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일기

2010.02.05 22:02

장사장 조회 수:464 추천:1

extra_vars1 1422-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삶이란 열쇠 같다. 피곤을 업고 집으로 돌아오면 열쇠는 도통 돌아가질 않는다. 유연하게 들어가고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삐그덕 대는 소리가 새벽공기를 가르고 미간은 찡그려진다.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며 마음을 추스르면 그제서야 열쇠는 매끈하게 돌아간다. 하루가 마감되는 느낌이다. 어두운 방 안. 적막 속에서 재빨리 전등과 TV를 켜면 뻥 뚫린 마음이 조금은 채워진다. 하지만 그것은 구태의연한 표현을 빌리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그냥, 거의 그런 느낌이다.


 


  한물간 코미디 프로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안 좋은 꿈을 꾼 모양인지 일어나보니 베개며 눈가가 젖어있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 외로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는다. 고양이처럼 스르르 이불 밑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눈두덩이 부어오를 대로 오른 데다 시커멓다. 술 담배를 줄여야 할까, 의미없이 여자들을 만나지 말아야 하나. 기계처럼 이를 닦다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혼자 사는 20대 남자에게 그것들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양치물을 뱉어내며 떨떠름하게 생각들을 떠나보냈다. 창문을 열어보니 밖이 어둑어둑하다. 얼마나 잔걸까. 휴일 하루를 몽땅 날려 보낸 것보다 그게 아무렇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핸드폰을 챙겨보아도 부재중전화나 메시지 따위는 없다. 이불에 다시 엎어져 베개를 끌어안다가 문득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운 채로 담배를 물고 천장에서 흩어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어떤 꿈을 꿀까 생각해보았다. 자각몽이라는 것이 있다.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기면 문을 열고 러시안블루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고양이 따위는 키우지 않는데? 라는 생각을 채 하기도 전에 녀석은 태연하게 말을 건다.


 


  “그 감독 때문이야?”


  “감독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야?”


 


  녀석은 빙긋 웃더니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냉장고에서 사무라이 검을 꺼내 화장실 문을 열었다. 화장실 안에는 그 사람이 있었다. 분명히 그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고 있다. 싸이코, 라는 영화를 만들어 내 인생을 힘들게 만든 사람.  그놈의 영화 때문에 나는 샤워도 못하는데...! 뜨거운 물이 어깨부터 천천히 내려와 날렵한 등을 타고 떨어진다.


  나는 단칼에 그를 두동강 내 버렸다. 파란색 피가 사방에 튄다. 눈에도 튄다. 칼을 버리고 눈을 비볐다. 한참을 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하늘 위에 서 있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꿈을 꾸면 항상 텅 빈 하늘을 배회하다가 끝나곤 한다. 하늘을 걷는 것은 마치 스카이봉봉을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물속에서 걷는 것처럼 유영하다가 토옹- 하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잔잔한 피아노곡이 울린다. 뉴에이지랄까... 그리고 흐릿하게 후추냄새가 난다. 하늘은 연한 파란색이며 구름 한 점 보이질 않는다. 나는 토옹-하고 튀어 올랐다. 러시안블루가 까만 망토를 휘날리며 날아와 다시 말을 건다.


 


  “그만 갈 시간이야, 친구.”


  “글쎄, 내가 너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안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무언가 말을 하려고 눈을 깜빡이면 나는 옷 방에 멍하니 서 있다. 창문으로 불그스름한 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리고 핸드폰 벨이 울린다. 잠시 후 나는 느릿하게 바지 속에 다리를 밀어 넣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어도 고양이 따위는 없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타고 지나간다. 후-하고 한숨을 푹 내쉬면 나는 이제 준비가 된 것이다.


  집 밖으로 나와 문을 닫으면 녹이 잔뜩 슬어있는 낡은 열쇠 구멍이 차갑게 쏘아본다. 힘들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열쇠가 잘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나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어쨌든 구멍으로 들어간 열쇠는 돌아가게 마련이니까.


 


 


 


-


 


날씨가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춥네요.


다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