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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 <2월>

2010.02.08 23:06

악마성루갈백작 조회 수:364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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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

「그다지.」

「글은 잘 써져?」

「그렇지, 뭐.」

하얀 모니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아무런 감정 없이 멍하게 앉아 있다. 즐겁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고, 단지 약간 슬플 뿐이다.

「몸은 어때?」

「괜찮아.」

「담배는 끊었어?」

「응.」

늘 이렇게 메시지를 입력하지만, 모니터 뒤의 난 담배에 익숙한 동작으로 불을 붙인다. 잠시, 고개를 젖히고 방을 둘러본다. 주위가 엉망이다. 피 묻은 휴짓조각이 조각난 퍼즐처럼 흩어져 있다. 그래도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 이 작은 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는 흔적이 지워질 것만 같다. 비참하게, 나는 그 연약한 끈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인기는?」

「유감스럽게도 없어.」

나와 대화를 하는 이 사람, 신기하게도 모든 대화를 질문으로 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장본인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딱히 나와의 대화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평등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만으로도 충분히 그-혹은 그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느낄 수 있다. 이 사람은 지금 우울하고, 글이 잘 안 써지고, 몸이 좋지 않으며 담배를 끊지 못한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인기도 없는 사람이다.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누군가 나에게 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간은, 자신이 잘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실수를 거듭하는 것만. 어려워하는 것만 남에게 물어, 똑같이 실패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어서 동질감을 느끼려 한다. 거기서 위로를 받으려 한다. 슬프게도.

「필명을 쓰지?」

「응.」

「본명이 뭐였더라?」

「나도 잊어버렸어.」

그-혹은 그녀-와 나의 공통점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혹은 그녀-가 기쁠 때는 나도 기쁘고, 슬플 때는 나도 슬프다. 오늘 난 메일을 하나 받았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여자, 간호사를 지망했지만, 몸이 약하고 사람을 너무 덥석 믿는 성향이 있었다. 나를 탓하는, 잔뜩 화가 난 그 메일을 읽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가만히, 아주 가만히, 마치 앉아서 죽어버린 듯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정말 내가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려웠어?」

「응.」

「죽는 것이 두려워?」

「잃어버릴 것이, 생겼으니까.」

처음에는 무서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가진 것과 잃어버릴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보았다. 다행히도, 내 손가락은 내 의지에 따라 까딱거려주었다. 살아있다, 단지 손가락을 움직였을 뿐인데. 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손가락 하나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일단…….」

그-혹은 그녀-는 나에게 질문한다. 나는 그-혹은 그녀-에게 대답한다. 나는 모니터에 마지막 글귀를 써넣었다. 검은색과 파란색으로 정확히 이등분 된 대화창.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다른 무언가가 떠오른 것이 있다면, 그건 내가 되찾아야 할 것들에 관한 거였다. 그러니 그-혹은 그녀-의 질문에는 완벽한 대답을 한 셈이다.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설레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그게 바로 2월이다.



「…계속 살아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