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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모자(母子)-완결편

2005.12.30 04:13

아사도라유이치 조회 수:63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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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퇴원하는 날이되었다.

안구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한쪽 눈과 건강을 회복한 나는 마침내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기억은 아직 되찾지 못했지만, 살다보면 언젠가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나는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비록 한 쪽 뿐이기는 했지만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병원에서 나와 어머니와 만나기로 했던 장소인 녹림공원이라는 곳으로 향한다.

갑갑했던 실내에서 나와 드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문득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기억을 잃었지만 나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다.

기억을 잃었지만 나는 아직 꿈과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한쪽 눈을 잃었지만 내게는 아직 눈이 한 개 남아있다.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이식에 성공한 눈으로 보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어질어질함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려 하늘을 바라본다.

해, 보이는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다. 눈, 내리는 듯 하면서 내리지 않는다.

구름, 움직이는 듯 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바람, 부는 것 같으면서도 불지 않는다.

마치 몽환 속을 거니는 것 같은 세상. 마침내 나는 약속 장소인 녹림공원에 도착했다.

눈이 녹지 않은 수많은 나뭇가지들로 인해 백색녹음을 이룬 이 곳.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내 쪽을 향해 걸어온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사람은 시간을 거듭할 수록 가까워져온다.

가까워 질수록 그 사람의 윤곽은 뚜렸하게 드러난다.

마침내 코앞까지 와서 나와 마주하는 키 작은 여자. 50대 중반의 깡마른 체구의 파마머리 아주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뿌리는 아주머니.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나의 어머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이 한쪽밖에 없어서 한쪽에서만 흘러내린다.

하지만 어떤가, 이젠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엄마! 엄마 맞죠!'

'그래...... 현빈아. 내가 네 엄마다. 용케 알아봐 줬구나.'

나는 그대로 어머니를 끌어 안았다.

'엄마, 이제 절대 헤어지지 말아요. 영원히 함께 있어요.'

'응......'

'엄마, 근데......'

'왜?'

'엄만 왜 한쪽 눈이 없어요?'

'아, 예전에 사고를 당했거든. 그래서 그런 거니까 크게 신경쓰지 말거라. 엄마는 괜찮으니까.'

'아, 그렇군요.'

'자자, 집에 가자? 엄마가 맛있는 밥 해놨단다.'

'네! 아, 맞다.......'

'왜?'

'할 말이 있어요.'

'?'

'사랑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무와 소년이 있었다.
나무는 소년을 사랑했다.
과일을 주고, 가지를 주고 잎사귀를 주었다.
먼 곳으로 떠나겠다는 소년을 위해 몸뚱이까지 베어 주었다.

그러나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몇십 년후, 돌아온 소년이 나무에게 말했다.
나무야, 이젠 쉴 곳이 필요해. 앉아도 되겠니?
응. 물론이야.
밑둥이뿐인 나무가 말했다.
소년은 나무를 본다.
나무에겐 잘려진 밑둥이뿐이었다.
그것마저 나무는 소년에게 주려고한다.

그제서야 소년은 자신을 향한 나무의 사랑을 알게되었다.

지금 하던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라.
당신 주위에도 있을 것이다.
당신을 지켜보고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뭐든지 주고 싶어하는
아낌없는 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무가 있으면 지금 당장 말해주라.
단 한번이라도 말해줘라.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