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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논픽션 오타쿠 썰(說) - 종이봉투의 기억

2006.01.20 10:52

종이봉투 조회 수:145 추천:2

extra_vars1 제1부 애니메이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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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수필은 '하프 오타쿠라이프 설정자료집 프로토타입2'를 집필하던 중.
'사람은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오타쿠가 되어가는가.'를 고찰하는 도중에 떠오른
작가 (종이봉투. 본명 원인재) 자신의 과거사를 정리한 것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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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5살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비디오 대여점을 하셨다.
내가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께서는 비디오 대여점을 폐업. 극소수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디오가
       헐값에 팔려나갔다.

―── 난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팔려나간
         그 수많은 비디오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물건인지 모르고 있었다.

내가 5살때부터 8살이 될 때까지의 3년간,
나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았고 수많은 영화를 보았다.

―── 전부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하루에도 몇 편을 봐대었는지, 손님에게 대여해줄
비디오를 내가 보고 있던 적이 자주 있었던 것 같다.

―── 그 때부터 내 눈이 나빠지기 시작한 지도.

하루에도 수 편의 비디오를, TV 가까이에 붙어앉아 보았다.
어느날 부터일까. 이후로 줄곧, 멀리 앉아 TV를 볼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을 쓰게 되었다. 어머니가
수시로 그런 내게 이유를 묻고 그걸 고치도록 명령했지만,
난 내 눈의 이상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고, TV를 볼 때마다
인상을 쓰는 것이 내 버릇이 되어 버렸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수원에 있는 넷째 고모댁에
방학맞이 여행을 갔다. 그 때에도 내 버릇은 여전했다.
단지, 집에서와 달랐던 점이라면, 의문 제기와 시정 요구에서
끝을 내던 어머니와 달리, 수원 고모는 날 데리고 안과에
갔다는 점이랄까.

―──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와 비교했을 때, 내 시력은
        놀랄만치 낮아져 있었다.

꽤 놀라셨는지, 고모는 내게 안경을 하나 맞춰주었고,
그 후 내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부모님께 연락을 하셨다.
아마 내 시력이 이렇게 되도록 무얼하고 있었냐는 말씀도
분명히 있던 걸로 기억한다.

―── 난생 처음 써본 안경 너머의 세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고,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안경점을 나서서 고모의 빌라에 돌아가는 중까지, 고모가
무안해질 만큼 큰소리로 "보인다!! 보인다!!"를 외치며 달리고,
또 달렸다. 거리의 간판들이 그렇게 또박또박 읽힐 수도,
멀리 저 편의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게 뚜렷이 보일수도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랬다.

―── 이것은 내가 처음 안경을 쓰던 때의 기억이었다.

... ...당연한 사태였겠지만, 역시 성환(작가 주 : 천안시 성환읍. 작가의 고향이자 거주지)에 돌아왔을 때,
안경을 씀으로 인해 달라진 내 인상 때문에 부모님을 조금 놀라게 했었다. 전부 옛 추억일 뿐이지... ...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