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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상처받지 않는 방법

2010.02.27 11:16

idtptkd 조회 수:456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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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인사만 하던 사이, 혹은 전혀 아는 척도 안 하는 사이의 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걸 때는 이유는 하나다. 순진하게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나봐’가 아니라 ‘부탁을 할 게 생겼구나’라고 알게 되는 건 어느 시점인지는 몰라도.
 난 지금 그런 상태다. 내 앞에 있는 녀석은 1학년 때 몇 번 수업 중에 얼굴을 본 사이일 뿐이다. 솔직히 난 지금에서야 녀석의 이름을 알았다. 전공 수업이 아닌 교양 수업에서 갑자기 내 옆에 앉더니 자신을 알지 않냐고 말을 거는 거였다. 뻔했다. 전공 수업 중에도 자주 봤었다. 녀석을 자주 본 게 아니라, 녀석의 ‘그런’ 행동을 자주 봤다. 언제나 자기 무리랑 어울려서 무리에 속해있는 모습. 어쩌다가 이 교양을 독강으로 듣게 된 모양인데, 갑자기 나한테 와서는 그러는 거다.
 난 솔직히 말하자면 녀석에 대한 편견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딱히 노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지만, 그런 부류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에서는 여러 가지 가치관이 있고 그대로 사는 걸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남에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할 거다. 녀석이 많은 선배들과 동기들과 놀아대면서 수업도 빠지는 걸 봤었다. 근데, 지금 막 이 녀석이 내게 민폐를 끼치려고 하고 있다.
“혼자 듣게 되어서 좀 걱정했거든.”
‘혼자 듣게 되어서 너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져서 곤란했던 거겠지. 근데도 시간표상 이 수업을 신청한 거겠지. 아, 정확히는 어울려다니는 몇몇 녀석이랑 시도했다가 수강신청에서 실패하고 혼자 살아남은 거겠지. 이 수업, 전공 사이에 껴있고, 건물도 바로 옆 건물이니까.’
“근데, 아는 얼굴이 있어서 다행이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말거는 것보다는 수월 할 테니까.’
 녀석은 싱글벙글 웃었지만, 나는 이번 교양에서 제발 조별발표가 없기를 바랐다. 말했다. 나는 녀석에 대해서 편견이 있다. 녀석은 내게 문젯거리 외에는 만들어 줄게 없어 보이는 녀석이니까. 조별 발표를 해도 ‘무임승차’를 하려는 녀석 중 하나가 될 거일 뿐이다.
“근데 왜 이렇게 앞자리에 앉는 거야?”
“눈이 별로 안 좋아서”
‘너 같은 것들이 들러붙는 게 싫어서. 언제나 너는 맨 뒷자리를 선호하잖아.’
“그래? 부담스럽지 않아?”
 순간 나를 갈등했다. 지금까지는 무표정으로만 말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솔직히 마음으로는 ‘같이 수업 듣는다고 친한 척 하지 말아줄래?’라는 말을 해도 괜찮을까를 생각했다. 그렇게 남 신경 쓰고 사는 타입은 아니니까. 녀석의 그냥 말도 나한테는 뒤로 가자는 은연의 제안 같아서 짜증만 일어날 뿐이었다.
 어서 교수님이 오셨으면 좋겠다. 녀석은 내 반응을 이끌어낼만한 말들을 계속 했다. ‘질문’의 연속이었다는 거다. 대답을 안 할 수는 없는 거. 제길, 첫 수업이라고 교수님도 안 오는 것 같다. 그래도 20분까지는 버텨야한다. 그래야 무단 휴강이 되니까.
“안 오시네.”
‘그렇다면 넌 먼저 꺼져주지 않을래?’
 녀석은 괜히 옆에서 또 떠들어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떠들어대는 건 귀찮다. 정확히는 짜증난다. 어떻게 해야 잘 거절할까를 고민했다. 이 녀석에게 ‘나는 딱히 너랑 같이 수업을 다정하게 들을 생각이 없다’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20분이 되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녀석의 말을 받아줬고, 휴강되었으니 뭐할꺼냐는 말에 ‘다른 과목 숙제를 하러 열람실에 갈거다’라고 전하고는 나왔다. 그리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까지는 정정할 수 있다.
 우선 사물함에 괜히 꺼낸 교재를 다시 넣어 넣고 건물 1층에 설치되어있는 컴퓨터로 가려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 때 괜히 귀를 따갑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근 30분간 시달렸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곧 알아차렸다. 녀석이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보인 녀석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 교수님도 안 오고. 진짜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난 동아리 사람이라도 하나 만날 줄 알았거든.”
‘그래. 네가 알고 있던 아는 사람의 범주에 내가 있을 리가 없지’
 녀석에 대한 편견이 더 강해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좋은데, 솔직히 모르겠어. 그래서 빼려고. 너 교양 뭐 듣는다고 했지? 엑…… 1교시잖아. 그래도 자리 있네. 이걸로 바꿔야겠다.”
 녀석은 컴퓨터 앞에서 수강신청 페이지로 확인을 하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통화를 큰 소리로 하면서 곧 자신의 일을 끝냈는지 가버렸다.
 뭐, 약간은 녀석에게 고마움도 느낀다. 귀찮게 거절 후에 나중에 대야할 핑계를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까.
 상처? 아니, 상처는 받지 않았다. 기대를 해야 상처를 받는 건데, 내가 계속 말했듯이 나는 녀석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녀석에게 뭔가 기대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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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 42제 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10번째로 썼네요-_-;; 그래도 2번인데;;


어쨌든 엽편이라도 조금 써야죠 ㅇㅈ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