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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2008.04.06 23:56

Bryan 조회 수:821 추천:4

extra_vars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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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야, 이 아저씨는 말이다. 철없던 국민학생 때만 하더라도 새가 되길 원했단다.”


담배를 물고 있던 아저씨가 문득, 나에게 말했다. 니코틴 중독에서 오는 일말의 안락감 덕분 일까. 평소에는 과묵했던 아저씨가 입을 다 열다니. 나는 어리둥절해 무어라 대꾸할지 몰라 그저 웃음으로만 응대했다. 아저씨는 매운 하늘을 바라보더니 코와 입에서, 찌든 그의 마음만큼이나 검고 탁한 연기를 뿜어내었다.


“웃지 말고 잘 들어 이놈아. 사실 새가 되기보다는 비상(飛上)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세상이란 놈이 양 어깨를 빼앗아 간 게야. 그 놈은 어린애라고 봐주지 않았어. 참 무서운 놈이다. 너도 이제 그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됐구나.”


아저씨의 말을 듣고 딱딱한 교실에 앉아, 하모니카처럼 줄지어선 책상에 앉은 나를 떠올려 보았다. 그래, 아저씨가 말하는 새를 나 또한 꿈꾸었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해왔고 단순히 벌레가 되진 않겠다고 자부했었다. 아저씨의 말처럼, 세상이란 놈은 현실이라는 벽을 세워 나를 가로 막았던 것이다.


“쯧쯧. 너는 어쩌려고 멍해빠져만 있냐.”


아저씨가 나의 뒤통수를 때리며 꾸짖었다.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주무르며 내가 서있는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신호를 지키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차들, 북적이는 인파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도 한때는 새가 되길 갈망했겠지. 따가운 석양빛이 아저씨와 나를 비췄다.


“담배 피냐?”


담배 갑을 쥔, 아저씨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러냐. 내 아들은 너보다 한두 살 어린데도 피던데 말야.”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 연기를 또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아직까지 담배를 펴본 적은 없지만 담배는 어떤 맛일까. 알싸한 맛일까, 감질 나는 맛일까? 아저씨가 골초인 걸 보면 분명 이유가 있겠지. 아저씨는 항상 세상을 알게 되면 담배를 필 수 밖에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괴변이다. 담배 피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너,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했다지? 축하한다.”


“헤헤, 뭘요. 중학교쯤이야 누구나 다 졸업하는 걸요.”


“졸업이 끝은 아니지. 너도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잘 알거야. 해방이라는 느낌보다는 절망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걸. 후우하고 한숨 한번 내쉬면 또 다시 고등학교 졸업을 할게다. 그럼 정말로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아니 그게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려는 놈에게 할 소린가 해서 나는 아저씨를 쏘아보았다.


“친구 조심해라. 너희 아버지도 그것 때문에 많이 속 썩으셨어. 다시 말하지만 믿을 건 없다. 놈들은 항상 위선과 허위라는 가면을 쓰고 있거든. 너희 아버지는 착한 분이셨기 때문에 그렇지만 너처럼 얼빠진 놈은 당하기 십상이란 말이야.”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아버지가 절친한 친구에게 보증인가 뭔가를 잘못 썼다가 이사를 수없이 반복했다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협박전화에 마음을 졸여야 했고 집 안에 빨간 딱지가 붙은 다음에는 어머니가 세상에 체념하기 시작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에 대고, 비웃지 마라 이놈아. 하곤 스스로를 달랬다.


“모두가 새를 동경하며 새가 되기 위해 희망을 좇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애초에 벌레로 태어난 이상 새가 될 순 없어. 물론 나비가 되어 새를 흉내 낼 순 있겠지. 넌 아직 한낱 굼벵이에 불과해. 그러니까 넌 공부 열심히 해라. 그것밖엔 없어.”


아저씨의 말에 나도 찬성한다. 한때는 미술이니 뭐니 해서 화가를 꿈꾸었지만 그것은 사치다. 공부는 족쇄요, 성적은 심판처럼 다가왔지만 나는 언제고 펜을 잡았다. 여러 놈들에게 치어 성적이 바닥을 기어도 불이 날 새라 펜과 머리를 굴렸다. 물론…. 성적은 여전했지만.


“아저씨는 숱한 세월동안 어릴 적 달고 있었던 날개를 볼 세가 없었어.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거든.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서야 날개를 보았는데, 글쎄 새하얗던 백색의 날개가 뼈만 앙상하게 남아 색이 바랜지 오래였던 거야. 뭐…. 내가 이런 애기한다고 너무 의기소침해지지는 마라. 사람에겐 언제나 여유가 찾아오는 법이거든.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때가 아닌 것 같구나.”


아저씨의 담배가 필터까지 타들어갔다.


“아저씨, 저 인젠…. 머리 깎으러 가야해요. 내일이 입학 날 이거든요.”


“어 그러냐. 그럼 그래라. 난 더 여기 있으마. 하늘이 제법 좋구나.”


나는 옥상 아래를 내려오면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태양을 배경으로 무리지은 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들의 모습이 아득히만 느껴진다. 그래, 벌레라도, 굼벵이라도 날아보자. 나는 아저씨처럼 패배자요, 낙오자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의 발에 밟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꿈틀거리자. 꿈틀거리자. 꿈틀거리자….


 







지금부터라도 기출 문제에 맞게 훈련해보겠습니다. 이건 진짜 어디 내놓기도 쪽팔리지만 습관은 들여놔야 하겠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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