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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번역 기계

2009.06.25 05:50

오메가 조회 수:61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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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계>


 


내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할 이 이야기는 내가 개발한 어떤 기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학시절의 나는 컴퓨터공학과 언어학을 동시에 전공하였는데 한편으로는 고고학과 기호학에도 흥미가 깊어서 늘 도서관에서 고문헌을 연구하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고대문장의 구조를 분석하여 그 의미를 해독하게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되었고 몇 일간 고민끝에 정말 놀라운 프로그램 알고리즘이 떠올라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알고리즘은 매우 획기적인 방법인데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아무튼 그렇게 실행에 옮겨 한달만에 "번역21"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여기서 21은 그것을 완성한 날짜가 4월 21일이었기 때문이었고, 21세기의 뜻은 아니었다.)을 완성하였다.


 


 나는 가장 먼저 "번역21"에 약 300페이지 분량의 프랑스어로 된 소설을 입력하여 보았다. "번역21"은 어떤 언어에 관한 정보도 미리 입력된 것이 없었지만 놀랍게도 반 이상의 프랑스어 문장을 완전히 번역하였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판매하여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학교 공부를 잠깐 중단하고(적어도 이때는 잠깐이 될 줄 알았다.) "번역21"의 다음 버전을 개발하는데 몰두하였다.


 


  2년만에 완성한 다음 버전인 "번역22"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기계로 개발되었다. 나는 이 녀석에게 전세계 인터넷으로부터 잠시도 쉬지않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덕분에 녀석은 스스로 굉장한 속도로 똑똑해져갔다. "번역22"가 작동을 시작한지 1년만에 그 동안 누구도 해독하지 못하였던 전세계의 고대문장들을 해독하였고 각 계의 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대문장들은 의미심장한 단어들로 되어있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매우 쓸데없는 내용도 많았고 하나하나가 발표될 때마다 학계의 큰 파장이 일었다. 물론 나의 "번역22"의 명성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였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사례비를 벌어다 주었다.


 


 그러나 결코 나는 편안하지 못하였다. "번역22"로 말미암아 고고학자들과 기호학자, 고문헌연구가들의 노력이 무의미해졌고 심지어 그들은 나와 "번역22"를 파멸시키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쯤 나는 "번역23"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번역23"은 문자 뿐만아니라 모든 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보고 해독할 수 있고 해독할 대상마저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있었다. 숨어서 밤낮을 연구한 끝에 나는 마침내 "번역23"을 완성하였지만 학계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하였다.


 


 어찌되었든 결국 나를 해치려는 자들은 나를 찾아내었고 "번역22"가 눈앞에서 파괴되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은 기어코 나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나는 그들의 총알을 피해가며 도망치는데는 성공했지만 옥상에서 뛰어내릴때 때마침 지나가던 차에 치여 29살의 젊은 나이에 불구의 몸이 되고 말았다.


 


 나는 거의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지만 문득 비밀창고에 가동한 상태로 숨겨둔 "번역23"이 궁금해졌다.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비밀창고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너무 놀라서 거의 숨이 멎을 뻔 하였다. "번역23"이 첫번째로 선택한 해독대상은 다름아닌 끊임없이 흘러가는 이 지구상의 시공간 그 자체였으며 그것의 의미를 해독하고 있는 것이었다.


 


 "번역23"은 잠시도 쉬지않고 해독작업을 하여 불과 두 달만에 결과를 내었는데, 해독결과는 매우 반복적이며 단순하였으며 충격적이고도 절망적이었다. 우리 지구는 언젠가부터 계속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