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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PANDEMONIUM

2008.05.20 08:35

Rei 조회 수:783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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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loody Lake


 


이지도르 식세어의 보고서 《롬 멜롬의 지옥》 11~15p 中 발췌.


 


롬 멜롬의 수기는 맨 처음 접하게 되는 1page부터 흥건한 피의 향연이 벌어진다. 롬 멜롬이 최대한 세삼하게 묘사를 한 내용을 읽어 보면 소위 ‘피의 호수’라 불리는 곳은 살인죄를 저지른 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은 세상의 끝 날까지 악마들에게 고혈을 바치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의 하루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만큼 참혹한 고문으로 얼룩져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 하자면…….


이렇듯 단순히 글을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을 지경인 광경을 롬 멜롬은 두 눈으로 목격하고 차분하게 서술하기까지 했다. - 그가 차분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보면 그는 놀랄 만큼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롬 멜롬이 악마와 거래를 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지만, 그들의 주장은 근거가 빈약한 단순한 억지에 불과하다. 물론, 그가 펠렌도 이지칸스처럼 위대한 정신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이 갈 수 있으나 실제로 지옥에 가보지 않은 이상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피의 호수에 온 것을 환영하오. 선생.”


 


악마의 친절한 환영인사에도 불구하고 롬 멜롬은 대답을 줄 수 없었다. 흐릿했던 풍경이 다시 또렷해지는 순간부터 코를 썩힐 듯 밀려오는 악취에 롬 멜롬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숨쉬기가 힘들구려.”


 


롬 멜롬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짓누르는 탁한 공기는 그에겐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악마는 껄껄 웃으며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롬 멜롬의 가슴을 툭 쳤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지독하리만치 더러운 공기는 사라지고 삼림욕이라도 하러 온 것처럼 신선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가슴이 뻥 뚫린다는 표현은 단순한 비유인줄 알았는데 담백하기 짝이 없는 사실이었구려?”


 


악마는 빙긋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롬 멜롬은 자신의 재치 있는 말에 대꾸해 주지 않는 악마에게 심통이 났지만, 원래 악마가 그런 것을 어쩌랴? 그는 이 일도 수기에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악마의 뒤를 따랐다.


완만한 경사로 된 언덕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저 멀리 새빨간 호수가 보였다. 핏빛으로 물든 호수는 끊임없이 끓어오르거나 붉은 빛을 토해내며 태양도 없는 공동(空洞)을 밝히고 있었다.


이 기괴한 호수에 정신이 팔려있던 롬 멜롬은 급격히 가까워지는 호수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옆을 둘러보니 흐릿한 영상처럼 주변의 풍경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불과 몇 십 호흡의 짧은 시간 동안 호수에 도착한 롬 멜롬은 넌지시 악마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은 악마는 별다른 반응 없이 지팡이로 호수를 가리켰다.


그 순간 롬 멜롬은 고막이 찢어지는 듯 한 비명소리에 급히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짧은 패닉에서 헤어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나체의 남녀들이 호수를 빙 두르고서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고문을 받고 있었다. 그들의 발치에선 끊임없이 피와 기름이 흘러내렸고, 그것은 고스란히 호수로 흘러갔다.


하얗게 질린 롬 멜롬은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몸을 늘리는 사지를 결박하고 있는 형틀에 묶인 채였는데 그의 곁에는 키가 석자도 안되는 악마가 톱으로 그의 사지를 연신 썰어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선생, 이곳은 지옥이오. 생전에 지은 죄에 대가를 받는 곳이란 말이오. 지금 톱으로 사지가 썰리고 있는 남자는 살아있을 때 프랑스에서 17명의 학생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소. 그의 수법은 잔인하기 그지 없어서 아이들을 의자에 묶어놓고 톱으로 썰어 강에 버리는 것이었소. 그는 지금 똑같은 방법으로 속죄를 하고 있는 것이오.”


 


악마가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롤랑! 메예르! 조제프!’ 아마도 그가 살아있을 때 죽인 아이들의 이름인 듯 했다.


악마는 그의 허벅지를 막 썰어낸 참이었는데, 희한하게도 그의 허벅지가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 다시 살이 돋아나며 멀쩡한 다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롬 멜롬은 구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꼬챙이로 사람을 꿰고 있는 악마, 인두로 사지를 태우는 악마, 무거운 족쇄에 매달려 끓는 기름에 끝없이 튀겨지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가 솥 밖으로 나오려 할 때마다 뾰족한 창으로 찔러 다시 솥으로 밀어 넣는 악마.


롬 멜롬은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에 서서히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푸석푸석한 흙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잿빛 천장이 빙빙 돌며 그의 시야를 유린했다. 귀가엔 여전히 사람들의 비명이 음악처럼 들려오고 있었고, 그 소리는 롬 멜롬의 심장을 후벼 팠다. 열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얼굴과 몸이 달아올랐다.


비명 소리 외에도 뭔가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지만, 롬 멜롬의 뇌는 그 목소리를 받아들일만한 분별력이 없는 것 같았다.


한동안 백치처럼 멍하게 있던 롬 멜롬은 자신의 입으로 얼음처럼 싸늘한 액체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한 가지 고통이 다시 떠올랐다. 목이 사막처럼 타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롬 멜롬은 자신이 마시는 액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생수처럼 꿀꺽꿀꺽 들이켰다. 꿀처럼 달콤하고 짙은 장미향이 나는 것으로 보아 음료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료는 먹어본적도, 들어본적도 없으니 아마 지옥의 것이 분명했다.


 


“선생 기운이 좀 나오?”


 


한 잔의 음료를 다 마신 롬 멜롬은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악마를 보며 속으로 신의 이름으로 저주를 내리곤 벌떡 일어섰다.


 


“선생의 몸은 지옥에 잘 맞는 모양이오. 붉은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오히려 기운을 차리는 것을 보니 말이오.”


“붉은 술?”


“방금 선생이 마신 음료 말이오. 저 호수의 물을 정제해서 만든 것인데, 보통 인간이라면 그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도 죽어버린다오.”


 


롬 멜롬은 악마의 설명에 인상을 썼을지언정 마땅히 그래야 함에도 혐오나 저주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표정을 읽은 악마는 껄껄 웃으며 지팡이로 호수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왕 온 곳이니 한번 쭉 둘러보고 갑시다.”


 


롬 멜롬은 감미로운 비명소리를 들으며 악마를 따라 호수를 거닐었다.



 


-----------


 


-ㅅ-.... 비정기연재니 뭐니 해놓고, 금방 완결날듯한 분위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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