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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너란 존재는 소중했다.

2010.05.03 04:19

-반시 조회 수:345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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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낯선 땅에서 홀로 자라왔다.


황량했다. 하늘에 있는 구름과 해가 나의 벗이었고, 가끔씩 지나가는 비와 새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것이 나의 세계였다.


사랑.. 행복..


이 모든것들은 나의 세계안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내 삶의 목적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세계를 깨트리는 너란 존재가 찾아왔다. 밤갈색 머리칼과 푸른색 눈동자. 천진난만하게 웃던 너의 모습. 내키보다 훨씬 작던 너는 조그마한 손으로 나의 거친 피부를 쓰다듬었다.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걸까. 한참 동안 나를 쓰다듬던 너는 말했다.


 " 나는 도시에서 살았어. "


도시.. 낯선 단어다.


 " 엄마랑 아빠는 아주 굉장한 일을 하셔! 그래서 눈에 안띄게 이런 깡촌으로 이사 온거야. "


어느새 나를 쓰다듬던 손이 멈춰있다.


 " 그런데 난 이런 사람도 별로 살지 않는 외진 곳이 싫어.. "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다.


 " 친구들이랑 놀고싶어! 여기는 내 또래 애들도 없어! 전에 살던 집으로 가고 싶다고!! "


너의 고함은 천둥소리 보다도 나를 놀라게 했다.


 - 퍽


조그만 발이 내몸을 걷어 찼다. 그리고는 왔던길을 거꾸로 밟으며 뛰어간다.


너는 어째서 나에게 찾아온 것일까.


 


 


 


 


 


 


 그렇게 몇일의 시간이 흘렀다.


멀리서 보이던 조그마한 점이 나에게 다가온다. 너였다. 너는 울상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 전에는 미안했어..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널 보니까 왠지 친구들과 떨어진 나를 보는 것 같아서.. "


이윽고 너는 고개를 숙인다. 바닥에 조그마한 자국이 비가 올때처럼 하나둘씩 새겨진다.


 " 정말 미안해.. 저기.. "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 하다.


 " 나랑 친구하자. "


친구..?


 " 너도 혼자고 나도 혼자니까. 우리 친구하자. 음.. 네 이름을 지어줄게. "


울상이었던 얼굴이 금세 고민하는 얼굴로 바뀌었다. 잠시 후 너는 웃으며 말한다.


 " 아도라!! '아주 사랑하는' 이란 뜻이야. 어때 마음에 들어? "


아도라.


 " 맘에 안 들어도 그냥 써! 헤헷.. 내 이름은 클리프야. 그럼 다음에 또 올게! "


전과 마찬가지로 너는 뛰어간다.


친구.. 너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또다시 몇일이 지났을까.


너는 나를 다시 찾아왔다.


 " 아도라! 오늘은 엄마가 아주 맛있는 음식을 해주신데! "


밝아 보인다. 왠지 나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 너도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 흐으 아쉽다. 나 얼마 전에 내 이름의 뜻을 알아냈어. 뭔 줄 알아? "


내가 알 리가 있나.


 " '낭떠러지'라고 하더라고. 부모님은 왜 이런 이름으로 지으신 걸까? "


낭떠러지..? 이상한 뜻이다.


 " 그럼 난 이만 진수성찬을 먹으러~ "


언제나처럼 같은 방향으로 너는 뛰어간다.


낭떠러지..클리프.


 


 


 


 


 


 


 오늘은 왠지 네가 올 것 같다.


힘없는 발소리가 들린다.


 " 아도라.. 나 도시로 나가서 공부할 것 같아. "


도시.. 여전히 낯선 단어다.


 " 그러니까 아주 오랫동안 못 볼지도 몰라. "


왠지 아쉬움이 섞여있다. 도시로 가기를 원하지 않았었나?


 " 나 이런 깡촌이 싫어서 맨날 도시로 가고 싶다고 부모님한테 졸랐어.. 얼마 전에 부모님끼리 크게 다투시더라고. 그리고 오늘 엄마가 말씀하셨어. 도시에서 공부하고 오라고. 그런데 나 왜 이렇게 아쉽지. 내가 가면 아도라는 또 혼자가 되겠지? "


그러고는 말이 없다. 클리프가 떠나고 나면 더는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없겠지. 나는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역시나 너는 같은 방향으로 사라진다. 오늘은 뛰어가지 않는군.


왜일까.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다.


너는 이제 오지 않는 것 일까.


놀랍게도 내 앞엔 어느새 네가 서 있었다. 가져온 사다리를 나에게 기대어 놓은 채 너는 말했다.


 " 오늘은 작별인사를 하려고 왔어. "


다른 날과 다르게 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리고 기대어 놓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간다.


 - 뚝


너의 조그마한 손은 어느새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내 몸의 일부를 쥐고 있다.


 " 아도라 미안.. 많이 아팠어? "


조금..


 " 나 내일 떠나. 사랑해 아도라. 혼자 남게 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언젠간 꼭 다시 돌아올 거야. "


너는 나를 꼬옥 껴안으며 나의 거친 피부에 부드러운 입술로 입을 맞춘다. 그리고는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 다음에봐. 아도라. "


내몸에 기대 놓았던 사다리를 짊어지고 나의 일부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너는 뛰어간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너의 발길이 끊긴 후로 나는 전과 같은 생활을 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황량한 벌판 저편에서 너의 실루엣이 보인다. 몇년이나 보지 못했는데. 어째서 너의 실루엣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일까. 나에겐 지금 너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클리프.


천진난만한 소년이었던 너는 어느새 차분한 청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도 맑았던 너의 푸른 눈이 지금은 유난히도 슬퍼 보인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아도라.. 잘지냈니. "


새들의 지저귐 같았던 너의 목소리는 어둡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내몸에 기대어 너는 털썩 주저앉는다.


 " 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


클리프.


 " 우리 부모님이 왜 이런 시골로 오신지도 이제 알 것 같아. "


무슨 말을 하는거야.


 " 우리 부모님 나라의 지원을 받으면서 아주 무섭고 위험한 약을 개발하고 계셨어.. 무슨 약인지 알아? "


네 이름의 뜻을 알려줄 때와 같구나. 내가 알 리가 없다.


 " 한 나라의 인간들을 다 죽일 수 있는.. 안 죽더라도 병신이 된 채로 평생 살아가는 그런약 말이야.. 어때 무섭지?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그것을 다른 나라가 알아버린 모양이야. 지금 수도는 함락되었고 이제 내일쯤이면 이곳도 안전하지 않겠지.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나 아직 부모님한테 말하지 않았어. 위험하다는 거. 나쁜 일을 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도망가봤자 금세 붙잡힐게 뻔하고. 자식인 나도 안전하진 않겠지.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너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과 같이 언제나 사라지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으니까.


 


 


 


 


 


 


 오늘은 왠지 불안하다.


어제 네가 했던 말들 때문일까. 멀리서 뛰어오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뒤에 몇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나에게 올 때는 항상 걸어왔는데. 뛰어오는 모습이 낯설다. 곧 너는 내뒤로 몸을 숨겼다.


 " 겨우 나무 뒤에 숨는다고 죽음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것은 아니겠지? "


너를 따라온 낯선 사내들이 말한다. 그 사내들은 나를 향해 무언가를 겨눈다.


 " 무기를 버리고 순순히 나오는게 좋을 것이다. "


너는 말이 없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다. 사내들이 겨눈 것과 같은 물건이 너의 손에 들려있다. 그것은 총..


 " 젠장.. "


너는 나지막하게 첫마디를 내뱉는다. 그리고는 나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 부모님은 돌아가셧어.. 지금 내곁에 남은 건 아도라 뿐이야. 이거 돌려줄게. "


안쪽 주머니에서 넌 무언가를 내옆에 내려 놓는다. 네가 떠나기 전에 꺾어간 내몸의 일부..


 " 고맙다. 그동안 넌 나에게 많은 힘이 되어 준 것 같다. 클리프.. 나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군. "


무슨 일이 있었기에?


 - 탕


아프다.


 - 탕탕


금속의 물체가 내몸을 파고든다. 너는 가늘게 떨고있다. 이걸 네가 맞는다면....난 온몸으로 너를 겨냥한 물체를 막고있다. 이대로 있어줘. 지금 나가면..


 - 탕탕탕


아프다. 갑자기 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 그만 둬! 아도라를 쏘지마. "


안돼.


 " 차라리 내가.. "


 - 탕


마지막 총성이 울렸다.


너의 몸이 내 앞에서 허물어진다.


너의 뜨거운 피가 내 거친 피부를 적셨다.


항상 나를 정답게 바라보던 너의 눈이 피로 얼룩져 있다.


너를 죽인 사내들이 너의 몸을 끌고 간다.


어디로 가는거야.


나의 외침은 그들에겐 들리지 않는다.


내게 남은 것은 지금 뿌리를 적시며 나의 양분이 되고 있는 너의 붉은 피.


 


 


 


 


 


 


 얼마 후 몇명의 사람들이 찾아왓다.


그들의 손엔 전기톱이 들려 있었다. 너의 마지막 흔적을 양분으로 만들어버린 원망스러운 뿌리와 네가 입을 맞춰준 나의 몸이 분리되어 간다. 나를 붙잡던 뿌리를 버리고 이젠 내가 너를 찾아갈 수 있을까.


네가 항상 나를 찾아오던 것처럼.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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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재미 없어도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