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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typing+잃어버린 느낌

2009.05.15 09:32

idtptkd 조회 수:604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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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yping >


 개조된 원룸. 얇은 벽 너머로 들려오는 타이핑 소리는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 없이는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원래는 다세대 주택으로 방 3개에 부엌 하나, 화장실 2개의 집이었지만, 개조를 하여 원룸으로 쪼개서 사람들에게 월세로 빌려주고 있다. 나는 그런 원룸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천천히 몸을 침대에 눕혔을 때, 얇은 벽 너머로 타이핑 소리가 들린다. 매일 밤 나는 소리이다. 이 옆방에 누가 사는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보고 싶다.


 어느 날은 타이핑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려고 했을 때, 밤 새 무서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옆방에서 마치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듯 했다.


 그 날부터 한 번도 타이핑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이 방에 왔을 때부터, 매일 들렸던 소리가 없어지니 나는 불안해졌다. 옆방의 문을 두드렸다. 단 한 번도 복도에서 만난 사람이 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노크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슨 용기였는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너무 쉽게 열렸다. 방문을 열었을 때, 낡은 타자기가 있었다. 무슨 18세기 설명할 때나 보일 타자기였다. 자세히 보니 먹지랑 종이를 넣어서 진짜로 버튼을 두드려서 타이핑하는 거였다. 일반적인 키보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라면 벽을 뚫고 소리가 들린 게 이해가 갔다.
 나는 방 안에 그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타자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을 옮겨서 방 안에 들어갔다. 순간 발에 무언가가 채였다.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바닥을 내려다봤다. 어떤 사람이 엎어져있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손에 쥐고 있는 약통에서 나온 동그란 알약들이 바닥에 퍼져있었다. 나는 그의 옆구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던 거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비록 월세의 원룸에 살지만, 그건 나 혼자 살기에 구한 것이고, 나는 절대 생활고 같은 거에 시달리지 않았다.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 충동이 든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황급히 타자기를 훔쳐서 내 방으로 돌아갔다.


 타자기를 침대 밑에 숨기고는 침대에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내가 왜 그랬지?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포기를 하고 몸의 힘을 뺐을 때, 내 왼손을 자동으로 침대 밑의 타자기에 가있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치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며칠 동안 듣지 못한 타이핑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거다.
 탁, 타닥.
 그 소리에 잠을 잘 수 있었다. 밤 새 내 왼손을 나도 모르게 침대 밑의 타이핑기를 건드리면서 나를 잠으로 이끌었다. 그런 짓을 해놓고는 나는 요 며칠 중에서 가장 편하게 잠에 들었다.
 아침에 정신을 차렸을 때도 타이핑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타이핑 소리에 일어나기 싫었지만, 지금 내 왼손으로 치고 있는 타자기를 훔친 어제의 사실이 떠올랐다. 평범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 뒤에 든 생각은 ‘왜냐면 내가 옆방의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옆방의 사람을 죽였을 리가 없다. 그는 약을 먹고 쓰러져있었다. 죽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회사에 갔다 온 다음에 씩씩 거리며 나가는 다른 방의 사람을 봤다. 그 다른 방의 사람 뒤에는 방 주인이 곤란한 표정으로 있었다. 말을 걸어보니 옆방의 사람이 자살을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방을 뺐다는 거다.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에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해야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는 자세히 물었다. 수면제 과다로 인한 자살이고 유서도 발견되었다는 거다. 방주인은 그 뒤 말을 흐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는 그것에 안심했다. 왜냐면 말을 흐렸으니 나에게도 뭔가 묻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머리 속에는 타자기가 내 것이 되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계속 내 왼손으로 타자기를 치고 있다. 종이나 먹지는 이미 떨어졌을지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단순히 이 버튼이 눌리는 소리만 필요했다. 그래서 좋다. 이 타이핑 소리가.


 


 


 


 


 


 



<잃어버린 느낌>


 비록 조금 찜찜한 감은 있었지만, 방에 들어서자 의외로 너무 깨끗한 가구들에 놀랬다. 그리고 가장 놀란 건 침대. 누군가 썼다는 걸 모를 정도로 말끔한 모습! 하얀 시트에 누워서 빈둥거렸다. 그렇게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역시 나의 빈둥거리는 성격 탓에 자취 생활은 곧 엉망이 되었다. 친구들이 와서는 끔찍해하면서 치워주면 오히려 고맙다고 쪽 소리 나게 볼에 뽀뽀를 해주면 징그럽다고 발기질 하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더 괴롭히고. 어쨌든 사람 괴롭히는 건 신체적이거든 정신적인 거든 둘 다 좋아하니까.
 특히 자취 생활 중 가장 엉망이 되는 건, 물건이 사라지는 거였다. 그것도 자잘한 것들. 그렇지만 필요한 것들. 손톱깎이라던가 귀이개 같은 거. 근데 어느 날부터는 어떤 게 사라졌는지 모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 느낌을 설명하기가 되게 어려운데. 볼펜이 없어지면, 없어진 걸 모르다가 쓰려고 찾으면 없는 걸 알지만, 요새 느끼는 느낌은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다. 잊었다가 잃어버린 걸 아는 게 아니었다. 하도 잃어버려서 그런가보다 하다가도, 학교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근데, 신기한 게 그러고 나서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이사 와서는 한 달에 4번이나 산 빗도 그런 느낌이 든 이후로는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다만, 언제나 집에 와서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너무 심해서, 도대체 잃어버린 게 뭔지 찾기 위해서 정말 처음으로 청소라는 걸 감행했다. 정리까지는 해도 청소까지 제대로 한 적이 없기에 친구 녀석들은 ‘미쳤냐’라는 말을 했다. 왜냐면 가구까지 들어내면서 청소하려고 도와달라고 했기에.
 문제는 아무도 안 도와줬다. 젠장할, 진정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내가 절벽에 서 있으면 뒤에서 밀면서 ‘안녕~’이라고 웃으면서 손 흔들 놈들.
 어쨌든 혼자서라도 가구를 밀어서라도 청소하자고 생각했다. 비록 장판이 긁히는 일이 있어서 집주인 아저씨한테 혼날지라도!
 어질러져 있던 옷가지를 무조건 욕실의 세탁기에 쑤셔넣어놨다. 당장 빠는 건 아니지만, 세탁물을 정리할 통을 따로 둘 정도로 내 원룸을 넓지 않다. 게다가 청소중이니까. 그 다음은 책들이었다. 솔직히 몇 권 되지 않지만, 잃어버려서 공부를 포기했던 전공서가 나오는 순간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옷장 아래에서 나온 수많은 동전과 면봉들 탓에 내가 건강하게 있다는 거에 놀라워했다. 면봉들은 가히 바이러스, 아니 곰팡이의 서식지였다. 마치 무슨 실험을 하기 위한 것인 양 여러 종류로. 이건 뭐.
 정리가 다 끝나자, 처음에 이 원룸에 들어왔을 때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청소라는 걸 했다는 성취감이 느껴졌지만, 결국 많은 걸 찾았지만, 왠지 모르게 정말 결국에는 정말 찾아야할 것을 찾지 못 한 느낌이었다.
 침대에 쓰러지자 알아챘다. 침대 밑을 정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간신히 일어나서 몸이 삐걱거렸지만, 침대 밑을 들어다봤다. 양말이 가득할 거라 생각한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먼지 하나 없었다. 그러고 나서 이상함을 느낀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침대 밑에서 눈을 땠다.
“왜 아무것도 없지?”
 정말 왜 아무것도 없지? 혼자 있는데도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왔다. 침대 밑을 다시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침대 밑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침대 밑에는 원래 서랍이 2개 있었다. 그래서 그 빈 공간은 차있었다.
 헐. 나는 서랍 2개를 통째로 도둑 맞아놓고는 지금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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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ing에서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한 당신은


낚인 겁니다^ㅡ^


 


큿.


 


역시 42제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