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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What takes he own life?

2010.04.29 06:37

악마성루갈백작 조회 수:384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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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1. 04. ~ 2010. 04. 28.
최종 수정 : 2010. 04. 28. P.M 09:15.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작품 중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은 전부 가공의 것으로, 현실의 이야기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결단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타인에게 흥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흥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남과 경쟁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남과 다투는 것이 싫었습니다. 비웃음당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웃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즐거워하는 것도, 화내는 것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손에 들어오지 않아서 파괴했습니다.
손에 넣고 싶었지만 파괴했습니다. 원했기 때문에 버렸습니다.
믿고 싶었기 때문에 배신했습니다. 좋아했기 때문에 부정했습니다.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상처 입혔습니다. 포근했기 때문에 도망쳐 나왔습니다.
사이좋았기 때문에 고독했습니다. 부러웠기 때문에 짓밟았습니다.
필요한 것은 불필요해질 때까지. 좋아하는 것은 싫어질 때까지.
차가운 인간인 척했습니다. 달관한 인간인 척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인간인 척했습니다. 현명한 인간인 척했습니다.
광대 같은 인간인 척했습니다. 인간인 척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흉내를 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흉내를 낼 수 없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동경했습니다.
자신이 싫었습니다. 자신을 좋아하려고 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모두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어디로부터도. 누구에게도.
살아있는 것 자체가 괴로웠던 것입니다.』


 


-니시오 이신. 사이코로지컬 下


 



나는 죽음이 무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신문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유를 알기도 전에 ‘바보 같아’라는 의문부터 가지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나의 친구가 학교의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사고사 같은 게 아닙니다. 자살이에요.
저는 아마, 그의 마지막에 그와 함께 있었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당신이 보기에 불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 끝까지,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당신들 모두의 이야기.


 


 


 


"…어."


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움찔 떨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허리춤까지 오는 벽에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응, 여기서 뭐 하니?"


 


내가 물었습니다. 여름입니다.
나는 그가 바람을 맞으러 옥상에 올라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쎄…."


 


그는 다시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봅니다. 붉은 빛깔의 노을이 보기 좋습니다.


 


"인사를 하고 있었어."


 


목소리에 힘이 없습니다.


 


"누구에게?"
"응, 지금까지 나를 보살펴 준 모든 것에게…."


 


분명히, 그는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처음 본 그의 미소는, 왠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울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야,"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난 이제 갈게…."
"---야,"


 


그는 이쪽을 돌아봅니다.
몸을 완전히 돌려서. 내게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며─


 


"그래도 마지막으로 너를 볼 수 있어서, 기뻐."


 


이윽고 그는 고개를 들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허무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입술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려 하고 있었지만,
나에겐 억지로 애를 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낮은 벽을 짚고 있던 양손을 축으로 해서, 곡예를 하듯 땅을 박차고 빙글 돌았습니다.


 


"!!"


 


그가 뛰어내린 자리로 달려갔습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그가 군청색 교복을 붉게 물들이며 꽃잎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 무엇보다도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가 나름대로 인기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집안이 부자는 아니었지만, 먹고 살 만큼의 돈은 있었고, 성격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가 어째서 세상을 버려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버린 것이 아니라 ‘버림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라는 의문이 남게 됩니다만….


 


그는 취미로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접해본 그의 글들은 바닥이 없는 늪에 발목을 잡힌 듯한, 어둠의 세계를 그린 것이 많아,
나로서는 그 어둠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지만, 불쾌하다기보단 오히려 가슴이 시렸습니다.


 


나는 그에게 소설가가 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소설가를 지망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모욕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난 소설가가 될 수 없어. …아니, 되어선 안 되겠지."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습니다.
나는 그가 비관적인 남자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말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일 뿐이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나는 그의 장례식 뒤, 많은 생각을 했으며, 많은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심리적 공포’, ‘케로더스’, ‘그들이 죽은 142가지 이유’. 모두 다 헛수고였습니다.


 


결국, 나에게 답을 가르쳐 주었던 것은,
어느 날 역 근처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자아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


 


그날 나는 기다란 벤치ㅡ4인용 정도로 보이는ㅡ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 옆에 앉았습니다.


 


"먹어도 좋아."


 


나는 그녀가 다가온 목적을 몰랐기 때문에, 일단 도시락을 나누어 주자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먹기에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나누어 먹는 쪽이 더 맛있는 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매미가 울고 있습니다.


 


"언니는 매미가 왜 우는지 알고 있나요?"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잠깐 손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생각한 것을 바로바로 말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네…."


 


머릿속에는 몇 가지 답이 떠올랐지만, 어느 것도 확실하지는 않았습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5년 정도를 살아요."
"굉장히 길구나."


 


언제인가 과학책에서 본 적이 있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한여름을 울고는 죽는답니다. 그것도 7~10일, 길어야 한 달."


 


단 1개월을 위해, 5년을.


 


"그래서 사람들은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곤 해요.
매미는 유충이던 시절의 울분을 토하기 위해 운다거나,
자신의 목숨이 다해가는 것을 직감하고 운다거나, 물론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지만요."


 


매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우는 소리를 듣고서도, 아는 것은 조금도 없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


 



"하지만, 매미는 단지 암컷을 부르고 있는 거예요."


 


여자아이는 짐짓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매미들은 저마다 장단과 가락을 가지고 울어요.
암컷이 나타나면 기뻐서 소리치고,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공포에 눌려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과학자 아저씨들은 참 많은 것을 밝혀냈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매미들이 죽기 전에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하는 것은, 매미가 되어 보지 않으면 몰라요."


 


"응…."


 


"어쩌면 기분 같은 것은 정말로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매미들은 어째서 태어나고,
왜 그 짧은 기간에 햇빛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 건지,
사람들은 상상조차도 하기 어렵겠죠."


 


그런 걸까요.
어쩌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쩌면, 기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암컷을 만나서, 꿈을 이루어서 기쁠지도 몰라요.
대부분 5년, 어떤 아이는 17년을 어두운 땅 밑에서 살며,
흙을 뚫고 지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확신조차 하지 못하고,
잠자리채에 잡혀 곤충채집 통 안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짝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쁜 걸지도 몰라요.
그래서 태어나서, 그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죽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죠."


 


기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여자아이의 시선은 먼 곳을 향했습니다.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나는 너를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슴 한구석이 시려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았으니까….
얼마나 절박한지, 얼마나 무서울지 우리는 반의반의 반조차도 느낄 수 없지만…."


 


그는 그날 학교의 옥상에서, 얼마나 춥고 힘들었을까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던 그를 내가 죽음으로 내몰아 버린 것은 아니었을지요.


 


"그래도 왠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아이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왜냐면, 언니를 만났으니까."


 


나를…?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그래도,


 


"나의 오빠는, 분명히 당신을 만나서 기뻤을 거라 생각해요."


 


오빠라니─.


 


"정말로 잠깐이었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당신을 만났기에, 너무나도 기뻤을 거에요.
그래서 오빠는 편안해질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여자아이는 일어서서, 이쪽을 향한다.


 


"떠나기 전에 당신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며.


 


"정말로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소녀는 내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놓아둔 도시락의 뚜껑 위에 손바닥 만한 스프링 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언젠가 학교의 옥상에서 투신한, 그의 일기장이었습니다.


 


 



'수치스러운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제게는 평범한 인간의 삶이란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가늠할 길이 없었습니다.
인간다운 부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정함이라든지, 사랑스러움, 슬픔 등─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당연하게 가진 감정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남들과 느끼는 방식이 크게 어긋나있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남들이 기쁘다고, 혹은 슬프다고 느끼는 일에 대해 저는 일체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에게 친절한 대신, ‘우정’이란 것을 단 한 번도 실감해본 일이 없고,
일부 놀기 위한 친구는 별도로 하더라도, 모든 일체의 교제는 다만 고통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 고통을 풀어볼 셈으로 글에 전념하려 했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지쳐 버렸습니다.'



'상냥한 미소도 부드러운 눈매도, 모두 거무칙칙한 본성을 숨기기 위한 연기였고,
사교 의례의 범위에서 반걸음도 나오지 않는 억지웃음일 뿐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구제할 길 없는 그 내용에,
나는 새까만 어둠 속에 내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그의 처절한 고백이자 참회록이었습니다.
이 일기는 마치 그가 남긴 유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여자아이의 앞에선 그런 가식과 허위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이야기할 때는 되도록 거짓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저도 생각하는 그대로를 표정에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늘 남의 눈치만 보고, 사람을 믿는 능력에 절대적으로 금이 간 사람에게 있어서,
그녀의 때 묻지 않은 신뢰감은 그야말로 유일한 행운이자 축복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는 참 좋은 사람이라고 모두 그러는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론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물론 학교 사람들 모두가 나를 호의로 대하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모두를 얼마나 거짓으로 대하고 있는지,
거짓으로 대하면 대할수록 더 나를 좋아하고,
그리고 이쪽에서는 호의로 대접받으면 받을수록 공포에 떨고,
거리를 두려 하는 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병적인 성격을,
그녀에게 전부 말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나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한 행동 하나하나가, 자세하게, 꼼꼼하게, 선명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나는 결국 기억해내지 못했던 그에 대한 추억들 모두가 빼곡빼곡 적혀 있었습니다.



'왜 난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걸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자신이 정의롭거나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란 사람이 살아온 삶은 보여 주기 위한 것에 불과했음을.'



'그리고 나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이 될 수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인간의 정의란 무엇일까?
내가 무감동하고 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수없이 많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꾸만 실망하게 되는 이면에는 제가 지독한 이기주의자라는 사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만 편하면 다 인가. 몸이 떨리도록 부끄러웠습니다.'


 



그의 일기장은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아서,
처절한 비명 같아서… 나는 차마 마지막까지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나를 정말로,"


 


손바닥으로 눈을 감쌌습니다.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해 준다면─"


 


눈물이 흐르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떠나지 말아 주세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내가,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 주었던 당신들을 잊지 않도록.』


 


『죽어서도, 잊지 않도록….』


 


『내 가슴속에 당신의 그림자만이 남지 않도록…』


 


 


자살에 대한 이야기. 그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