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미친 여자

2009.03.06 02:44

재티s 조회 수:618 추천:3

extra_vars1 629-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 글 중간중간 성적인 표현이나 욕이 첨가 되어 있으니 미성년자는 되도록 읽는 것을 삼가해 주세요


 


 


 


 




미친 여자


 


 


 




  남자는 걸었다. 그는 바쁜 것처럼 보였다. 다리에 힘을 주어 걷는 모습이 약속시간에 늦은 사람처럼 서두르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약속시간에 늦지도 않았고 바삐 움직여야 할 일도 없었다. 남자의 몸이 남자를 바삐 움직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남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속으로 안절부절못하였다. 이번엔 남자가 남자의 몸을 바삐 움직였다. 남자는 널따란 광장에 도착하였다. 광장 한 편을 사람들이 빙빙 둘러싸고서 북적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구경거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꺄악!”


 



  힘없이 절규하는 어느 여자의 비명 소리가 사람들이 아우성거리는 소리를 뚫고서 남자의 귓가에 들어갔다. 남자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 우글거리는 사람들을 헤집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웅성거리며 저마다 수다 떨기에 바빴다.


 



  “공부를 많이 해서 돌아 버렸데.”


  “아니야, 남자한테 채여서야”


  “미국말도 잘 한다던데 사실이에요?”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높은 목소리로 하고 있었다.


  여자는 연보랏빛 털실로 짠 짧은 조끼를 가슴 언저리에 얇게 걸치고 있었고 팔에는 시절에 맞추어 고른 듯이 보이는 세련된 핸드백도 들려있었다. 조끼와 핸드백에 비해 입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 흰 원피스는 군데군데 실이 뜯어지고 얼룩과 때가 묻어 탁한 색을 하고 있었다. 생긴 지 오래되어 보이는 핏자국은 허벅지 안쪽에서 넓게 물감 퍼지듯이 넓게 번지며 번개마냥 비뚤비뚤 흘러 원피스 아랫자락 까지 이어졌다. 갸름한 턱에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 분홍빛 볼, 연보랏빛 입술 소소하지만 화장도 잘 어울렸다. 여자가 미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쉼 없이 굴리고 있는 눈동자뿐이었다.


  근처에서 노숙하며 지내던 노인은 여자를 보고 음흉하게 눈초리를 올리고 입가에 침을 흘려가며 웃었다. 노인은 히죽 거리며 여자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집적거렸다. 그때마다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비명만 질렀다.


  남자는 사람들을 헤집고 여자 앞에 도착하였다. 남자는 히죽거리며 여자를 간질이던 노인에게 무게를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노인은 주먹을 맞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노인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 뒤로 물러섰다. 덕분에 노인은 땅바닥에 몸을 강하게 부딪쳤다. 사람들은 쓰러진 노인을 보며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여자가 아닌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쓰러졌던 노인이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고 소리쳤다.


 



  “이 미친놈이! 어른한테 무슨 짓이야!”


 



  남자는 노인을 쳐다보며 얼굴 가까이 까지 손을 올렸다. 방금 주먹으로 맞은 것이 생각난 노인은 뒤로 주춤거리다 사람들 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남자는 본래 이러려고 했다는 듯이 자연스레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남자의 손이 닿자 황급히 핸드백으로 원피스의 핏자국을 가렸다 남자는 아까와 달리 차분한 발걸음으로 여자를 끌고 광장 중앙으로 향했다.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조금씩 눈동자가 남자에게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점 시선이 남자에게 머물렀다. 이윽고 눈동자의 흔들림이 멈추고 남자에게 시선이 고정 되었다. 흔들림이 멈춘 여자의 눈이 반짝였다. 여자는 남자를 보고는 볼을 붉히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었는지, 어떤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었는지도 잊었다.


  둘은 광장 중앙에 커다란 분수대에 도착했다. 남자는 여자의 핸드백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 여자는 손에 힘을 주어 핸드백을 자신 쪽으로 당겼다. 남자는 핸드백을 쥐고 있는 여자의 손에 손을 맞대며 타일렀다.


 



  “괜찮아.”


 



여자는 슬며시 핸드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남자는 핸드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자는 여자를 분수대 가장자리에 앉히고는 여자의 조끼를 벗겼다. 여자의 신발도 벗겼다. 자신의 산발과 외투를 벗은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분수 안으로 발을 디뎠다. 둘의 발목이 물에 잠겼다. 잠자는 허리를 숙여 손으로 물을 떠서 여자에게 뿌렸다.


 



  “꺄아!”


 



  여자는 평소와 달리 입가에 미소를 띠며 웃었다. 여자의 몸을 충분히 적신 남자는 여자의 양팔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옷을 들어 올려 낡은 원피스도 벗겼다. 여자는 부끄럼을 모르는 듯 했으나 볼을 붉히고 있었다. 여자는 한동안 씻지 않았는지 몸 곳곳에 검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그럼에도 피부는 고운 색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손에 물을 묻혀 여자의 몸 이곳저곳에 있는 얼룩을 손으로 문질러 닦았다. 여자는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따금 간지럼을 타는 듯 꺄르르 하고 웃기도 하였다. 여자의 몸에 얼룩이 모두 지워진 것을 확인한 남자는 분수 밖으로 여자를 데리고 나와 다시 분수대 가장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벗어두었던 외투를 여자에게 걸쳤다. 남자는 다시 분수 안으로 들어가서 원피스를 손으로 빨았다. 얼룩과 짙게 묻어있던 핏자국이 모두 지워져 다시 하얀색을 되찾았다. 남자는 원피스를 들어 몇 번 물기를 털고 손으로 꼬아 물기를 뺐다. 남자가 원피스를 들고 분수대에서 나오자 여자가 일어나 양팔을 하늘로 향했다. 납자는 여자에게 원피스를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조끼를 입혔다. 마지막으로 여자의 손에 핸드백을 쥐어 주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화장이 지워진 얼굴이었지만 아까보다 더욱 생기를 띠었고 훨씬 더 밝은 얼굴이었다.


  남자는 분홍빛으로 물들어있는 여자의 볼에 양손바닥을 댄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둘은 슬며시 눈을 감는다. 서로의 입술이 가까워져 갈수록 손에서 떨림이 전해지고 가슴이 달싹거린다. 때맞추어 해가지고 하늘은 붉게 노을이 진다. 서로의 입술이 마주 닿고 시간이 정지함을 느낀다. 그 순간 여자는 잃었던 순정을 되찾는다. 여자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와 남자의 손과 팔뚝을 따라 흘렀다. 여자는 자신의 눈이 한 곳만을 바라 볼 수 있도록 해준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 속삭였다.


 



  “사랑해요.”


 



  여자는 더 이상 미친 여자가 아니었다.


 


 





***


 


 





  사람들이 여자를 둥글게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거지차림을 한 노인이 실실 거리며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만졌다.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비명만 조금씩 지를 뿐 더 이상의 반항은 하지 못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빠져나온 남자가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 뿐이었다. 여자는 이리저리 시선이 뒤흔들려 더 이상 남자에게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남자는 여자와 노인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다시 사람들을 비집고 광장을 빠져나갔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건 한 순간뿐이었지만 그 순간 여자는 깊은 꿈에 빠져들었다. 여자의 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멍하게 허공을 주시했다. 방금 그 남자가 자신을 구하는 상상을 했다. 꿈을 꾸었다.


  노인은 여자가 반응하지 않자 여자의 양 허벅지를 들어 올려 바닥에 눕혔다. 그 후 여자의 낡고 허름한 원피스를 목 아래까지 들어 올렸다. 한참동안 여자의 들어난 가슴을 입과 혀로 만지던 노인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바지를 내렸다. 여자의 얼굴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아이들의 눈을 가렸다.


  사람들도 노인도 사라진 광장. 흰 살을 드러낸 여자가 인형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남자는 일을 마쳤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광장에 들어섰다. 여자를 본 남자는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죽었나?”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 여자의 얼굴을 본다. 여자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눈을 남자에게로 향한다. 그리곤 눈물을 흘린다. 여자는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거렸지만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


 



  “사…….”



  여자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 하는 거야?”


 



  남자는 여자의 말을 듣기위해 고개를 돌려 여자의 입 가까이에 귀를 댔다. 여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뻐끔뻐끔 한 글자씩.


 



  “사. 랑. 해. 요.”


 



  남자는 여자의 말을 듣고선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자가  자신을 떠나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챈 여자는 남자를 향해 다시 입을 다시 뻐끔 거렸다.


 



  “사. 랑. 해. 요.”


  “이런 미친년이!”


 



  남자는 여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리곤 빠른 걸음으로 광장을 빠져나갔다.


  여자는 떠나간 남자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여자는 눈을 굴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