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는 당신에게 무엇으로 기억 되나요?
2005.07.21 22:01
extra_vars1 | 나는 깊게 새겨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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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참 깊다.
가로등 불빛마저 신기루 처럼 흐리고.
그만큼 어두운 밤의 색이 유화 물감처럼 치덕 치덕.
반복해서 뎃셍 하듯이 치덕치덕.
덮어져서
그림자 마저도 눈을 찡그리고 봐야 해.
길고 큰 내 그림자.
언제나 .
너한테
키스할때는 불편할정도로 키가 작은 나였는데.
그림자를 보니까 다리에 힘이 풀리며 편안한 느낌이 들어.
이제 발 돋움 하지 않아도 돼.
" 이 그림자가 맘에 들어?
여기에 키스하고 싶어? "
등 뒤에 자루에게 상냥하게 말 건다.
대답할리 없지만
- 심장과 폐쪽에 메스로 나의 이름을 잔뜩 써 갈겨서 말이야.-
자루를 잠깐 바닥에 눕히면.
자. 가죽으로 된 자루에서 너의 진한 피가 쿨렁쿨렁 하고 흘러 나온다.
바다같이.
-바다라기 보다는 조금더 기분 나쁘게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얼굴만을 내 놓아
어렵게 그림자를 맟추어.
머리 부분과 합치면,
딱 들어 맞는다.
" 기분 좋아? "
무언의 대화. 그렇지만 즐거워.
네 하얀 얼굴을 내 그림자로 더럽히는 것 만으로도.
핏기 없는 얼굴이 그런 행위를 당하는 중인데도 평온한 얼굴을 짓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아니, 황홀해.
아니, 느껴버릴것 같아, 미쳐버릴것 같아.
홍조인 얼굴을 애서 진정시키고. 전보다는 들뜬 기분으로
죽어있는 네가 든 자루를 짊어진다.
" 응차. 근데 너 조금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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