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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심안

2009.01.23 14:08

民華 조회 수:77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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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 (1)


 "어제 밤 9시경 ○○역에서 김△△씨가 선로로 뛰어내려…."
 몸을 뒤척이며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찾는다.
 6시 2분.
 최근에 느낀 사실이지만 제 시간에 일어나는 데에는 머리맡에 두는 핸드폰보다는 TV가 더 좋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온몸이 좀더 쉬고 싶다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나의 의지는 그보다 강했다.
 "후우…."
 억지로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다. 아무래도 어제 회식의 여파가 남아있나보다.
 "망할 부장 새끼."
 갑자기 속에서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부장은 악마다. 아니, 부장이 나쁘다기보다는 한국의 회식 문화가 나쁜 것이겠지. 나 같은 신입 사원에게 있어서는 회식도 일이다. 회식 자리에서 개인기는 물론이거니와 상사의 되먹지도 않은 논리에 맞장구를 쳐야하며 마지막까지 남지 않으면 눈밖에 나게 된다.
 "다음은 날씨입니다. 오늘은 어제 새벽에 내린 폭설로 인하여…."
 TV에서는 이런 나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잔인하게 말한다.
 "오늘 운동은 무린가."
 회식이 아무리 늦게 끝나기로서니 다음날 지각에는 자비가 없다. 아무래도 빨리 출근하지 않으면 지각할 태세다. 이 모든 상황이 무척이나 불만스럽지만 나는 순응할 수밖에 없다.
 한 번 결심을 굳히자 출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6시 33분. 좋아."
 다시 한 번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아, 반지!"
 황급히 어제 산 반지를 찾아 챙기고 월세방 문을 박차고 세상으로 나간다.

 회사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다가 지하철로 갈아타야한다. 모두 뉴스를 본 모양인듯 출근하는 사람들로 버스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모든 정신을 귀에 집중한다. 이어폰을 통해 전해지는 음악을 통해 나만의 공간을 만들며 되도록이면 사람을 보지 않으려 애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사람의 과거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상대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 어렸을 땐 어땠는지, 어제는 뭘 했는지조차 알 수 있다. 좋은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비웃으며 조롱하는, 그것이 세상이다.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는 더 이상 눈을 마주치 않으려 노력한다. 이 세상이 거짓만이 아니길 믿고 싶기 때문일까.

 [사람은 말이지, 어쩔 수가 없는 거더라구? 내가 이렇게 되고 싶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여.]

 확실히 교통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빨리 출발한 덕분에 누구보다도 회사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치 행동 지침이라도 있는 것처럼 나는 모든 창문을 열고 간단한 청소를 시작한다. 겨울이지만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맑은 아침 공기가 춥다기보다는 신선하다. 그리고 청소를 마친 후 마시는 커피와 신문. 이 시간이 제일 편안하다. 나만의 공간.
 "오, 이게 누구야. 새벽까지 마셨을텐데 빨리도 왔네?"
 안락한 휴식을 방해하는 소리가 내 뒤통수를 때린다.
 "이 대리님, 빨리 오셨네요."
 스마일, 스마일. 회사에서는 웃지 않으면 안 된다.
 "어제는 미안했어. 워낙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지."
 거짓말. 능구렁이 같은 놈. 시선은 항상 입을 본다. 이런 녀석 따윈 굳이 눈을 보지 않아도 안다.
 "아, 그러셨어요? 하하."
 무난히 넘긴다. 하긴 이런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나도 거짓에 찬 위선자에 불과하지만.
 애써 참으며 고통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후에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과의 시작과 끝. 그리고 커피 한 잔.

 조금 늦긴 했지만 다행히 잔업도, 회식도 없다.
 안도한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윤혜지.
 대학교 때 선후배 관계로 만나 5년째 사귀고 있다. 처음에는 혜지의 눈을 마주보기가 두려웠다. 그녀의 과거를 보고 그녀의 거짓에 실망할까봐. 하지만 내가 아는 한(사실 100%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녀는 4년 동안 나에게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의심하고 불안한 마음에 그녀의 과거를 보는 내가 바보일 정도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든 나에게 있어 그러한 그녀는 빛과 같은 존재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미 나는 썩어 문드러지고 말았겠지.

 오늘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프로포즈를 하려한다. 이런 나로 괜찮을까 불안하면서도 자신감에 넘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예약해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유지훈이! 사람은 말이지, 평생에 몇 번 후회를 할까?]

 "어서오십시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자 웨이터가 나를 반긴다.
 "오늘 8시 예약한 유지훈이라고 하는데요."
 "아, 벌써 일행분이 와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역시 혜지야. 웨이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핸드폰 시계를 본다. 7시 57분. 혜지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절대 없다.
 혜지가 보인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뭘 이렇게 일찍 오고 그래? 난 2~3시간 정도는 그냥 기다릴 수 있는데."
 적당히 농을 떨며 자리에 앉는다. 차갑다, 의자가. 차갑다.

 "오빠, 나 할 말이 있는데."
 "어? 나도 마침 할 말 있었는데. 뭔데?"
 아직도 차갑다. 이상하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

 차갑다. 그리고 얼어붙는다. 고개를 숙인 채.
 그 한 마디가 나의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뇌는 미친듯이 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이해되지 않는다.
 '왜?'라고 물어봤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의 입도 얼어붙은지 오래다. 망할 놈의 의자. 어쩐지 차갑더라니.

 고개를 들었어야만 했다.

 그리고 혜지의 눈을, 과거를 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뜨거운 눈물과 콧물로 젖은 나의 더러운 얼굴로 그녀를 마주볼 용기가 없었다.

 그 후, 혜지는 나에게 뭔가 말을 했던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이 사람 보게. 술을 마셔야 바로 보이는 것도 있는 거야!]

 망할 부장님, 명언이십니다. 제가 틀린 게 아니죠? 세상이 틀린 거죠? 오늘 같은 날은 그리도 싫어하던 술을 오라지게 마시고 싶네요.

하드 정리 중 발견한 습작??
지금 보면 그냥 부끄럽지요(…)
딱 보면 스토리 진행 할라고 막 넘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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