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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家족 - 그 꽃을 피우기 위해‥

2008.09.10 05:32

늘보군 조회 수: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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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족


그 꽃을 피우기 위해


 


 


프롤로그


 




 


「家족」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


 


 





- 탁!



쇳조각들이 부딫히는 둔탁한 소리가 조용한 주방에서 들려왔다. 창건은 가방을 챙기다 말고 급하게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 나 오늘 클럽활동 가는 날. 영화비 6500원, 차비 2000원. 합 8500원”



그는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는 식탁 구석에 놓인 그녀의 지갑을 집어 들었다. 아침상을 차리고 있는 소영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채 여전히 푸른 야채들이 섞여있는 후라이팬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몇주 전 친구에게 들은 '하찮은 자랑'들이 날카롭게 그녀의 머릿속을 쪼아대고 있었다.



‘그저께 결혼 22주년이었는데, 글쎄 이녀석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참~ 돈 번지도 얼마 안됬으면서 아침부터 이벤트랍시고 아침밥부터, 풍선에, 꽃가루? 뭐 그런 것으로 놀래키질 않나, 저녁에는 둘이서 오랜만에 오붓~하게 식사하시라고 자리만 마련해주고 먼저 들어간거 있지? 어쩜 그렇게 기특하던지~! 평소에 안그러던 애들이 그러니까, 정말, 뭐랄까 가슴이 막~ 아~ 정말 너무 좋더라~’



“아..!”



소영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야채들을 볶기 시작했다. 7시 5분. 곧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다. 그녀는 잘 섞여진 야채에 간을 맛보다가 창건의 방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창건아. 새나 좀 깨워라- 오늘 일찍 가는 날이잖니”



“누나 어제 안들어왔는데.”



“...”



그녀는 또 다시 멍하니 야채들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야채들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어젯밤 잠이 오질 않아, 텔레비전 앞에 앉아 1시까지 깨어있었지만, 새나가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 탁!



조금 전보다 더 신경질 적인 소리가 났다. 그녀는 얼른 후라이팬이 뒤집개에 긁히지 않았나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하아....’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연락 없었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영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을 질문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문 앞에 서서 신발을 신는 소리가 들릴 뿐. 다시 한 번 조용히 한숨을 내쉰 그녀는, 주걱으로 밥을 한움큼 퍼내어 익은 야채들 위에 얹었다. 그녀가 뒤집개를 이리 저리 휘젛을 때마다, 하얀 밥과 노릇노릇한 야채들은 희미한 김을 내며 골고루 섞이었다. 하얗던 밥은 야채들에 섞이어 누렇게 색을 입어갔다.



- 끼릭. 타앙!



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주 짧게 들리더니, 이내 큰 소리를 내며 닫히었다. 문을 나선 창건은, 뒤로 돌아 다시 문을 열려다가, 고개를 흔들더니 계단을 내려와 집 밖으로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창건은, 그 누구보다 학교에 일찍 도착한다.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서도 그는 항상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출발한다.



- 두우우우우우!



그의 왼쪽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얼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지만, 실망한 얼굴이었다.



- ‘잔소리꾼’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



〔 엄마가 뭐라든? 어쩌다보니 집에 못들어갔다. 나 오늘 마감팀이니까 저녁때 머리 자르러와. 너 뒷머리 너무 길어 〕



그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뒷머리를 움켜쥐었다. 〔 어. 8시 간다 〕. 그는 그렇게 답장을 보내고는 다시 학교로 향했다. 오후에 비가 쏟아질 것을 예고하듯, 저 멀리 회색빛 구름들이 엉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영은 아침상을 다 차려놓고는 남편이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창범은 깨어있었다. 이불을 저 멀리 걷어찬채, 옆으로 누워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07:14’. 소영이 방에 들어오자 흠칫 쳐다보고는, 다시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깼으면 일어나지, 모하고 있어요?”



“.....”



“어제 일찍 잤으면서, 더 자려구요?”



“아니...”



평소와 달리 창범에 목소리에는 힘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그런 그의 태도가 수상스러웠다. 무엇인가 숨기는 건지, 몸이 안 좋은 건지.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녀는 그저 의심만 될 뿐이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몸이 가볍게 느껴지네.”



“당신,, 요즘 살 빠졌어요- 일땜에 스트레스 쌓여서 그렇죠? 그러니까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지. 어서 일어나요. 다 차려놨으니까-”



“....”



그는 좀처럼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07:15'.'07:16'.'07:17'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하며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도저히 아침 먹을 입맛이 없다.. 그냥 치워-”



소영은 그가 보라는 듯, 밥상 위에 식어가고 있는 노릇한 볶음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창범에게 무엇인가 강요할 수 있을 만큼 그에게 강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쉽게 체념하고 의자에 앉아 혼자 숟가락을 들었다. 한 숟가락을 퍼서 입에 넣으려다 내려놓고, 또 다시 넣으려다 내려놓고,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는 겨우 입에 집어넣었다. 밥 위에 얹힌 깨의 고소함도, 간을 맞춰놓은 야채의 짠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억지로 목구멍을 넘긴 소영은, 떨리는 눈으로 냉장고 옆에 달려있는 달력을 보았다. 보기 싫은데, 보면 안되는데, 그렇게 속으로 반복하면서도, 두 눈은 또렷히 오늘의 날짜를 보고 있었다. 4월 18일. 오늘은 그녀가 창범과 결혼한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단 한번도 기대한적 없었던 날이지만, 오늘만큼은 4와 18이라는 숫자가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도 쓸쓸하게 만들어버렸다. 고르게 섞인 볶음밥 마저도‥.



'가족,,이라는게....'



소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머릿속은 어느새 그를 처음만났을 그 시절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 '가족'. 하나이면서도 하나이기 힘든 집단.. By. 나무늘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