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Feint [가장(假裝)]
2008.03.30 22:52
extra_vars1 | 세상이 준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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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으아아악~!”
내 몸의 전율에 발맞추어 나는 깨어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꿈, 꿈이었구나.”
언제나 현실을 부정하고 꿈에 빠져 살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꿈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겨우 안식을 찾은 무렵, 악몽에서 도망쳐온 나에게 세상은 비웃듯이 두통을 선물해주었다.
조금이라고 고통을 완화해보고자 아스피린을 찾았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나를 괴롭히는 두통에 아스피린은 단지 쓸모없는 흰 덩어리일 뿐이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나는 지금 현재 내 상황을 깨 닫을 수 있었다.
“지금이 몇 시... 지, 지각이다!”
인간은 1년을 365일, 1일을 24시간, 1시간을 60분, 1분을 1초로 나누면서 빡빡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 난 줄 안다. 그렇기에 지각은 안 된다.
참을 수 없게 나를 괴롭히는 고통에도 나는 그것을 누르며 회사에 최대한 빨리 갔지만, 지각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 채진 못했다.
회사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그 수당을 받는다. 언제나 쳇바퀴 같은, 하지만 그렇기에 안정적인 곳이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난 또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덜커덩덜커덩... 덜커덩덜커덩...’
멍청히 혹은 졸며 앉거나 서있는 사람들 속에 나는 그 중에 한 사람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게 말이야... 히히”
“정말? 정말 그래? 큭큭”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나도 저때는 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저 먹고 사는 게 힘들다. 아니 뭐가 죽는 것이고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간 달까?
구체적이면서도 뭔가 허술했던 내 모습이 지금같이 된 것처럼, 그들도 나처럼 시간에게 밀쳐지면 변할 것이다.
사람들을 삼키기 좋아하는 고철덩어리가 나를 토해놓을 곳에 다가갈 쯤, 오늘 먹었던 두통약들이 효과를 발휘했다.
두통이 덜해진 것 때문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자꾸만 눈이 감겼다.
주기적으로 덜커덩 거리는 전동차, 그리고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점점 흐려져 갔다.
정신이 점점 멍해졌다. 주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저기요! 뭐하고 있는 거예요? 종점이니까 빨리 내려요!”
어떤 여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지하철 종점이었다. 뭐하고 있었던 거지? 이제 지하철도 끊길 시간인데...
하지만 내가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내릴 정류장이었다. 정확히 그 정류장이었다.
“도대체 누가 종점이라고 한 거지?”
전동차 안을 살펴봐도 내가 탔던 칸에는 여자가 없었다.
“잘못 들었나?”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 목소리는 분명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목소리 주인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누구지?’하는 생각만 계속 내 머리를 맴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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