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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솔로

2010.05.06 19:22

idtptkd 조회 수:29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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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아니 아주 가끔, 그래 자주라고 해도, 자주까지는 아니지만, 가끔과 자주 사이의 어쩌다가보다는 좀 더 빈도수가 잦은 정도로 외로웠다. 그렇지만 내가 솔로를 벗어나고 싶었던 건, 외로워서라기보다는 주변이 다 해내는 일은 내가 못 한다는 것으로 인해 귀결되는 나의 무능이었다. 난 외모보다는 능력에 대한 칭찬을 받기 좋아했다. 그렇기에 능력에 대한 내 집착은 대단했다. 물론 꼴 사나울 정도로 티를 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떨 지 모르겠다. 그 때문인지 외모가 모자라서 능력을 탐하는 건지, 능력을 탐하다보니 외모에 대해서는 비관적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가 남자라면 나와 연애하지 않을 거라는 것정도는 느끼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있지도 않는 상대를 위해 변한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그럴 거 그냥 솔로가 나을 거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도 친구 하나 때문에 짜증이 난다. 차라리 친구건 뭐건 연을 끊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쨌든 지금 내가 이렇게 긴 해명을 늘어놓는 건, 절대로 절대로 이 결과 탓이 아니다.
“왼손으로 카드 한 벌을 떼어봐요.”
 라고 했고, 나는 아저씨의 말대로 카드를 반정도 떼어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지금 여기 있는 4명 중에 나는 3번째로 점을 보고 있다. 앞의 두 명은 생긴다고 했다. 그렇지만, 곧 아저씨는 내가 모르는 방식대로 카드를 내려놓고는 아쉬운 표정을 했다. 그리고 약간은 예상한 말을 했다.
 나는 아쉬운 표정을…… 아니, 실제로는 아쉬웠으니까. 문제는 내 뒤에 본 친구마저 생긴다는 말을 하고 4명 중 유일하게 안 생긴다는 말을 들은 상황이 되었다. 나는 더 아쉬운 티를 냈지만, 셋은 좋다고 하고 있다. 아, 이래서 타로 카드따위.


 그래, 그렇게 긴 해명을 늘여놓은 게 한 달 전이다. 왜 난 또 이 카드 더미 앞에 있는 지를 모르겠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안다. 문제점을 알지만 고치지 않는 건 정말 인간다운 면모지만, 스스로도 짜증나지만, 긴 핑계속에서 말했듯이, 난 그런 것의 가치를 높게 사지 않고, 차라리 그런 시간 투자라면,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겠다는 생각이었다.
 분명, 그랬다. 정말로 세 사람에게 남자친구라는 생물의 애완동물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 문자 보내고 싶지 않아.
 ……아, 전화 받고 싶지 않아.
 분명 이 세 사람에게 문자 보냈을 때, 남친님(남친녀석, 남친, 남자친구, 심지어 생략한 형태로)과 같이 있다는 식의 답장을 받는 것은 이미 학습되었다. 정말 타로 카드처럼 되어버리자 조금은 짜증이 났다. 왜냐면 타로때도, 약간은 성가신 일들이 생길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또 전화가 오면 더 심란했다. 원래 전화를 좋아하는 애가 한 명있긴 했지만, 그 애를 제외한 두 명은 전혀 전화를 하지 않았고, 거의 문자만 위주로 했다. 그렇지만, 그런 두 명에게도 전화가 올 때는 뻔했다. 물론 그 쪽에서 전화한 거니까 전화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도대체 왜 나에게 남친 하소연을 하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은 하소연 중에 물어보니 하는 말이 그거였다.
“그거야, xx는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약올리니까”
 아니, 정확히는 ‘위로로 포장된 자랑질’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내게도 친구들의 전화는 그랬다. 그렇다고 짜증내면서 ‘헤어져’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그 정도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그냥 잘 들었고, ‘잘 이야기해봐’ 정도의 아주 이론적이고 피상적인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다음 날에 전화가 없으면 둘은 알아서 화해한 것이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니, 이제는 혼자 놀기에 너무 익숙해졌다. 심각할 정도로의 문제네.


 오늘도 그랬다. 아니, 그래야했다. 분명, 그래야했었다. 이제는 전화를 넘어서 위로 술자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나는 별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 했나? 아니, 말했던 아니던. 그렇다고 필요에 의해 사람을 내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고. 그게 연애 쪽으로 발휘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렇지, 친구에 관해서는 그렇다. 나에게 오해가 생겨서 떠나거나 떠나라고 한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사과하는 게 맞지만, 단순한 녀석의 변덕에 맞춰주는 건 요새 성격이 죽어서 ‘평화’가 모토가 된 다음에야 그렇게 되었다.
 근데, 이건 뭐지? 이건 도대체 뭐지? 나는 술도 안 좋아한다. 아니 술자리를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마실 수 없는데 술자리에서 민폐나 끼치고 있는 걸 안 좋아하고, 위가 뒤집히고 나서는 내가 그런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거에 내가 피해다녔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남친이라는 애완동물의 가출에 충격을 받은 가련한 여성 한 분을 위한 위로 술자리에 있다. 어떻게 하면 도망갈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는 동안, 녀석은 과일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고, 다른 친구들은 가출한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늘여놓았다. 그리고는 괜찮은 다른 녀석을 포획할 수 있을거라는 말을 했다. 우와, 최악.
 사랑에 대해서도 사람 만큼이나 부정적이지만, 연애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이 되어갈 것 같았다. 이야기는 재밌다기보다는 감정적이었고,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지루했다. 그러다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냥 어쩌다 마주친거니하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만 시선을 느낀 게 아니었다. 다른 세 명은 갑자기 추억 회상을 관두고 미래에 대한 아주 건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제는 그 미래설계에 이름도 모르는 다른 테이블의 남정네들이 거론되었다는 거다.
‘합석하기 전에 일어나자’
 확실히 든 생각은 그거였다. 그렇게 생각이 들어 일어나려고 막 했을 때,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중간에 시킨 홍합탕이 나왔다. 아까워! 고민을 했지만 괜히 귀찮은 거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다행이다. 저 쪽은 세 명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에 일어나려고 했을 때, 오늘 위로의 주인공이 나를 잡았다. 눈물로 범벅되었던 얼굴은 도대체 언제 고쳤는 지 모를 정도로 생기 발랄이 연출되어있었다.
 대강 이야기는 그렇다. 합석을 하더라도 별로 상관없고, 지금 당장 남자가 필요한 건 내가 아니냐는 소리였다. 그 이야기는 마치 솔로인 나 때문에 커플은 자신들이 희생한다는 듯한 소리였다. ……그런 배려라면 필요없다. 야밤에 술자리에서 합석해서 본 사람은 내 동기들보다도 더 알 필요없는 사람이었고, 나는 심지어 동기들에게도 인사를 잘 안한다. 귀찮으니까, 그런 거.
 그래도 일어났다. 나를 잡았던 애는 퉁퉁 불어서는 네가 가니까 우리 합석을 하지 않을거야. 그런 소리를 했지만, 믿지 않았다. 아, 안 믿길 잘 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적게 먹었지만, 어제 그 애의 남친 마냥 가출한 내 소화요소가 내 머리를 두드렸고, 그와 이중주로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나 어제 그 사람과 사귀기로 했어’
 그 문자를 내려다보면서, 나는 순간 친구의 이름을 헷갈린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어제 헤어지니 뭐니 했던 그 애를 떠올렸지만, 핸드폰에 뜬 이름은 전혀 다른 애의 거였다. 하, 솔로의 순진함으로 기도하는데, 제발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보낸 건길. 뭐, 믿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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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 쓰네요!


역시 할 짓이 없어서 쓰는 게 맞나봐요;


 


아, 절대로 실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