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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이상형

2008.01.20 22:11

다르칸 조회 수:67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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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하게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브라운관의 색은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거기에 없다. 의미없이 돌아가는 미싱처럼 손가락만 까딱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1박2일, 무한도전, 스타킹, 불후의 명곡 등 시간대의 시청률을 주름잡는 프로그램들도 미싱처럼 끈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몇몇 것은 이미 내용을 줄줄 꿰 말큼 봤다. 화면에 지금은 입대를 한 남자 연예인이 나왔다. 그러자 영원이가 아는 척을 한다.


 "쟤, 저 옆에 있는 애랑 사귄대."


 "나도 들었어."


 앞에 앉아서 족발을 뜯던 동수가 대답했다. 뉴스가 나온 지 이틀 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퍼질 대로 퍼진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맥주를 조금 마셨는데, 입 안이 쓰다. 보름 전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낫질 않는다. 목도 칼칼하고 맥주 맛도 영 시원치 않다. 기침이 계속 나왔다.


 "야, 감기 옮는다."


 족발을 열심히 뜯더니, 동수는 침이 튄다고 타박이다. 그것 좀 튀면 어떻다고.


 "흘리지나 말어, 내가 다 치워야 되잖아."


 엄마 있을 때에는 내가 흘리고 엄마가 내게 하던 말이었는데,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올 때면 나는 늘 친구들에게 흘리지 말라고 야단이다. 이럴 땐 그 엄마에 그 아들이지 싶다. 내 사나운 눈초리에 동수가 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줍는다. 이제보니, 고추씨도 떨어져 있다.


 "아, 알았어!"


 내가 더욱 사납게 째려보자, 들고 있던 돼지 발가락을 내려놓고 주섬주섬 줏는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흘려댄다. 한 마디 안 할 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진짜 턱받이 해줄까?"


 "야, 니네 이상형이 뭐냐."


 TV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영원이가 대뜸 입을 연다.


 "응?"


 투탁거리던 게 멈췄다. 이 놈은 왜 또 사명당이 족발 먹는 소릴 하는 건지.


 "그게 뭐야."


 "아니, 난 쟤 이쁘던데 몸매 좋잖아."


 그 말에 내가 낄낄댔다. 확실히 가슴도 크고 허리 잘록한데다가 엉덩이도 큼직하니, 몸매는 좋다. 얼굴도 나쁘진 않은데, 나한테는 영 아니다. 계속 웃으며 따끔하게 일침을 놨다.


 "그러면 뭐해, 니 몸매가 안 좋은데."


 녀석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나는 카스, 녀석은 하이트. 카스는 둘이서 한 병을 마시는데, 이 까무잡잡한 놈은 한 병을 끌어안고 마시고 있다. 거기다가 과자에, 밥에, 족발까지. 참 위대하신 친구 놈이시다. 오줌 한 번 안 놓구 어떻게 그리 잘 들어가는지 불가사의다. 그렇다고 뚱뚱한 것도 아니고,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셔, 나 몸매 좋거든."


 하면서 팔뚝을 걷어낸다. 팔뚝에 힘을 주는데, 힘줄이 몇 가닥 보이고 만다. 그걸 보던 동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동수 배에는 초콜릿이 있다. 식스팩이라고 하던가, 어렷을 적부터 운동을 해서 그런지 비쩍 마른 놈이 배에는 왕자 근육이 붙어 있다.


 "좋덴다."


 하고 동수 팔뚝을 툭툭 치며 쏘아줬다. 배떼기에 근육이야 드러내고 다닐 일 있냐, 팔뚝 근육이나 키워라.


 "난 구혜선이가 이쁘던데."


 "구리더? 크크"


 인터넷에 떠도는 말장난이다. 케이블 티비에 구혜선이 요상한 화장을 하고 나왔는데, 그걸 누군가 만화 드래곤볼에 합성을 시켜 놨다. 그것도 악당인 프리더랑 합성한 탓에 DC나 웃대에서 구혜선을 구리더라고 불러댄다.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는데, 참 나름대로 인기라면 인기인 셈이다.


 "피부 하얗고 눈 크고! 이쁘지?"


 동수는 고집이 쎄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남이 싫다 하면 삐지기 일쑤다. 그리고 나는 녀석을 자주 삐지게 만든다.


 "이쁘긴, 얼굴형이 못 생겼잖아."


 솔직한 내 심정이다. 녀석이 쌈장을 흘렸다. 바로 눈을 부라렸다.


 "죽을래? 니가 개야? 왜 자꾸 흘려?"


 "아, 진짜 왜 이러지?"


 옆에서 영원이가 끼어든다.


 "왜 이러긴, 맨날 그랬지."


 나랑 둘이 낄낄대자, 휴지를 찾아 빙빙 돌다가 수건으로 방바닥을 닦았다.


 "수건으로 닦으면 누가 빨라는 거냐."


 "야! 휴지가 없잖아."


 "니 뒤에 걸린 건 휴지가 아니고 목도리냐? 응?"


 그제서야 뒤에 걸린 휴지를 본 모양이다. 어이구 바보. 내가 수건을 주워다 화장실에 던져 넣고 오자, 둘이서 구혜선이 이쁘니 누가 이쁘니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야야, 병준아. 누가 더 이쁘냐?"


 영원이가 헬프를 구하는데, 내 대답은 그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둘 다 별로야."


 "뭐?"


 이번엔 동수가 깜짝 놀랜다.


 "구혜선도 싫고, 저 애도 싫다. 이쁘면 뭘해 골이 비었는데."


 그럼, 자고로 여자란 똑똑해야 남자를 데리고 살 수 있다. 그게 내 잔뜩 쌓여 있는 지론 중에 하나다.


 "뻥치시네."


 "그래그래, 얼굴도 이쁘긴 해야지."


 "그럼 김태희네."


 영원이가 김태희 소릴 하자, 둘이서 동시에 날 갈군다.


 "미친놈."


 "꿈도 야무지다."


 이 잡것들이, 내가 언제 김태희라고 그랬냐.


 "이쁘면 좋다고 새끼야, 내가 언제 김태희라 그랬냐."


 "이쁘고 공부 잘하면 김태희지."


 "공부 잘하는 거 말고, 현명한 거!"


 말을 정정해줬다. 영원이 표정이 묘하다. 현명한 거랑 공부 잘하는 건 엄연히 다른데, 요즘에는 그걸 모르는 종들이 너무 많아 졌다. 일 년치 형, 누나들도 현명하다면 알아 듣던데. 설명해주기도 귀찮다.


 "그리고 노래 잘 불러야 돼."


 "노래?"


 점점 꼬리가 길어지고 있다. 물론 다 내 이상형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여자를 찾는 것도 아니다.


 "성격도 활발해야 돼, 알잖아? 나 심심한 거 못 참는데."


 "그래, 넌 안 그럼 못 지내잖아."


 녀석들이 낄낄댄다.


 얼굴 이쁘면 좋겠지. 현명해야 내가 편해지고 학벌 좋다면 나쁠리 있겠나, 노래는 정말 잘 불렀음 좋겠고 성격도 활발해야 겠고. 참 거창하다. 그치만 어때, 이상형인 걸.


 어느 새 맥주가 동이 났다. 영원이는 이미 하이트 한 병을 모조리 비우고 카스 한 병을 또 따고 앉았다. 나는 배가 고파서 부엌에서 설렁탕에 밥을 말아왔다.


 "야, 나도."


 벌써 족발을 모조리 해치운 동수가 저도 달라고 보챘다. 어이구 식충아. 그래도 안 줄 수 없으니, 설렁탕을 한 그릇 떠서 밥에 말아 줬다. 숟가락 들기가 무섭게 식신처럼 입 안으로 몰아 넣는다. 왜 내 옆에는 이런 대식가들 밖에 없을까. 이 놈들하고는 불알친구지만, 밥 사기가 무서운 놈들이다. 가도 고기 뷔페나 가지.


 "그래도 나는 구혜선이 이뻐."


 어느 새 흰 밑바닥만 남은 그릇을 남겨두고 맥주로 입가심을 하는 동수가 말했다. 그래, 너는 구혜선을 쫓아 다녀라. 혹시 모르지 어느 날 저 놈이 구혜선을 데리고 나타날 지도. 그 때엔 구혜선 나이가 사십줄이겠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웃음이 터졌다.


 "얼레? 왜 이래? 미쳤어?"


 영문 모를 놈들은 내가 왜 미친 듯 웃는지 몰랐다. 그래도 좋다. 웃음이 나오는데 뭘.


 


 


 


 


 


 


 





 


 


 


 


 


 


 아놔.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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