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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기억.

2007.12.20 21:23

RainShower 조회 수:519 추천:3

extra_vars1 잊는다라고 말하는 소멸 
extra_vars2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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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언갈 잘 잊어먹고 다닌다.


 아직 앞날 창창한 이십대의 나이인데, 어울리지 않게 치매라도 걸린걸까.


 


 잠깐 피로해서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5분뒤 나는 애꿎은 책상서랍과 책장위를 뒤지며 안경을 찾는다. 나중에서야 '아! 주머니'하고 생각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내 인생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여튼 이러한 나의 건망증은 아무리 긴장하고 안잊어먹으려고해도, 정말 중요한 순간에 그 힘을 요란하게 발휘해 항상 내 발걸음에 강력한 태클을 걸곤한다.


 


 여느때 처럼 나는 자취방을 나와 수업을 듣기위해 학교로 향한다. 오늘은 잊어먹고 온게 없었다. 잘안쓰는 핸드폰도 가지고 나왔고, 필통도, 책도, 공책도, 어제 해둔 레포트까지 문제없이 가방에.........


 


 


 이런, 가방을 놓고왔다.


 


 


 어찌 이리도 멍청할까. 안그래도 수업시간이 아슬아슬할것같은데 또 일을 벌려놓고 말았다. 달리자!


헐레벌떡 자취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맨다. 그러고보니 책상위에 담배랑 라이터를 두고 온게 기억나, 주머니에 챙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야 말로 잊어버리고 온게 없다. 생각을 더듬고는 빠진게 안떠올라 안심하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 붉게 변해 나의 걸음을 세운다. 나는 가만히 서서 담배연기를 마시며, 초록불이 되길 기다렸다. 


 


 금방 신호가 변하고 나는 도로를 건너 곧장 학교로 들어설 수 있었다.


 


 수업을 받으려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교정. 나는 지정된 교실로 가방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걱정과 달리 수업이 시작하려면 아직 5분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던것이다. 담배나 한대 더 피우자.


 


 주머니의 담배를 꺼내자, 곧 돗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벌써 다 피웠네.


 


 나는 마지막 돗대를 마음껏 즐긴 후, 교실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 이제 수업을 들어볼까? 


 


 ...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숙면모드에 돌입했다. 이건 내 나름대로의 수업방식이다. 수면학습이라는게 있지 않는가? 영어듣기도 그런식으로 하면 효과가 있다고들하고..


 


 하여튼 나는 교수의 짓걸임을 자장가 삼아 묵은 피로를 개운하게 풀어버렸다.


 


 한참을 자다가, 주변이 어수선해져 눈을 뜨게되었다. 수업이 끝난 모양이다. 나는 길게 기지개를 펴고 담배나 피울 생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다 피웠었지.


 


 불타오르는 흡현욕구에 나는 참지못하고 교내 매점을 향해 달려갔다. 아주머니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고는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려하는데...


 


 헉! 지갑이 없다!!!


 


 어떻게 된거지. 어디서 잊어버린거야. 내 지갑!!


 


 아주머니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당황하는 나를 계속 쳐다보기만 한다. 이런, 그런 눈빛은 제발....


 


 안되겠다. 그냥 가야지. 나는 '죄송합니다. 지갑을 놔두고 온것같네요'하고 매점을 뛰쳐나왔다. 에잇. 쪽팔려!


 도대체 내가 지갑을 어디다 두었지~!? 분명 아침에 다 챙겼는데.....


 


 헉!! 맞다! 가방!!


 


 순간 가방에 지갑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가방을 교실에 놔두고 왔다는 사실이 벼락같이 뇌리를 스친다.


나는 전력으로 교실을 향해 달렸다. 달렸다....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다행히 가방은 제자리에 고이 놓여있었다. 휴.


 


 나는 가방을 뒤져 지갑을 꺼내들었다. 평소의 건망증 덕에 현금을 일체 안쓰고 카드로만 써서 지갑에는 현금 100원도 없었다. 좋아. 이제 담배를....


 


 지갑속에 현금카드가 없네!?


 


 노오오~!!!


 


 오늘은 무언가 안좋은 것 같다. 현금카드를 끼워놓던 곳에는 대신 주민등록증이 끼워져있었다. 제길, 색깔이 비슷해서 착각한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귀찮음을 무릎쓰고 자취방으로 돌아가야하는 사태.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섰다. 모르겠다. 이따가 수업이 하나 더 있는데, 오늘 일진이 매우 안좋으니, 그냥 방에 박혀서 안나오는게 좋을 듯 하다. 그리고 현금카드도 찾아봐야지.


 


 자취방으로 돌아와, 나는 그뒤로 2시간동안 방을 미친듯이 뒤졌다.


 


 하지만 현금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아우! 모르겠다 일단 자야겠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맘편히 잠을 자기로 결정하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과격한 액션에 의해 주머니에 있던 지갑이 살짝 삐져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갑을 다시 열었다.


 


 분명 그곳에는 현금카드가 없었다. 대신 그자리는 주민등록증이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 다시보니까 어째 두께가 굵은.......


 


 


 쉣!!


 


 


 그렇게 애타게 찾던 현금카드는 주민등록증 뒤에 교묘히 숨어있던 것이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주민등록증을 지갑에서 빼버리고 바닥에 힘껏 던졌다. 그걸로 분이 안풀려 주민등록증을 짓밟았다.


 


 이 나쁜 자식!! 나를 우롱하고도 니가 무사할 줄 알았느냐!!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고, 주민등록증이 작아서 레슬링 기술을 걸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분이 풀릴것같았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확! 신용카드처럼 잘라버릴 수도 없고! 이 애물단지 같은 놈!


 


 마지막에는 손으로 주민등록증을 잡은뒤 발차기로 날려버렸다.


 


 에랏! 죽어버려랏!


 시원한 마무리를 뒤로하고 침대위로 올라간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꿈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쭉.


 


 주민등록증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원래 없었던것처럼 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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