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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6시 30분

2009.03.15 01:25

idtptkd 조회 수:487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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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잊어버린 거였다. 아니, 잃어버린 건가? 정확히는 시계를 잃어버리고, 약속 시간을 잊어버렸다. 지금이 몇 시인지 모른다. 다만, 사람들이 한 없이 지나갔고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와 있었다. 그래, 그랬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한 건 약속 시간에서 2시간 전이었으니까. 시간을 확인 한 곳에서 여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아니다. 내가 지루해해서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와중에 몇 사람은 그냥 나를 한 번 보고는 자신의 길을 갔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인 지 착각한 건가?
 몇 시인지 물어볼까 했지만, 물어도 소용이 없나? 솔직히 시간을 확인 한 것도 2시간 전이었던 건지 2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그냥 쪼그려 앉아서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흐르는 건지도 몰랐지만, 확실히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건 확실하다.
 나는 양복을 입은 채 꼿꼿이 서 있다가, 점점 허리가 살짝 굽혀지더니 벽에 기대고 결국 바닥에 주저앉기까지 했다. 약속 장소에는 앉아있을 만한 곳이 없었기에 그냥 바닥에 앉았었다. 처음에는 엉덩이가 시려왔지만 상관없었다.
 양복을 입은 채 주저앉기는 조금 그랬지만, 곧 옷이 구겨지던 말든 앉았다. 어차피 그리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곤란했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오질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보다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연락을 한다고 해도 연락이 잘 되지 않을 사람이었다. 물론, 내가 연락하기도 힘든 상황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약속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면 언젠간 그 시간에 나타났다. 그 시간이 언제 인지를 잊어버렸지만. 정말 까맣게 잊어서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시간이라도 알면 위로가 될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알면 절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혹시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보낸 사람인가?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좀 더 큰 키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다가왔다. 작은 키였지만, 그 쪽은 서있었고 나는 앉아있었다. 어쩔 수 없이 올려다보는 상태가 되었다.
“누구 기다리세요?”
“예.”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데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기다릴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하나요?”
“약속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이 와서 내게 말을 거는 것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곧 자신들도 나와 같이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다만, 다른 것은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고, 이 사람은 모르는 내게 말을 걸었다는 거다.
“어떤 약속을 했는데요?”
“이 곳에, 내 옆에 올 거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 옆 칸 말인가요?”
“예.”
“보통은 사람이 찾아오면 나오는데, 이렇게 나와서 기다리는 경우는 처음 봤어요.”
“여기 처음 올 때, 이 차가운 칸만 보여서 별로 재미없었는데, 나는 그 사람이 그러길 원하지 않으니까, 기다리는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쉬어도 될 거예요.”
 이상한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내 앞의 사람은 살짝 씁쓸하게 웃더니 말했다.
“납골당이 6시 30분 이후로는 안치를 안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6시 30분이예요.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아요.”
“아. 그러면 부탁이 있는데.”
“뭔가요?”
“여기 벽에 시계 다시 좀 달아주면 안되겠습니까? 도무지 시간을 알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기다리게 될 테니.”
“네. 대신 안에 들어가서 쉬세요. 이렇게 밖에 나와서 앉아 계시면 저같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고 내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봤다. 그 사람은 내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가서 커다란 시계를 들고 와서는 못이 있는 자리에 시계를 걸어줬다. 이제는 괜찮다.
 9시부터 6시 반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내 옆에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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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42제라고 멋대로 만들어서 하고 있는 것 중에 38번입니다.


 


http://blog.naver.com/idtptkd/140064692926


 


워낙 단편을 안쓰고 괜히 연재만 줄줄이 해서 급봉합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엽편이라도 쓰려고요ㅇ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