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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연습 #1 "진실은 어디에-"

2008.05.11 04:08

웅담(熊膽) 조회 수: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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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한 바람이 분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로 부딧히며 깨어질 듯 날카로워지는 창문의 소리이다. 그 틈새로 새어든 냉기는 어둠을 더욱 선명하게 해 주었다.


추위에 익숙해졌을즈음, 또한 어둠에 익숙해졌을즈음 하여 감각의 고통이 끝을 맺었다. 달달한 꽃향기가 코끝을 채운다. 어두웠던 공간에 자그마한 반딧불이가 날아든다. 바깥은 점점 봄이 되어가고 있는가. 온몸을 얼려놓던 바람들도 점점 따스한 빛깔로 변해가고 있다.


무슨 연유이기에 찰나의 시간에 이렇게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마음같아서는 답답하게 막혀있는 저 벽을 뚫어버리고 싶지만, 아득한 창문 너머를 바라 볼 수 있는 자그마한 행복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창문 너머로는 아련한 달빛이 하늘을 가득 움켜쥐고 있다.


푸스슥-


어느 산짐승의 놀람인지, 일어서서 창문을 너머 살펴보는데 검은 무언가가 풀숲을 뛰쳐나온다. 덕분에 그 곳에서 편히 쉬며 반짝이던 반딧불이들이 날아오른다. 나의 공간에 들어온 반딧불이도 같이 날아올랐다. 세상이 밝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밝아지고 있는 것일까. 한없이 우중충했던 세상이 너무나 깨끗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쪼그리고 앉는다. 이 공간에는, 홀로 있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도 없이- 나라고 하는 주체와 객체가 서로를 바라보며 존재한다. 텅 비어버린, 혼이 빠져가나버린 그 눈동자가 그리움을 나타낸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백이 혼을 애타게 찾고있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는 어쩔 수 없다.


스르르-


굳게 닫힌 문이 연린다. 천천히 열리는 문의 틈새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흘러든다.


"아...?"


나와 나의 유일한 공간이 사라진다. 그 공간으로 다른 존재가 나타난다. 부드러운- 그리고 안타까운. 화가 나 있다, 그녀는.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걸음, 문을 열고 내딛은 발걸음에 바닥에 쌓인 먼지가 풀풀거리며 날아간다. 그 거리도 가까워진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그러한 얼굴이다.


또 한걸음. 다가오는 발걸음이 뚝 멈춘다. 마음이 굳은 것일까, 아니면 표정이 굳은 것일까. 보드라운 향기가 코 끝을 간질인다. 쪼그리고 앉아 그녀와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나를 볼 수 없다.


"아냐, 이건 아냐."


울먹이는 듯, 탁 막힌 목소리가 울린다.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부러지진 않을거다. 내가 아는 그녀라면 그러할테지만. 뭐, 그렇나 믿음이 지금의 현실을 있게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쪼그리고 벽에 기대앉은 나를 지나쳐, 나에게 걸어간다.


"야, 일어나봐."


가냘픈 두 손을 내밀어 내 몸뚱아리를 잡고 흔든다. 혼이 빠져나간, 텅 빈눈동자를 감기우고 내 몸뚱이를 흔들었다.


"이런데서 자면 감기걸린단 말야."


그렇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데 거기에 있는 내가 일어날 리가 없잖아. 바보같기는.


"야! 일어나. 제발. 이건 아니잖아."


키득거리며 웃었다. 어이없는 그녀의 행동이 참으로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뭘 더 원하기에 찾아온 것일까?


"흑-"


지친듯. 그리고 포기한 듯. 한방울씩 눈물이 흘러내린다. 울고있다, 그녀는. 도대체 왜? 무었때문에? 이런 내 모습이 어때서 우는 것일까. 어차피 이제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인데. 너무나 힘들게 울고있다. 항상 하던대로 해. 그런 모습, 어울리지 않아. 키득키득.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누구에게서 시작해서 누구에게로 닿는 노래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느껴지는대로 노래를 부른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서일까. 몸뚱아리 옆에 주저앉아 울던 그녀가 울음을 멈춘다.


"흑-. 운아?"


싫다. 부르지 마, 내 이름. 그런 가식적인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지 마. 역겨워. 키득키득.


잠깐이었지만, 그녀를 쏘아보고선 다시 흥얼거렸다.


"운아, 너...?"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쓰러진 몸뚱이의 심장에 귀를 대어보던 그녀는 아까보다 더 큰 울음을 터트린다. 아아, 시끄러워. 가버려. 이제는 너랑 상관없는 일인데 왜 자꾸 저러는걸까.


한참을 울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누구에게 연락을 하는 걸까. 그놈인가. 아니, 그보다도 여기서 나가지 않고 뭐하는거야. 연결이 되지 않는지 그녀는 휴대폰을 닫았다.


"나, 금방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슬픈 목소리가 울린다. 머리아파. 그런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아. 키득키득. 예전처럼 웃어봐. 예쁘게- 항상 아름답게. 누구에게든지. 키득키득.


그녀가 나간다. 열리었던 문이 다시 닫힌다. 세상은 다시 나와, 나만이 남아있는 공간이 된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구역. 혼과 백이 연결되어 있듯이, 당연히 그렇게 되었어야 할 공간이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몸을 풀고 나에게로 다가간다. 그녀의 손이 닿았던 부분. 싸늘하게 굳어있는 몸뚱이중에서도 그 곳만은 더 없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거부한 것일까, 거부당한 것일까. 어느것이 되었든, 중요하지 않다.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창문으로 다가간다. 머언 곳에 있는 달빛이 솜사탕같은 느낌이 든다. 저 곳에 가고싶다. 저기로 가서 살아야지.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끼이익-


여러명의 사람들이 다가온다. 익히 알고있는 얼굴들. 그들은 쓰러진 내 몸뚱이를 보더니 울상을 짓는다. 그러고선 화를 낸다.


다들 왜 그러는 것일까. 난 그저 내가 원하는 바를 행했을 뿐이다. 나의 진리. 그녀에게 닿지 못하는 몸뚱이따위, 전혀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삶이라는 그것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손이 내 몸뚱아리에 닿는다. 지독한 냄새가 풍겨온다. 저 사람은 누구였떤가. 어지럽게 펼쳐진 기억속에서 누군가를 추출해내기는 힘들었다. 다만,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이해할 수 없다. 썩어있는 냄새다. 다른 사람의 손이 몸에 닿는다. 불에 타버린 냄새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지독한 냄새를 풍겨낸다.


시간이 흘러간다. 내 몸뚱이에 붙어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스쳐갔던 많은 인연들이 다녀갔다.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향기로웠던 기억도 있었고, 씁쓰레한 기억도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조금씩의 향기를 나에게 남기고 떠나갔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다가왔다. 왜 마지막까지 있는 것일까. 바보같아. 서글프게 울고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잔혹해 보이는지. 본심은 어디에 숨겨놓은 것일까. 진실은 어디에-.


"안녕, 잘가. 처음 인연처럼. 다음 세상에서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랄게-. 안녕, 운아."


 


-=-=-=-=-=-=-=-=-=-=-=-=-=-=-=-=-=-=-=-=-=-=-=-=-=-=-=-=-=-=-=-=-=-=-=-=-=-=-=


 


하아품-


오랜만의 짧은 글...


훈련중에 써둔거라. 정신없어 ㅠ


 


이히히히히-


노올자~ 15일 휴가 고고싱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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