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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1/6

2009.08.01 22:43

losnaHeeL 조회 수:504 추천:1

extra_vars1 꿈. 신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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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가 살짝 따끔거릴 정도로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 아침이었다. 봄이라는 계절 도중인 것 치고는 덥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날씨였다. 많은 학생들이 상의를 사복으로 갈아입은 채 앉아있었다. 학교에서 교복을 온전히 걸치지 않은 것에 대해 딱히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에, 상의만이라면 교내에서는 공공연히 사복을 입는 것이 관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입학식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1학년들마저 그 관습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도 적지 않은 수가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런 모습이 현재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을 알기에 괜히 체력 깎아가며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담임이 막 조례를 끝마치고 나간 뒤였기에 아직 수업이 시작하려면 10분여 정도가 남아있었다. 아이들은 몇몇씩 모여 하잘것없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새 학교, 새 학년, 새 학기인데도 아이들은 눈 깜짝할 새에 친해졌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는가 하면, 새 담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학교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둥, 학기 초반이라면 나올만한 주제란 주제는 다 튀어나오고 있었다. 

     호안은 그런 상황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달갑지 않다기 보다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서로 친해지지 못해 안달이 난 급우들과 달리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을 뿐인 모습이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귀에 걸친 이어폰이 그를 다른 차원으로 격리시키고 있었다. 중학교 내내 그랬듯이, 이번에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 계획이었다. 

     어째서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지를 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호안에게 있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고민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냥 자신의 성격이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곤 했다. 누구에게도 필요 이상 친해지지 않고, 누구와도 불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되려 그의 개성으로 보여져 중학생활 동안 몇 번인가 몇몇의 관심을 받기도 했었지만, 박호안 본인이 관심을 가질 수 없었기에 흐지부지 되곤 했다. 

     음악소리를 뒤로 하고, 그는 얼마 전부터 꾸기 시작한 꿈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다. 다섯 명의 실루엣, 생생한 감정의 변화, 그에게 있어 반복되는 정체불명의 꿈은 정체불명인 급우들보다 훨씬 관심이 가는 대상이었다. 그 다섯 명은 누구인가, 어째서 자신은 그들과 가까워질 수 없는 것에 슬퍼하는가 하는 점은 평생을 누군가와 가까워지려고 시도한 적이 없는 그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전에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조차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였다. 방과 후엔 꿈에 관한 서적을 사러 가볼까 하고 생각을 하는 찰나에 수업종이 울렸다. 

     수업종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교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소 작은 키에(나이를 생각한다면 가장 알맞은 정도일지도 모른다.), 반쯤 벗겨진 머리를 애써 가리려고 조차 하지 않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시간표가 바뀌지 않았다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윤리 시간이며, 새 학기가 시작한 뒤로 처음 있는 윤리 수업이었다. 교탁으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은 기운이 넘치고, 안경을 걸친 그의 얼굴이 결코 잘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란 이런 것이라 말하는 듯 지적임과 연륜을 온 몸에서 내뿜고 있었다. 교사용 출석부와 분필을 교탁 위에 내려놓은 그가 입을 열었다. 

     “윤리 수업의 교사를 맡고 있는 김XX 입니다.” 

     인상에 비해 기억에 남는 이름은 아니었다. 되려 그 강렬한 인상이 역효과로, 학생들이 그의 이름을 완벽하게 외우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중에는 학년이 끝날 때까지 끝끝내 윤리 교사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교사 본인은 그런 것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다들 아직은 수업보다 서로 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의 눈길이 박호안을 향했다. 하지만 그리 오랫동안 노려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학생들을 하나하나 훑고 있었다. 

     “윤리 수업은 1학년에만 배우는 수업이고, 여러분의 전공을 살려 대학에 가거나 취직을 하는 데에 그다지 쓸모가 있는 과목은 아닙니다. 다만, 윤리라는 것은 항상 사람의 기본이 되어야 하며, 공부를 해서 지식을 얻는 게 아니라 마음이, 본능이 알고 있어야 하는 필수 소양인 것입니다.” 

     학생들의 걱정스러움이 얼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윤리라 하는 것은 대대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과목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 밖에 없음에도 학생들은 벌써부터 매주 윤리수업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시험을 위해서는 교과서 위주로 진도를 나가야겠지만, 여러분이 윤리 시간마다 잠을 청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진도는 시험을 보는 데 꼭 필요한 정도만 하도록 하고, 나머지 수업 시간에는 그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학생들의 얼굴에 약간씩 화색이 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윤리 선생이 흥미로운 얘기를 한다고 해 봤자 얼마나 재미 있겠냐는 수군거림이 얼핏 들려오고 있었다. 

     “학생 여러분의 이름은, 수업을 하면서 차차 알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학생들은 우물거리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 음…….” 

     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학생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 할 것을 제안했다. 매우 흥미롭다는 건 주관적인 감상일 뿐이지만, 적어도 박호안에게 있어서는 놀라우리만치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주제였다. 

     “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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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섞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