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진득진득하게 달라붙는 추잡한 집착.
2005.08.07 23:36
extra_vars1 | 메스로 그어서 자궁을 빼어내 버리자. 너는 언제나 혼자이고. 버림받고 미움받아야 내가 즐거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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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분이 정말 좋아.
목덜미에 와 닿는 손가락의 감촉도 좋아.
야한 속옷입고 슬립한 한장 걸쳤어.
cd player 을 재생시키려는데 흰 창문으로 바람이 훅 하고 불어서
" 넌 정말 착하고 좋은아이구나."
라고 칭찬하는것처럼 앞머리를 쓸며.
앞머리로 신기한 조형을 만들어주는것도 좋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더운데도 잠깐 밖에 나갔어.
2000원을 내밀면서
" 되는대로 우표 주세요. 빠른우표로."
라고 기계적으로 말했을때
어기적어기적 빠른우표 6장을 꺼내주는 여자 종업원도 귀여워.
편지지가 깨끗한것도 맘에들어.
' 이 편지를 누구한테 돌리지.'
라고 독백조로 웅얼거리면서
msn에 접속.
긴박한일로 몸이라도 팔아서 돈을 모으려는 사람처럼.
" 편지 써줄게, 답장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한장이넘는 따뜻한 말로 채워진 편지를 써줍니다."
라고 외쳤다.
주변의 사람들은 ('ㅅ') <- 이런표정을 매초마다 보내면서
'저녀석 또 시작이군.' 이라던가.
' 오늘은 또 무슨일이야.'
라던가 식으로 흰색 바탕이었던 편지지가 검게 변해가는동안
칠면조처럼 변덕을 부렸다.
조금 서운해져서.
-기다려. 10월 말 이 되면 모두 죽여줄꺼야.
이렇게 전전 긍긍해서 얻은것은 한사람분의 우편번호.
그 사람은 편지가 오면
" 잘 먹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대해줄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그사람이 요즘 어떤 상태인지 나는 너무 바빠서 몰라.
그렇지만 마음만은 닿겠지.
" 힘내," 라던가 " 행복해야해- " 라는 소녀틱한 말이아니라도
cheer up 하게 해줄수 있는말은 정말 많잖아.
바둑의 정석.. 같은 " 편지의 기본 형식." 같은 말이 주욱 써진
기본 형식위주로 채워나가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 한사람 남았다.
옛날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부끄러운 말들을 쓱쓱 써서.
["여기요." 하고 대충 줘버리는 싸구려 분식집 아줌마같이.]
우체통에 슥 하고 넣어버릴 그런 편하고 가벼운 사람이었는데
뭐든지 아무렇지도 말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대하기 힘든 사람이 있다.
옛날엔 " 기운내야해. 다른사람에게 힘을주고 싶어."
라고 외치는 작은 고양이.
지금은 외롭고 작은 보통 사람.
나도 그한테서 뭔가 말로 형용할수 없는것을 많이 받았다.
" 따뜻함?"
" 절제? "
" 옛날의 기억을 살리지 않고, 누군가가 갑자기 키스해주면 떨지않고
뒷걸음치지 않고 순응하는것? "
" 길들이는것?"
" 길들여 지는것?"
" 감사하고 기다리는것?"
"따뜻한 눈물을 수은 5ml의 g수만큼 흘리는것?"
펜을 들고. 네번 심호흡.
하는 동안에 뇌속에서 많은일들이 일어났다.
부신에서는아드네날린이뽑아져나오고땀구멍에서는많은땀이흘려져나와숨이가빠지고얼굴이홍조가된다참다못해피부의진피속의숨겨져있는온점을전드려그녀석을별수없다는듯나의대뇌를발로툭툭차서플러그를꽃고에어콘을가동시킨다.손가락관절을쓰고바보같은필체로to..라고쓰자마자부끄러운생각에다시아드네날린이뿜어져나와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편지지를 분쇄기에 넣고있었어.
그리고 조금 울고 있었어.
미안해. 미안해요. 난 역시 당신을 못당하겠어.
너무 밝게 웃고있을것 같아서 차마 그 웃음에 더러운 유화물감을 풀기싫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설탕물 용액에 수은을 풀고싶지 않아. 미안해.
내가 뭔가를 보내도 옛날의 그 더러운 기억만 꺼내는것 같아요.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추잡한 문자로 뭔가를 보낸다고 해도 나아지는것 없잖아.
내가 보내면 화낼꺼지.
심박수가 나 처럼 올라갈꺼야. 울면서 흐느끼고 옛날기억이 다시날꺼야.
암울한 기억들이 무거운 콘트라 베이스를 연주할꺼야.
미안해 나 과분한 짓을 하려고 했어 정말 미안해. 미안해요.
비록 당신이랑 헤어졌어도 절대 당신한테 미움받기 싫어서
그냥 전부 울고나서
꺠끗한 기분으로 남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이젠 귀찮은 전화도 안 울리고 날도 정말 시원해서
마릴린 맨슨의 노래를 듣다가 커터로 두번째 손가락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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