶어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인간의 생을 알려주는 시계가 있다면 아마도 지금 아내의 시계는 한없이 자정에 가까우리라. 고장나 너무나도 빨리 흘러버린 시계. 차가운 손을 덥혀주는 것으로 단 1분 1초라도 되돌릴 수 있기를 바라며 남편은 아내의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입김을 불고 눈물을 떨궜다.



게다가 병실 밖, 병원의 로비에는 아직 열살도 채 되지 않은 두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친모의 마지막조차 지켜보지 못하는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남편은 아내의 반대쪽 손을 붙잡고 서럽게 입김을 불었다.



흐른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무지 얼마나 지났는지 짐작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지나고 시계는 결국 자정의 종소리를 울리고야 말았다. 이제는 종이 12번 모두 울릴때까지의 짧은 시간만이 그들에게 남은 것이다.



아내는 약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단지 그 뿐, 남기는 한마디조차 이어나갈 수 없었기에 남편은 더욱 슬프기 그지없었다.
부부의 사이에서 10번째의 종소리가 울린다.
허락된 두번의 타종이 남은 그때, 남편은 말라버린 입술을 움직였다.



"아직까지 날 기억할 수 있다면 내 손을 꼭 쥐어줘요."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마치 기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한 남편의 손에 미약한 압력이 전해져왔다. 너무나도 힘없는 작별이었지만 그것은 남편의 마음을 강하게 쥐어짜 통곡하게 만들었다.
그제야 병실의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걸친 의사가 돌아왔다. 그가 할 일은 하얀 천을 여인의 머리끝까지 덮는 것 외에 더 이상 없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두 아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차디찬 금속이 가득한 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아이들은 차갑게 식은 어머니의 볼을 한번씩 쓰다듬는 것으로 이제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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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갤러리 15회 판한대(판갤 한시간 대전)에 낸 글이에요


입대하기 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거 같아서 참가까지 해버렸네요


 


판한대라는게 주제공개부터 마감까지 1시간만에 끝내고


심사도 하루안에 나오는 초고속 대회(라기보단 오락)인데


 


밤 11시에 시작해서 12시 정각에 종료가 되는 이번 회차에서 제가...


00시 00분 00초 라는 참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제출 했더라구요 ㅡㅡㅋㅋㅋ


주최자는 시간초과 패널티는 00시 00분 01초 부터. 라며 시간내 제출을 인정했습니다. 으허헣;


 


 


주제를 늦게 확인한데다 원래 글을 빠르게 못써서 분량이 적고 대충 마무리 한게 아쉽긴 하군요


게다가 반정도 실화다 보니 살짝 우울해지기도 했고 음


 


 


 


 


그냥 그렇다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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