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다리를 들었다가 내리면

2005.06.23 02:14

다르칸 조회 수:92

extra_vars1 189-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요즘은 짜증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별 희안한 놈이 같은 반에 들어오질 않나, 발 한 번 디뎠다가 구정물을 밟질 않나. 참, 희안한 달이다.

.
.
.
.
.

7시 30분, 시간이 딱 정해지면 핸드폰이 울리고 졸음이 아직 가시지 않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대체 무얼 하는지도 모르고 시간에 쫓겨 웅얼거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학교로 향할 준비를 끝낸다. MP3를 귀에 꽃고 집을 나서면, 3분 정도 떨어진 버스정류장의 앞에서 16번 버스를 기다린다.
복잡한 버스 안은 언제나 어지럽다. 사람이 많다고 돈도 안 내고 뒷문으로 무작정 타는 싸가지 없는 동년배일지도 모를 놈들과 한국 아줌마 근성이라는 것으로 무장해서는 공짜로 슬며시 버스에 엉겨붙는 이들도 있다. 밖에는 2급 하천과 제법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풍경이 보이지만, 짜증스러워서 인상이 찌푸려진다.

.
.
.
.
.

잠실 고등학교, 자기 입으로 대단하다는 놈들 치고 된 놈 없으니 저 '大 명문'이라는 잠실고야 더하면 더하지 않겠는가? 학교 주위는 재개발이랍시고 몽땅 쓸어버려서 얇은 판떼기를 넘기면 곧바로 황량한 사막처럼 모래들만이 깔려 있다. 게다가 한강 근처라 강바람도 매법게 불고 때가 황사바람이 불어닥쳐 눈을 괴롭힌다. 8시 10분, 언제나 아슬아슬한 때를 맞춰 교실로 들어온다. 하지만 지각한다면 곧바로 1000원이라는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나로썬 지각이란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친숙한 얼굴들을 보면서 혹은 볼 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면상들을 보면서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교과서를 꺼내든다.

.
.
.
.
.

2xy+x(x².......알 수 없는 문자들의 도열 다만, 그것이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할 때에는 계산과 법칙에 의해 이해할 수 있음이다. 열심히 펜을 굴리고 칠판에서 손에 분필로 떡칠을 하는 선생님의 말에 경청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공부에 재미도 습관도 들리지 못했기 때문에 경청은 하되 그 귀중한 보석들이 다른 귀로 다시 흘러나가 버린다. 안타깝게도 눈이 멀어버린 나는 그것을 놓쳐버리고 만다. 후회는 언제나 시간이 지난 후에.

.
.
.
.
.

오늘에는  신체검사를 하는 날, 피도 뽑고 키도 재고 한 껏 들뜬 아이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지난 밤부터 아무것도 먹질 못해 허기진 이들이 검사를 끝내고 도시락을 까먹기 위해 각자의 교실로 되돌아 가 또한 왁자지껄 떠들면서 때 늦은 아침, 때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이후에 있을 점심시간에 할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지금 배고픔에 목말라 게걸스럽게 밥 한 그릇을 먹어치우곤 각자의 젓가락을 집어들고 속속들이 도착하는 늦은 이들의 반찬을 탐한다. 하늘은 언제 게였는지 누런 황사가 지워져 파아란 하늘을 비춰보이고 있다.

.
.
.
.
.

못 하는 실력에 딸리는 지식을 겹겹이 채워넣기 위해 보충이라는 것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 진이 모조리 빠진 몸을 힙겹게 누이면, 그 즈음에야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파란 배경을 볼 수 있게 된다. 피곤하지만 이 괴상한 성격탓에 집 밖에서는 제대로 자지 못 해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동경할 뿐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럴 게 아닌가. 모두가 돌아가는 시간이고 버스에 몸을 쉬여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그런 시간, 잠시 고민에 빠질 만한 시간일 것이다. 오늘 하루 역시 잠시 다리를 들었다가 내렸을 뿐인데도 힘에 겨운 한숨이 튀어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