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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트럭에 부딪치는 우리의 자세 - 2

2010.05.12 01:13

시우처럼 조회 수:294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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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렇게 죽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죽다니? 내가? 나는 이내 황망해 졌다. 평소에 죽는다는 것. 영화에서나 봤지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게다가 죽음을 염려하며 죽치고 앉아 있기에는 난 아직 너무 젊었고,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청춘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차가운 길 바닥 위에 널브러져있는 이 인간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또한 어이없이 죽을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볼품 사나운 죽음이라니. 그야말로 추리링 바람에 한 짝뿐인 쓰레빠 차림으로 영면에 들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점점 희미해져 오는 시야에 가까스로 이상하게 꺾여 있는 내 다리와 팔 들이 보였다. 거 참.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죽음이라니. 이건 뭐 영화에서도 단역들이나 이렇게 죽지 주인공에겐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었다.


 


 그래. 어쩌면, 혹 이건 아마도 꿈일지도 몰라. 응 그래 이건 꿈인 거야. 이렇게 뒷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이라니. 평범하기만 한 내 일상에 이런 엽기적인 일 따위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그래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언제나처럼 마누라가 그만 일어나서 출근하라고 닦달을 할 테지. 그럼 난, 나 밤새 이상한 꿈 꿨다. 하며 죽다 살아난 듯한 표정을 지을 테고. 마누라는 언제나처럼 헛소리 그만 하고 일어나서 밥 먹으라며 내 등 짝에 쩍 하니 손도장을 남기겠지. 그럼 난 멋쩍게 일어나며 흐적흐적 식탁으로 향하면서도 뒤숭숭한 꿈자리에 혹시나 하며 출근길에 로또나 한 장 사야겠다. 하고 다짐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고로 자꾸만 어두워만 지는 야밤의 비 내리는 건널목의 풍경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인 것이다. 이게 그저 꿈이라면 저 아저씨도 보험금 처리에 골머리 썩지 않아도 될 테고, 나 역시 마누라한테 심부름 하나도 제대로 못하느냐고 핀잔 들을 일도 없을 테지. 어쩌면 이렇게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도 그만 좀 일어나라고 마눌님이 날 뒤흔들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아침 댓 바람부터 잔소리 듣기 싫다면 이제 그만 일어나야만 한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위해 꿈속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설정은 어디선가 본듯한 유치한 설정이었지만, 애초에 내가 꾸고 싶어서 꾼 꿈도 아니었으니 설정이야 어찌됐든 이제 일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눈을 감고, 차가운 땅바닥의 기운 따위는 잠시 잊고 잠에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나는 서서히 눈꺼풀을 감았다. 정말 지긋지긋한 꿈자리였다. 이제 다시는 이런 꿈은 꾸질 않길. 뭐 꿈이라는 게 꾸고 나서도 기억이 잘 안 나고 그러니까 어쩌면 기억 못할지도 모르지만. 꿈 속이라도. 이런 체험은. 거는 정말 질색할 일이니까 말이다.


 


 희미해져 오는 의식 너머로 어디선가 된장 찌게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아하. 오늘 아침은 된장 찌게로구나. 마침내 나의 악몽이 끝이 나려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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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날아갔던 부분을 간신히 기억을 되살려 적어 봤습니다.


과연 써보고 나니 부족한 문장 투성이지만 앞으로 더욱 정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쩌면 이 뒷이야기가 계속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