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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낡은 신발 한 켤레-고정되어버린 사람

2009.10.01 21:36

Yes-Man 조회 수:518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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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되어버린 사람






-편지




  안녕 고정군.


  요즘 어떻게 지내? 난 잘지내고 있어. 독서도 하고 영화도 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 어. 이번에 말이야, 영화관에서 로맨스 영화를 보는데 연인들이 얼마나 많던지...... 빨리 방학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너랑 만나잖아.


  답장 필수인거 알지? 언제까지든지 기다릴게.


                                                  -고은이가






 그녀의 편지 안의 그녀는 항상 혼자다. 혼자영화 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살아왔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사로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았다. 보조금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 생활하기 힘들기에 그녀는 방과 후에는 매일 알바를 한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항상 내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밝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녀. 하지만 그 가면 틈으로 새어나오는 슬픔은 감출 수가 없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나도 항상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즐겁고 행복한 내용만 보낸다. 우리는... 비슷했다.




-그들과 나




 ‘정고정’. 내 이름이다.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고 ‘고정’이라는 이름 때문에 학급일은 대부분 내게 ‘고정’됐다. 하기 싫다고 하면 될 것 같지만, 담임선생님은 내가 맡는 것이 좋은지 무조건 하라고 하시기 때문에 거절도 못한다. 내 이름은 부모님께서 지어주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왜 이렇게 지었냐고 물어 볼 수도 없다. 살아계시지만 그들과는 만날 수 없다.


 “왜 멍해 있어?”


 “응? 아니, 그냥.”


 “담임이 오래.”


 “그래? 알았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로 걸어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과 나는 수백 수천 번이 넘는 대화를 했지만 그들과는 몇 미리미터도 가까워지지 못했다. 나는 그들과 달랐다. 나는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의 손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다른 사람과 같은 크게 다른 것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대한다. 그것이 싫었다. 나는 ‘나’였다. 나는 그들과 매우 달랐고 그것을 인식하고 괴로워하고 한편으로는 축복했다. 인간임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인간임을 저주한 나는 분명 그들과 다르다.


 교무실에 다다른 나는 구원이를 만났다.


“어, 안녕.”


“응. 무슨 일이야?”


“담임선생님이 불러서.”
“항상 맴도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야. 떠도는 것은 결국 끝에 도달하지 못하거든.”


“응?”


“그럼, 이만.”


 구원이는 손을 흔들고 내게서 멀어졌다. 그녀는 항상 내게 무언가를 말해준다. 대부분은 이해 할 수 없는 말들이지만, 가끔은 내가 나아갈 길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담임선생님에게 갔다.


“저 부르셨다고 해서...”


“아, 고정아. 그래 일단 앉아봐.”


 나는 옆에 의자에 앉았다. 담임선생님의 책상은 상당히 복잡했다. 서류 같은 것이 쌓여있고, 마시다만 커피 잔도 보였다.


“요즘 성적이 많이 떨어졌더라. 고민 있니?”


 고민이라... 고민은 항상 있었다. 그렇다고 담임선생님께 말한다고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아니요.”


“후... 그럼 뭐가 문제니? 전교14등 하던 얘가 200등 대로 떨어지다니.”


“아뇨. 전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 그래, 일단 가봐. 수업 시작하니까.”


“예.”


 나는 교무실 문을 나섰다.


 그들과 나는 어떤 관계일까. 내게 그들은 뫼비우스의 띠 위에 돌고 도는 만날 수 없는 것들이다. 저 밖에 짹짹거리는 참새와 창문 안에 갇혀 있는 나와의 관계랄까.




-악몽




 골목길에 들어섰다.


“나는 너희와 할 말이 없어.”


“이거 왜 이래? 나는 너에게 빚이 있는데.”


 그들은 나를 둘러쌌다.


“나는... 너희와 만나고 싶지 않아!”


 그들은 내게 달려들었다. 내 손에는 다과 칼이 들려있었다. 그들은 나를 팼다. 패고 패서 내가 미칠 때 까지. 나는 손을 들었다. 아니, 살의를 들었다. 그리고 그 녀석을 빼앗았다. 그 녀석의 혼을 빼앗았다. 나의 눈은 붉게 물들었다. 남은 그들에게 소리쳤다.


 “꺼져!”


 그들은 서서히 물러나 도망쳤다.


 그 골목길에는 나와 식어버린 그 녀석과 살의와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만이 남아 맴돌았다.




 눈을 떴다. 하얀 천장과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집이다. 다행이다. 여느 때와 똑같이 집에는 나 혼자다. 문은 단단히 잠겨있다. 다행이다.


-우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 내일 방학이지? 내일 너희 집으로 갈게.


 고은이였다. 아, 벌써 방학이던가. 시험을 봤던가.


“알게 뭐야.”


 시계를 보니 정오가 지나 있었다. 오늘 학교는 못 가게 생겼다. 나는 다시 누웠다. 그 후 매일 꾸는 악몽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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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소설은 상당히 음... 심각합니다.


 


재미를 위한 글이 아니라 '고정'과 '고은'의 이야기랄까.


 


연애 이야기는 전혀 아니구요. 글 속에 내제된 것들이 많죠.


 


'낡은 신발 한 켤레'은 '고정되어버린사람', '외로운 은(銀)', '낡은 신발 한 켤레'으로 이루어 집니다. '고정되어


 


버린사람', '외로운 은(銀)'은 거의 프롤로그 급으로 간단한 인물들의 소개랄까. 간략한 암시를 주는 정도


 


죠. 암튼 많이 읽어주시와요.ㅜ


 


p.s.- 찾아보고 생각해본 결과 '한짝'이 아니라 '한 켤레'가 맞는 듯 해서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