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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누구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 後

2007.11.06 04:28

L.V.Verdinihi 조회 수:588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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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가기 전에...]


본 편의 이해를 위해, 제가 2년전쯤엔가 올려두었던


'누구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라는 소설을 읽고 나신 후에 읽으셔야 이해가 빠릅니다.


 


http://www.acoc.co.kr/bbs/zboard.php?id=fiction_yeonjea&no=283


 


↑ 클릭하시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길이가 조금 깁니다...


 


 



9.


 그것이 어느 미친 겨울날, 내가 써 놓았던 소설의 전부였다.


 글은 쓸수록 는다고 믿는 나로서는 지금에 비한다면 모든 문장이 부끄러워서 참기 힘들 정도였다. 이 시대의 기인이라 불린다는 어느 선생님은 자기가 쓴 글은 부끄러워서 한 2년 동안은 읽지 않는다더라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그러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몸도 마음도 자라버린 나는 그 옛날 코흘리개가 내놓았던 문제를 놓고 물고 늘어지듯 원고와 싸우고 있었다. 이렇게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끌어 가던 그 옛날의 나는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모든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그것'에 대해서는 나야 아제 다른 사람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무어라 딱 정해 놓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걸 쓰는 시점에서도 '그것'이 무엇이라고 할 수 없었으며, 지금도 그렇다. 단지 선택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옛날의 내가 '그것'에 대해서 딱히 정해 두고 쓴 것도 아니었으며, 언젠가 그 글을 읽을 지도 모르는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독자라는 존재 - 지금의 나를 포함하여 - 가 한번쯤 생각을 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그것'을 모른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그것'만큼은 수호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 이었다.


 그러나 사실, 내가 알고 있던 '그것'이 '그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에 와서 스토리를 읊기엔 그러니까, 대충 처음에 나왔던 부분만. 대충 '그것'으로 돌아가는 사회였고,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회였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도대체 '그것'은 누가 만들었을까...


 어떤 천재를 매장하려는 사회의 비극적인 모습을 그리려고 했던 결말은 (그때도 느꼈겠지만) 지금도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나는 글을 쓴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옛날의 나는 어떤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그 나이의 광란자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든 일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 사회의 탓이었다. 어떤 벽에 부딪혀 있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마치 하늘로 더 높이 날아가려던 이카루스를 막아서던 파에톤의 불의 전차같은, 벽.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에 묻혀 있던, 순간의 복수심에 불탄 소년의 말장난으로 인해 한 가상의 청년이 피떡이 될 그 때의 세계는 이미 글을 읽으면서 다시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거꾸로 처박혔다는 노키메부스(잠시 고백하건대, NOKHYMEBUS는 MONKEY BUSH의 철자를 섞어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맞춘 사람이 없었다)마저도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숨이 끊어진 것은... 불쌍한 디에노스일 뿐이었겠지.


 


 다시 달려가 보아야 했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다시 그 학교 건물이란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생각해 보니, 나의 괴로운 소년 시절을 겪었던 그 학교와 많이 닮아있었다. 빌록쉬스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단지 누군가 디에노스와 아까 만났던 '경찰'이라는 사람과 비슷한 낌새를 지닌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보고 고개를 살짝 돌려보았을 뿐...... 나는 옥상까지 올라가버렸다. 옥상에 있는 내가 목표였다.


 나는 디에노스를 붙들고, 그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양피지로 그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디에노스와 나 - 어린 시절의 내가 나를 바라본 것은 그 다음이었다. 나는 나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고 격앙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가 하려고 했던게 고작 이런 거였어? 앙? 이 미* *끼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욕의 가장 윗 부분에 속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멱살을 잡고 기세 좋게 흔들어댔다. 흔들고 있는 나마저도 정신이 아찔했다.


 


 "뭐... 뭘 어쨌다는 거야?"


 "뭘 어째?! 이 거지같은 새끼가..."


 


 아찔한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한마디 한마디를 더 이어나갔다, 이를 악 문 채로.


 


 "너, 너도... 저 밖에 누구들처럼... 그 양피지로... 디에노스를... 그냥 콱, 죽이고 싶은거겠지. 안그래?


  디에노스가 양피지를 보고 지 혼자 뛰어내려 죽어야지, 얘기가 되거든... 앙? 그런거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대체 누구지?"


 "너도 똑같아. 아니... 애시당초 누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었지. 그래, 누가 만드신 세곈데."


 


 이상하게 화만 나면 누군가를 비꼬는 투를 하고 싶어지는 나였다.


 옛 나는 겁에 질린 투로 이야기했다.


 


 "나... 나는, 단지 사실을 전해주러..."


 "사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실이라고, 사실이라고?!"


 


 그처럼 불같이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것도 오랜만이었던 것 같았다.


 


 "네가 제멋대로 만들어놓은 이 세계가, 사실이라고?"


 


 두 손이 꽉 쥐여진 탓에 손에 땀이 가득 차올랐다.


 


 "너... 이 새끼야... 그 양피지는... 그 양피지는..."


 


 주먹을 높이 들었다.


 


 


 


 


 "니가 너한테 써놓은 거잖아, 이 개*끼야!"


 


 


 


 그리고 그 주먹을 한대 쳐든 순간, 나는 내가 분명히 맞는 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자놀이에 정확히 들어간 타격이 내 머릿속 전체를 후비고 지나는 듯, 턱, 하고 맞아버린 것 같아서, 멍한 눈빛으로 내 방 벽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제대로 됐어. 누구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스스로에게 '그것'을 만든 사람은 있겠지...


 난 '그것'이 싫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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