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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트럭에 부딪치는 우리의 자세 - 1

2010.05.11 11:08

시우처럼 조회 수:328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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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온다. 주룩주룩. 바람도 분다. 거참 날씨 한번 지랄 맞네. 애초에 이런 날씨에 밖에 나돌아 다니는 사람이 미친 놈인 게지. 아무튼 지금 나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미쳐보이는 사람이 되어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나. 정말 이런 날씨에는 외출을 삼가는 게 문명인으로써의 도리일 진데 외계인인지 미개인인지 모를 서슬 같은 이경옥씨의 심부름만 아니었다면야. 누가 뭐래도 집안에서 TV나 보고 뒹굴었을 그런 날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여편네가 남편 알기를 뭘로 알고'


 


 검은 비닐 봉다리안에 마눌님이 주문하신 여자의 마법용품을 담아 들고, 제발 이런 물건은 자기가 사다 놓으면 안되냐고 따지고 들었던 30분전을 생각했다. 결과가 어땠냐고? 지금 내가 이 지랄 맞은 날씨에 다 망가진 우산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이 꼴을 보고도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마눌님의 말발은 이길 도리가 없다. 아니 무엇보다도 내일 회사에 출근할 때 밥이라도 얻어먹으려면 내가 알아서 기는 수밖에 없지만 서도.


 


'춥다고! 추워. 추워. 추워’


 


 집에서 TV 보던 차림에 파카 하나만 입고 나왔더니 늦가을 바람이 등골을 휘감아 돈다. 콜록이러다 감기 걸리는 거 아냐? 그나저나 이렇게 지를 위해서 내 몸하나 불사르는데 와중인데 마눌님께서는 뜨신 방에서 연속극이나 보고 앉았다 이거지? 크아악. 생각할 수록 열 받아. 이런 괘씸한 작태가 있나. 내 이 못된 여자를 용서치 않으리. 라고 콧김을 뿜으며 흥분해 봤자 집에 들어가면 어차피 한마디 대들지도 못할 거잖아? 으이구 이 한심한 작자야


 


 마침내 신호등이 바뀌었다. 으으 추워. 짧은 시간이라지만 역시 맨발에 쓰레빠는 최악의 조합이었다는 게 새삼 다가온다. 아무리 집 앞 길 건너 편의점이기는 했어도, 가을 밤 날씨는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었다.


 


  굳어가는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서둘러 황당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얼마나 추운지 방금 전까지도 그렇게 성토해 마다하지 않던 마누라에 대한 반감은 어느 샌가 잊혀진 지 오래였고, 그런 이유로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살피세요. 라는 초등 기본 교육과정 따윈 일찌감치 동사되어 얼어붙은 지 오래였던 듯싶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비닐 봉지에서 마법 용품이 자리를 이탈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내 몸도 과연 공중 몇 회전의 과업을 달성했는지 모를 정도로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선사하며 밤하늘에 멋진 궤적을 그리고야 말았던 불과 몇 초의 시간 동안.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찢어지는 소음과 함께 고무 타는 향기가 내게 엄습해 왔다는 것이었고쓰래빠가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는 것과, 트럭인지 봉고찬지 앞 유리 너머로 당황한 운전사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일락 말락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차에 치인 건가. 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잠시간 이별했던 대지와 급격한 조우를 마친 후였을 것이다. 그런데 차에 치이면 TV에선 다들 찍소리도 못하고 죽던데, 이건 뭐 아프지도 않고 그냥 벌떡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할까. 거참 차에 치여도 이렇게 멀쩡하다니, 텔레비전은 역시 뻥이 심해. 그나저나 저 아저씨도 많이 놀라셨겠네. 마침 트럭인지 봉고찬지 지금 막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사가 나에게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일단 저 아저씨한테도 괜찮다고, 내가 원래 좀 강골이라 차에 좀 치인 거 가지고는 기스도 안난나고 이쪽에서 먼저 쿨하게 위로도 좀 해 드리고, 그 다음에는 역시나 잊지 않고 어디론가 날아간 마법 용품을 찾아서 집에 가야겠지. 이런, 많이 늦었다고 또 한 소리 듣게 생겼군. 그나저나 마누라한테 오는 길에 차에 치였었다고 하면 얼마나 놀랄까? 이번 일을 계기로 제발 좀 심부름 좀 안 시켰으면 얼마나 좋아.


 


 나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왠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그러니까 첫째로 시야가 붉게 보인다.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꿀럭꿀럭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이 뜻뜨미지근한 액체는 대체 뭐지? 게다가 이 아스팔트 냄새. 분명히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코 바로 앞에서 아스팔트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누가 귀에다 대고 뭐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이건 뭐 통 들려야 대답을 하지 이 양반아. 윙윙거리지만 말로 좀 크게 말하라고! 답답한 마음에 입을 움직여 봤지만 흘러 나오는 건 여전히 비릿하고 미끄덩한 액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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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부분을 더 썼었는데 글을 올리는 와중에 날라가 버렸습니다. ;;


밤도 늦었고 내일 학교에 가야하는 지라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중간에 정말 맥락없이 끊기는 1화이긴 한데


2화에서 나머지 내용 채워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아무쪼록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보작가라서 많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