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완성

2009.04.30 07:26

idtptkd 조회 수:587 추천:1

extra_vars1 78-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기쁜 것 같습니다.”
“싫은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듯합니다.”
 그 세 마디로 우리 팀의 프로젝트는 거절당했다. 그는 우리 프로젝트의 일원이자 대상이었다. 그는 언제나 ‘~같습니다’,,~인 듯합니다’라는 말을 썼다. 그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이었다.
“아무래도 더 많은 지원금은 받기 힘들 것 같아.”
 팀장인 선배의 말에 나는 저절로 고개가 떨어졌다. 왜냐면, 나는 팀 내에서 조금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책임이 더 무거웠기 때문이다. 다들 공학자였지만, 나만 인문학도였다.
“야아, 네가 그렇게 어두운 얼굴하면 어쩌냐.”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냐. 아직 그 녀석이 부족한 거지.”
 프로모션 장소에서 끝까지 ‘같습니다’라는 말을 해버린 그를 지칭하는 거였다. 팀장 선배는 자신도 괴로울 텐데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러면서 자신이 예전에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에서 실패와 실수를 했었는지 말했다. 나는 그런 선배의 말에도 오늘의 실패를 계속 생각했다. 뭐가 잘 못 된 거지?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커피를 타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5명의 정규 연구원의 커피 취향과 연구실을 들렸던 30여명의 커피 취향도. 내가 블랙에 프림을 절대 넣지 않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설탕을 한 스푼만 넣는다는 세밀한 것까지 알고 있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내 얼굴을 살폈다. 눈동자가 살짝 감이 멀어진 듯 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는 내 커피에 설탕을 한 스푼 넣어서 내게 건넸다. 나는 그 점이 정말 싫었다. 내 표정을 읽고 있으면서 자신은 언제나 ‘같습니다’라는 말투를 쓰는 점이!
 연구실에 돌아와서 나는 그가 아닌 팀원들을 지켜봤다. 혹시 그의 ‘같습니다’ 말투가 나의 설계가 잘 못 된 것이 아니라 다른 팀원의 행동을 보고 학습된 것은 아닐까하고. 문제는 현재 그런 비슷한 말투를 쓰는 거라고는 ‘~이지 말입니다’ 정도였다. 군대 대신 연구실 일을 도와주는 막내의 말투였다.
 그 외에 연구원 중 누구도 자신의 감정을 뭉텅 그려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인문계열 출신이라 그런지 자연계열 출신인 다른 연구원들을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감정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연구원들을 관찰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제는 그 시스템도 내가 설계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까? 왜냐면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내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시스템은 하나의 설계에 기반을 둔 기능일 뿐이었다.
 그는 내게 다가왔고, 또 다시 커피를 건넸다.
“고민이 있어 보입니다.”
“어째서 너는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눈 크기가 평소보다 약간 작고 지친 듯 입 꼬리가 내려갔지만, 미간에 주름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표정에 의한 인식 또한 그 시스템의 기능이었다. 나는 미칠 것 같았다. 어째서 그는 상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너 만약 폐기처분 된다면 어쩔 것 같냐?”
“그건 싫습니다.”
 미치겠는 건 이거다. 연구실에서는 ‘싫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짜증이 나서 그가 가져온 커피에서 시선을 돌렸다.
“제가 뭔가 심기를 어지럽혔습니까?”
“…….”
“제가 예상하는 게 맞는다면 제 의견을 말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멋대로 지꺼려봐.”
 내 신경질적 대답에 반응한 건 그가 아니라 막내였다. 막내는 그보다 더 불안해하면서 괜히 다른 연구원들에게 나에 대해 물어봤지만, 다른 연구원들은 ‘시스템 테스트’라고 대답했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오늘 자리에서 나오신 분들은 높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다른 이들에게 반말을 하지만 존댓말로 대답을 받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로 연구팀을 물 먹이려고 그런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커피를 식게 놔뒀다. 첫 번째 커피 잔은 이미 비워져있고 두 번째로 준 커피 잔의 커피에서는 김이 나다가 점점 연기가 얕아졌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말 안 한게 문제였나? 아, 그래. 너의 충성심은 잘 알지. 시키는 건 다하니까!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너를 자유롭게 해줬어! 근데 너는 뭐지?”
“저는 제가 학습과 입력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 따위로 말을 했나?”
“어떤 것을 지칭하는 지 추측하자면, 제가 ‘기쁜 것 같습니다’와 ‘싫은 것 같습니다’,‘안타까운 듯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연구실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그 말이 뭔가 잘 못 된 것입니까?”
“잘 못? 잘 못 되지 않았어! 아니, 내가 잘 못 되었지.”
 결국 계속 소리 지르게 되었고 목이 아팠다. 커피는 적당히 식었고 커피를 한 숨에 들이켜고 있는데 그는 눈썹을 내리깔고 눈을 약간 작게 뜬 채 고개를 15도 정도 숙였다. 나는 그것이 뭐를 뜻하는 지 않다. 상황상의 잘 못. 절대적인 도덕에 의한 잘 못이 아닌 상황에 의한 기대에 부흥하지 못 했을 때, 유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의 말에 나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놨다.
“높으신 분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자리를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웃어줬다. 그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 나는 ‘로봇의 감정 시스템의 완성’의 순간을 본 것이니까!


 


=============================================================


 


42제를 언제 채울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에고, 짧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좀 잘 안 되네요.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