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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바퀴벌레[단편]

2009.07.04 13:29

스밤 조회 수: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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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너무나도 낡았다.
허름해서 언제 쓰러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작은 주택건물의 옥탑방. 그곳에서 난 생활하고있다.
오늘도 오후 늦게나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구인정보를 뒤적이며 이 한심한 생활을 마감하려 애쓴다.


 


'전화받으세요~~' '전화받으세요~~'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자 난 인상을 쓰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도훈아, 너 뭐하노?"


 


"아 엄마, 저 일자리 알아보고 있어요."


 


"언제까지 일자리만 알아볼낀데? 으이? 내가 그래서 너를 그렇게 서울에 있는 학교로 보낼라고 했드니만.."


 


 


언제나 매일 걸려오는 전화, 그 전화로부터 들려오는 이 엄마의 잔소리.
너무나도 지겹다. 짜증이난다.


 


 


"아! 걱정하지 말라구요! 제가 노는것도 아닌데..."


 


"그러니께, 니가 뭐, 만화? 그것만 그린다고 집만 안나갔어도~, 니가 그렇게 살고있진 않았을꺼 아이가?"


 


 


엄마는 답답한듯 말씀하셨다.


 


 


"아 진짜 엄마! 그얘기는 왜또 꺼내요!! 정말! 제가 알아서 할테니깐 그냥 두세요!"


 


 


난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난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서 만화를 그리는걸 반대하는 집을 뛰쳐 나와 알바를 하며 학원을 다니다가
결국 군대를 다녀오게 되고 아직까지 놀고먹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린 콘티를 가지고 여러 출판사와 만화가를 찾아봤지만 들려오는건 냉대한 소리뿐.


 


사사사사삭


 


집이 낡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약을 붙여보아도 바퀴벌레 떼는 끊이질 앉았다.


 


 


"에이씨."


 


 


나는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뱉고는 책을 돌돌말아 바퀴벌레를 향해 던져버린 후 바닥에 누워버렸다.


 


 


 


"내가 그린게 뭐 어떻다고.."


 


 


 


난 내가그린 콘티를 집어들어 보며 중얼거렸다.


 


 


 


'전화받으세요~~' '전화받으세요~~'


 


 


또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소리. 난 다시 전화기를 집어들어 봤고 그곳엔 현수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어 현수야."


 


"도훈아, 너 요즘도 집에만 있냐?"


 


"그래. 근데 왠일이야?"


 


"내가 일하는 사이트에서 웹툰작가를 모집하는데, 너도 한번 와보라고"


 


"정말?"


 


 


 


웹툰작가를 모집한다는 현수의 말에 난 벌떡 일어났고, 통화를 하며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면접을 봐야겠지? 뭐뭐 필요한데?"


 


"아니, 아직 면접은 필요 없고, 그냥 네가 그린 만화를 스캔해서 핸드폰번호랑 같이 우리 사이트 메일로 보내면 돼.
제목은 웹툰작가신청. 위에서 보고 괜찮으면 너한테 전화가 갈거야."


 


"그래, 고맙다. 나중에 술한잔 살게."


 


"그래~ 수고해라~."


 


 


 


역시 친구보다 좋은게 없다더니, 난 당장 내가 그린 그림을 스캔해 메일로 보냈고,
난 평생 한번도 믿어본적이 없던 하나님을 찾게되었다.
그리고 곧 마감날이 되어서 나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나를 뽑아준다는 전화통화였다.



난 기뻐 미칠것만 같았다. 당장 현수와 호성이,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다들 직장이 있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밤늦은시간이 되어서
집을 방문하였고 녀석들의 손엔 술병이 잔뜩 들려있었다.


 


 


 


"임마, 축하한다!"


 


"고마워. 흐흐 어서들어와."


 


"오늘은 진탕 마셔볼까?"


 


 


 


이렇게 모인적도 오랜만이다. 서로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난 라면을 끓이고 오랜만에 치킨도 시켜 녀석들에게 대접해주려했다.


 


 


 


"야~! 정도훈!! 이제 드디어 백수 탈출이구나!"


 


"크크큭 그러게. 그런데 방구석폐인 타이틀은 못벗을거같네?"


 


"야~ 그만놀려!"


 


 


 


즐거운 한때였다. 그렇게 술을마시며 라면을 먹자 치킨이 도착했고,
우린 즐거운 마음으로 치킨을 들어 한입씩 물었다.
그리고 치킨을 한입 물자 치킨에서 상당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욱.."


 


 


나와는 달리 녀석들은 그런것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게.. 뭐야?"


 


 


 


치킨을 뱉어내자 그 속에선 검붉은 광택이 나며 손으로 쉽게 부서지는 작은 조각이 나왔다.
치킨을 마저 뱉어내고, 치킨을 주문한곳에 전화해 따지려 했지만,
이 즐거운 기분을 망치기 싫었기에 그냥 말없이 술잔만 들었다.


녀석들은 기분좋게 술에 취한채 잠이 들었고 날이 밝자마자 녀석들은 회사로 향했다.
나도 녀석들을 보내곤 집을 치우려 하는데 어제 내가 뱉어낸 치킨에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리는게 보였다.


 


 


 


"아이씨, 도대체 뭐야 진짜!! 두번다시 여기서 치킨 시켜먹나봐라!"


 


 


 


나는 고무장갑을 낀채 바퀴벌레와 치킨이 뒤섞인것을 봉투에 넣어 묶은 후
밖으로 나가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리곤 어제 사이트에서 온 전화내용을 떠올렸다.


 


 


'우선 뽑힌 웹툰작가님들을 모아서 작은 모임을 가지려고하니 아침 10시까지 본사로 와주세요~'


 


 


그래.. 나.. 일자리가 생겼지..
순간 기쁨이 차올랐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뻐하고 있을수는 없다.
벌써 아침 8시 밥을먹고 준비하기에도 약간 빠듯한 시간이다.
결국 난 아침밥을 포기하고 거울앞에서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각


 


"앗!"


 


 


 


너무 오랜만에 하는 면도라 그런지 나도모르게 살점을 베어버렸다.


 


뚝 뚝


 


세면대 위로 검은 피가 떨어졌다.


 


내 몸이 안좋은가 하고 생각도 했지만, 난 급히 모임에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애써 무시하고
세수를 한 후 상처에 반창고를 붙였다. 그리곤 오랫동안 구석에 박아뒀던 양복의 먼지를 털며 입었고


거울에서 보이는 제법 멋진 나의 모습을 보며 갈 준비를 마쳤다.
난 부푼 기대를 안고 본사로 향하였고 그곳엔 다른 작가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난 다른 작가분들과 친해져야겠단 생각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저..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몇번이나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약간 화가 났다.
하지만 즐거운 날인데 그와 싸울수도 없지 않은가?
난 약간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본사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이름을 부르며 사람 수를 체크하였다.


 


 


"강철웅씨"


 


"네, 접니다!"


 


 


 


아까 내 말을 무시한 남자였다.


 


 


"정도훈씨"


 


 


내 이름이 나오자 난 손을 번쩍 들며 자신인것을 확인시켜줬다.


 


 


"네!"


 


"정도훈씨, 안계시나요?"


 


"네! 여기요!"


 


 


 


그 사람이 날 못본것같아 손을 크게 흔들며 더 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흠.. 아직 안오셨나보군요.. 일단 오신분들은 먼저 들어가죠."


 


 


본사의 사람이 나를 보고도 아는 채를 안하자 난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나를 힐끗 보더니 손으로 내가 잡은 어깨를 탁탁 털어버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난 일미터는 뒤로 튕겨져 나갔다.


난 이런 대접을 받은게 화나고 억울해 그를 향해 소리질렀다.


 


 


"이봐요!! 지금 이게 뭐하시는건가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본체도 하지 않았다.
난 화를내며 그의 뒤를 쫒아갔고, 작가들이 모이는 장소에 다다랐다.


 


 


"이봐요!!! 사람을 봤으면 본체라도 해야 될거아니야!!"


 


 


하지만 누구 하나 나를 쳐다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모임은 시작됐고 난 화가 잔뜩 나서  책상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한 여자가 나를 쳐다보더니 표정을 일그리며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왜그러세요?"


 


 


본사의 사람은 왜그러냐고 묻더니 곧장 나를 보고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은 어디론가 나가 청소하는 아줌마를 불러왔다.
난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어 가만히 자리에 앉았고 그러자 여자는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서 도망가버렸다.


 


 


'뭐야!!? 도대체 뭐하자는거야? 사람을 무시하는것도 정도가 있는거지..'


 


 


나는 화가 잔뜩 났지만 모처럼 인정받았기 때문에 꾹 참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본사의 사람은 나를 향해 손가락을 뻗쳤고 청소하는 아줌마는 걸레로 내 머리를 쥐자
놀랍게도 난 더럽고 냄새나는 무언가... 아니 걸레 속에 갇혀버렸다.


 


 


'뭐, 뭐지!? 이게뭐야??'


 


 


난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고 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냄새나는 걸레 속에 같혀 발버둥 치고 있을때 청소아줌마와 본사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어후 요즘들어 바퀴벌레가 많아진것 같은데..? 이거 업자 불러야되는거 아니어유?"


 


 


"그러게말입니다.. 위생관리는 철저한데.. 이상하네요.."


 


 


아.. 난 바퀴벌레가 된것인가? 내가 바퀴벌레가 되었다는 인식이 들자 마자
두개의 팔 두개의 다리로 이루어져있던 내 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여덟개의 지느러미같은 작은 다리로 바뀌어있었다.


그렇게 난 걸레속에 어느정도 같혀 있자 어느곳으로 내팽개쳐져 버렸다.
물이 많아 허우적거리고 있을때 청소아줌마는 무언가를 눌렀으며
난 우렁찬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물에 휩쓸려져 내려갔다.


모처럼 처음으로 내 작품을 인정받았는데..
아.. 이렇게 죽어야하다니..
난 점점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