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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24

2009.04.18 07:52

idtptkd 조회 수:668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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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것은?
 당신은 위의 두 질문이 같은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까?
 그렇다면 묻겠다. 위의 존재가 되고 싶으냐고.


 내 기억이 뚜렷한 시점에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동그랗고 장난스런 눈과 유난히 색이 뚜렷했던 입술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기억이 뚜렷해진 시점의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그는 꽤나 컸었을 거다.
 내가 어째서 그를 키우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건 내 기억이 뚜렷해지기 전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마을에서 나와 그는 남남이었지만, 내가 그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나도 그도 마을에서도 알고 있었다. 전혀 의심을 가질만한 일이 아니었다는 거다. 문제는 그 이유를 내가 모른다는 거였지만.
 나는 마을에서 학자로 불리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 뿐이었다. 내가 모르는 것인 그를 키우는 이유는 마을 사람들이 알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어쩌면 그 탓에 나는 학자로 불렸던 거다. 마을 사람들은 궁금하게 있으면 나에게 묻지만, 나는 궁금한 게 있어도 묻지 않았다. 뭐, 그런 탓에 나는 뭔가 특별한 취급을 받으면서 농사나 마을 공동의 일에 빠졌다. 나는 책에 더 빠져들 수 있었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얻어진 것들을 나누는 것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마을의 아이들을 가리켰다.
 문제는 마을의 아이들과 같이 가르친 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똑똑했을 거다. 아마도? 왜냐면 그의 그런 모습도 내 기억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랬을 거라는 추측일 뿐이다.
 내 기억이 뚜렷해진 시점 이후로 그의 모습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불가능.
 어느덧 그도 청년이 되었다. 얼굴을 기억 나지만, 그 뒷모습을 기억난다. 성인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을은 뒤집혔다. 3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았다. 마을을 통과하는 강은 말라버렸다.
 지금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나도 기억이 또 다시 희미해진다. 도대체 뭘? 뭘 기억해내려고 하는 거지? 모르겠다. 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뭄 속에서 그는 마을의 사람들을 모았고, 일종의 기우제를 지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기우제의 형태와 닮은 것은 없었다. 왜냐면 그 기우제는 그의 자살, 아니, 그의 공개 처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처형날, 집에서 나오지 않고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울다 울다 학생 중 하나가 내게 와서, 그의 매장이 끝났다고 했다. 그 학생의 말이 끝나자 마을에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나는 손목을 그었다. 죽지는 않았다. 상처만 생겼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제안이 나의 지혜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게 감사의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죽음으로 얻어낸 곡식들을 먹지 않았다. 다시 손목을 긋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일주일 동안 먹지 않았다. 내가 잠들거나 기절한 사이에 마을 사람들이 내게 물을 먹이려다가 호흡을 방해해 속이 타는 기침과 함께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일주일.
 그리고 내게 음식을 먹인 건 그였다. 사람들의 표현으로는 그를 매장한 산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이더니 그가 내려왔다는 거다. 나는 그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죽음을 뚫고 마을을 또 다시 지키기 위해 온 신으로 생각했다. 왜냐면, 마을을 이번에는 가뭄이 아닌 산짐승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기력이 쇠한 나를 돌보는데, 한 달을 쓰고는 산에서 내려온 거대한 멧돼지를 상대했다. 그 싸움으로 그는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마을 사람들은 또 그를 매장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또 다시 그는 내려왔다.
 끔찍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매번 부탁을 했다. 나는 이제는 그만두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마음이 여렸을 거다.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의 성격, 그의 말투, 그의 모습. 다만, 그랬을 거라는 추측 뿐. 왜냐면 그는 단 한번도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으니까.
 심지어 떠돌던 이방인들이 마을을 약탈할 때, 그는 혼자서 싸웠다. 다만, 내가 가슴이 아팠던 건 그가 그 싸움으로 죽었다는 것도, 그가 그런 싸움으로 이방인을 죽였다는 것도 아니었다. 마을 사람 중 누구도 그를 돕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믿었다.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그리고, 그는 또 돌아왔다. 총 23번의 죽음. 아마 23번 죽은 것은 맞다. 아니, 확실하다. 나는 그가 죽을 때마다, 나의 손목을 그었다. 내 손목은 양쪽 다 합하여 23개의 상처가 있다. 그리고 24번째 죽음.
 그건 어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마을을 위해 죽지 않았다. 그는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뒹굴렀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첫 죽음을 알렸던 학생은 어느새 청년이 되어 그와 같이 사냥을 했었다. 그 학생은 또 다시 나에게 그것을 알렸다.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우러 가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에게 그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신이기에 도울 필요가 없었다. 신이기에 돕지 않는다. 나는 그 학생에게 애원했다. 그 학생은 내게 거래를 요구했다. 만약 자신이 그를 살려주면 그에게 준 불멸의 묘약을 자신에게도 주겠냐고! 나는 그런 약을 만드는 법은 모른다. 하지만, 거짓으로 그런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그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그 학생은 그에게 한 것이라고는 없다. 그 학생도 생각했던 거다. 그는 죽어도 또 살아나 올거니까.
 그가 죽었다.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24번째 상처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5번째 상처를 만들 기회따위 오지 않았다. 그 순간 마을은 반대로 변했다. 언제나 그를 신으로 추앙하고 찬양의 노래를 하던 사람들이 그가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욕을 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자신을 구해주지 않냐고. 어째서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냐고.
 그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 그 화살이 나에게도 돌아왔다. 나는 25번째 상처를 만들지 않고,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한동안 잠에만 빠져있다가 눈을 떴다. 마을이 아니었다. 그가 죽은 절벽에 내가 있었다. 산으로 올 기운따위 없었는데, 이 절벽에 있었다. 절벽 위를 보니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뻔했다. 나를 제물로 바치면 자신들의 신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
 절벽 아래로 내려진 나는 상처하나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를 살리러 절벽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는 거다. 웃음이 절로 나와서 웃으니 마을사람들이 나를 계속 지켜보았다. 내게 요구했다. 그를 부르라고. 그를 자신들 곁으로 오게 하라고.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에게 진실을 말했다. 그는 신이 아니다.


 저는 지금 신을 안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신의 육체는 매우 야위었습니다. 아름다웠던 살결에는 상처가 가득합니다. 그것이 전부 저의 불찰로 만든 상처입니다. 24개의 자상. 그것은 신께서 자신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일이었는데, 제 욕심으로 그를 막았습니다.
 신께서는 인간을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어느날 제게 부탁했습니다. 만약, 인간들 곁에 자신이 있으면 인간들이 좋아하지 않겠냐며, 인간들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그래서 저는 신을 지키기 위해 동행을 조건으로 함께 내려왔습니다. 신께서는 즐거우셨습니다. 하루하루. 일부러 작은 마을에서 신께서 능력을 쓰지 않게 했습니다. 신께서는 능력을 쓰셔서는 안되었습니다. 그것은 신의 사랑이 넘친 이유였습니다. 편애를 하지 않으시는 아픔.
 그러던 중, 신의 육신을 유지하지 못할 재앙이 왔습니다. 저는 신을 지키기 위해 제가 나서 일을 해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신께서는 자신의 신이라는 것을 잊으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을 대신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견딜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신을 모욕하는 일이! 인간들을 사랑한 신을 인간들이 역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것을! 어리석었습니다. 그것은 24번째에서야 알아채다니.
 이제 신은 그 곳에 없습니다. 제 안에 안긴 신께서는 천천히 그 기억을 잊어가십니다. 날이 지날수록 과거의 제 얼굴을 잊고 과거의 저를 잊으십니다. 그래야합니다. 신이시여, 인간은 어리석습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것을 잊고 돌아오십시오. 그리고 제발, 제발. 제발, 당신이 있어야할 이 곳에 와서 제게 그런 슬픈 것을 말하지 마십시오. 제게 ‘신은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슬픔이 가득 차오릅니다. 신께서 신이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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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42제 용으로 쓴 거고예요


 


뭐라도 글을 쓰면 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랄까요;;


 


요새 별 생각없이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