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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이별이란것은!!

2009.04.12 09:30

매력붓다 조회 수:64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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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아직 오전이라그런지 한가한 커피숍에 한쌍의 연인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름은 남자와 여자. 아니 그건 그들의 본명이 아닐지도모른다.


필시가명이다. 하지만 일일이 그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이 커피숍은 너무나


한가롭고 평화롭다.


 


여자는 길가면서도, 집에서 컴퓨터할때도 친구들이랑 카페에 올때도마셔서


신물이 날때도됬지만, 싸리한 카페인과 달콤함에 중독된 그녀의 혀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한다.


 


남자는 이제 슬슬날씨가 따쓰해진지도모르고 두꺼운 털옷을 입은채 햇빛사이를


피해서 카페로 들어왔기때문에, 오렌지 쥬스를 주문한다.


 


주문된 커피와 쥬스가 나오고 먼저 적막을깬것은 여자.


 


"왠일이야? 자기가 먼저 부르고~"


 


남자는 여자의 말은 안중에도없는지 그저 지금 느끼고있는 땀의 끈적함을 잊기위해


오렌지쥬스를 할짝였다.


 


"그러니까 내가부른 이유는 말이지..."


 


길게 꼬리를 내리는 남자의 말. 무언가 일어날것이라고 여자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챙!


 


여자의 눈이 강아지처럼 초롱거리며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와 여자의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그 눈을 피하지 않는다.


 


삥삥비리 삥빙빙 삐리비리 삥빙빙


핑크빛 빌딩 정글을 두명의 연인이 달린다.


남자는 달린다


여자는 쫓아간다.


남자가 달릴때마다 뽁뽁 거리는 소리가나고있다.


여자가 달릴때마다 쿵쿵 거리는 소리가나고있다.


그래. 그건 추격전. 목숨을 건 추격전이다.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끝나지않는 추격전.


남자는 도망치다 말고 드디어 반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헤어지자."


 


  충격. 이건 꽤나큰 일격이다. 초롱거리는 눈빛을 내고있던 그녀의 눈알은


최대치로 커져있었다. 꿈에도 생각지못하던일. 그녀는 남자를 똑바로


뚫어질듯이 쳐다보며 이것이 그저 단순한 재미없는 농담이기를, 스쳐지나가는


블랙조크이기를 '하하, 농담이야'라고 말하길바라며 남자를 잡아먹을듯이


쳐다보았다.


 


"너 질려"


 


 레프트 잽에 이은, 스트레이트. 이것은 결정타다. 충분히 넉다운되고도 남을


만큼의 파워. 하지만 아드레날린으로 뇌가 적셔진 여자는 충격을 받지못하고있다.


자극의 과부하. 여자는 붕 뜬 기분을 하고 이제는 남자의 눈을통한 남자의 너머의


우주를 꿰뚫어보고있는듯한 기분도 든다.


 


"왜..왜그래 자기야"


여자는 꿈이길 바라며 물었다.


 


남자는 생각한다. 이제더이상 끌수는없다고, 휘둘려살기만하는 나의 인생이 새출발


하기위해선 그녀부터 죽여야한다고.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지막 레프트 어퍼를


날렸다.


 


"그러니까 오늘이마지막이야. 이제더이상 너랑 나는 아무것도아니야.


 넌 날 사랑했어?" 


 


"널 사랑했어"


 


"넌 나에게 집착했어. 가진자가 더욱 재물에 집착하듯이, 넌날 충분히 가졌으면서도


 날 원했고, 난 니가원하는 모든걸 줬어. 넌 내살을 찢고 눈을뽑고 다리를 잘라서


 날 살해했어. 너에게 죽은내가 할수있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뿐이야"


 


"......"


 


"커피값.. 내가계산할게 그럼 잘있어"


 


남자는 황급히 자리를 일어선다.


커피값을 계산하고, 문을 나서며 휴대폰의 밧데리를 분리한다.


 


짤랑.짤랑.


 


커피숍의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닫힌다.


남자는 빠른걸음으로 나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거리에 합류한다.


 


남자는 드디어 해방감을 느낀다.


꿈에그리던 일을 드디어 해낸것이다.


 


앞으로 몇일 아니 몇달을 더 시달려야할지도모른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고, 멋지게 케이오승을한 남자는


그녀와의 재경기를 두려워하지않는다.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담배한까치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힌뒤


폐를통해 아랫배까지 내려간 담배연기를 후-하고 우주끝까지


날려보낸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이쯤되면, 분명히 울며불며 따라나왔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않는다.


남자는 이거리와 그가 쥐고있는 담배와 그가신고있는 컨버스화의 이질감을느끼며


초조함을 느끼기시작한다.


달그락 달그락.


그의 호주머니에 남자의 손이들어가 휴대폰과 분리된 밧데리가 부딪히며소리를낸다.


철컥


자고일어나 어둠속에서 안경을 더듬는것처럼.


남자는 손의 감각으로만 밧데리를 조립해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리고 초조해보이지 않으려고 주위 시선을 한번확인한뒤


엄지손가락을 조심스럽게 휴대폰의 전원버튼으로 다가가 꾹하고 눌러본다.


 


 


 


 


 


 


"부재중 전화..... 와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