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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2008.06.02 07:03

까마귀 조회 수: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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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사형수가 있었다.


  그는 밖에 있었을 때 너무 참혹한 범죄를 많이 저질렀기에 사형을 피할 수 없는 죄수였다. 대게의 사형수들이 그렇듯이 그가 당장 사형대로 끌려가지는 않았다.


  감옥에서 1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여전히 죄를 용서 받지 못할 악인이었다. 3년이 지났을 때. 그는 당장 삶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희망을 가질 수도 없는 생활에 힘겨워했다. 5년이 지났을 때. 그는 조금 변했다.


  사형수는 화단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늙은 죄수들을 공경하고 젊은 나이에 감옥에 들어온 죄수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그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봉사를 시작했고. 꼬박꼬박 성경을 읽었으며 항상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다. 1-2년 머물다 곧 떠나는 죄수들은 대부분 그를 죄수가 아니라 간수라 생각할 정도로 그는 간수들과도 사이가 좋아졌다.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미루고 밀리던 그의 사형집행일이 결정됐다. 사형수와 친했던 간수가 어두운 낯으로 그에게 소식을 전했지만 그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죄 값을 치루는 것이지. 그저 감사할 따름일세.”


  라고 말해 간수의 마음을 훈훈하게까지 했다.


  죄수와 간수들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그의 사형일이 결정 났다는 소문이 퍼지자 교도소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사형 집행을 맡기 위한 목사가 찾아왔다. 목사는 가장 먼저 사형수를 찾아가 대화를 나눴고 그 또한 변한 사형수를 보고 마음이 변했다. 그는 죽어서는 안됐다. 목사가 보기에도 죄수는 이제 분명한 선인이 되었고 목숨으로 죄 값을 치루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짊어진 죄만큼 봉사를 해야 할 그런 사람이었다.


  교도소장과 목사는 그 사안으로 밤늦게까지 설전을 벌였다. 소장은 아무리 그가 변했어도 죄수는 죄수이며 법에 따라 사형을 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목사는 그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목사와 소장은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 교도소에서는 과거 이런 일과 비슷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교도소장이 내놓은 기발한 방법으로 그가 정말로 선인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가 정말로 악인이 아니라면 무사히 감옥을 나갈 것이고. 아니라면 그는 살아서 감옥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 날부터 목사는 사형수를 틈이 날 때마다 꾸짖기 시작했다. 목사는 그의 사소로운 것까지 트집을 잡았고 아주 작은 실수도 큰 잘못으로 부풀려 그를 질타했다. 갑자기 변한 목사의 모습에 도리어 간수들이 그를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목사가 어떠한 말을 하건 사형수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그저 끊임없이 잘못을 빌 뿐이었다. 사형집행까지 3일 전날 밤. 사형수의 독방으로 목사가 찾아왔다. 사형수를 보자마자 목사는 이번에도 다짜고짜 그를 훈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하노니 그대의 진실을 말하게. 자네는 아직도 과거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고 10년 동안 마치 사람이 변한 것인 양 가식적인 생활을 해왔지.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야.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그대의 진실을 말하게.”


  그러자 사형수는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펑펑 울었다. 그러고는 목사의 말이 맞으며 사실 자신은 지금도 죄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잘못을 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들은 목사는 다시 인자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자네가 진심을 말해주어 고맙네. 하지만 3일 후 자네의 죽음은 변함이 없네.”


  사형수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지나고 목사는 품에서 빨간 모자를 꺼냈다. 목사는 사형수에게 그 모자를 씌워주며 말했다.


  “내 말에 잘 대답해주었네. 나는 이제 정말로 그대의 결백을 믿네. 이 모자는 자네를 믿는 내 마음의 증표일세. 나와 다시 만날 때까지 계속 쓰고 있도록 하게. 그럼 자네는 죽지 않을 것이야. 나는 그렇게 믿네.”


  그러고는 목사는 사형수에게 소원이 있으면 한 가지 말해보라고 했다. 목사의 권한으로 그 소원을 이뤄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형수는 방 안에 있는 창의 창살을 빼달라고 했다. 머리 하나 들어가기도 힘든 협소한 그 창을 보며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창의 창살은 제거됐고. 사형수는 목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아침에 햇볕을 쬘 수 있겠군요. 창살이 있었을 때는 그렇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목사는 다시 한 번 그 사형수에게 감탄했다.


  사형집행 바로 전날 밤. 목사는 교도소장을 찾아가 물었다.


  “정말 그대의 말처럼 될 것이라 생각하오?”


  “그건 제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목사님. 모든 것은 바로 그 사형수에게 달린 일입니다.”


  바로 그때 총성이 울렸다. 목사는 화들짝 놀라며 총성이 울린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이마에 총을 맞은 바로 그 사형수가 빨간 모자를 쓴 채 탑에서 떨어져 죽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교도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렇게 되었군요. 이것이 이 자의 본심이었던 것입니다.”


  목사와 교도소장이 쓴 방법은 일종의 내기였다. 교도소장은 사형수가 창을 통해 탈옥할 것이라는데에 걸었고 목사는 그 반대에 걸었다.


  사형수가 머물었던 감방의 바로 건너편 건물에서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창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즉시 쏘라는 명령을 받은 저격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교도소장이 건 조건이었다.


  목사의 조건은 이랬다. 사형 당일. 빨간 모자를 쓴 사형수가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그 사형수의 사형은 무효로 할 것.


  사형수가 머물었던 방의 창은 사람의 머리가 간신히 들어갔을 법한 크기였던 것이 지금은 몸이 드나들 정도로 크게 변해 있었다. 사형수는 사형 전날. 창살이 없어진 창가로 탈출하기 위해 어깨뼈가 으스러지고 팔이 부러지면서도 창을 억지로 넓혀 탈옥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죄인임을 밝히고 죽음을 부른 것입니다. 죽음을 피하려 하다가.”


  교도소장의 말에 목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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