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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만약 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면?

2005.10.09 07:22

ArQu 조회 수:257 추천:2

extra_vars1 쓸데없는 공상 
extra_vars2 19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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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 난 나일론스웨터에 청바지에 M16을 메고 다니는 녀석이야 ... 그래 ... 그런거야 ...

-어떤 글(-_-)을 읽고 난 후 ArQu의 중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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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나도 그것을 본받아서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것이다. 내가 죽은 이후에도 그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아직은 살날이

많이 남은 그시대의 (나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아이들이 사과를 따먹으며 행복해 하겠지? 그런것

을 생각하며 사과나무를 심는다면 상당히 행복할것 같다. 게다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자그마한 업적이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며 나와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모두에게 쓰는것은 무리 이므로 나

의 짧은 인생에 어느정도 의미를 부여해준 사람들 에게만 쓴다.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 내가 도움을

준 사람, 기억에 남는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증오하는 사람, 나와 제일 친했던 사람, 내가 가

장 존경했던 사람... 이렇게 한바탕 편지판을 벌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모

든 일을 없애버릴수 있고 미련도 상당히 버릴수 있을것 같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나라

는 존재가 각인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책을 죽도록 읽어본다. 소설, 수필, 시집, 교과서, 문제집, 논문 ... 이세상에 존재하

는 지식중 가능한 많은 양을 내 머리속에 새겨두고 가고싶다. 내가 살아온 세상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는것 만큼 슬픈일은 없을것 같다.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온 이곳에 대해 내가 알고싶은 만큼, 알수

있는 만큼 알고 가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자서전을 써본다. 자서전이라는 것이 본래 분량이 막대하기 때문

에 난 다 쓰지 못할것이다. '어느 평범한 인간의 미완의 인생' 이라는 제목의 미완의 자서전을 쓰고

떠나가는 것이다. 업적도 없고(아. 여기에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하면 되겠다) 특별한 사건도 일어나

지 않은 그런 평범한 인생을 뻔한 모습 그대로 써보고 싶다. 그렇게 써 나가다 보면 지금까지 내가 망

각 하고 있던 그런 소중한 추억을 되찾을수 있을것 같다. 그런 추억을 되찾을때마다 살짝 기뻐하며

종이에 새겨 놓는것이다.

그리고 먹고싶었던 음식을 질리도록 먹어본다. 누가봐도 군침을 흘릴만한 음식도 먹어보고 누가봐도

'저런걸 어떻게 먹어' 라고 하며 몸서리치는 그런 충격적인 음식도 먹어본다. 혀가 마비될 만큼 짜디짠

음식도, 속을 태워버릴듯한 그런 매운 음식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신 음식도, 먹은후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아주 단 음식도, 입에도 대기 싫을만큼 쓴 음식도..

24시간 종일 잠만 자고 있어본다. 더 이상 잠자는것이 싫어질 만큼. '잠' 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만큼 잠을 자본다. 얼마 안있으면 그런 잠을 깨고싶어도 꺠지못할만큼 실컷 잘수 있다.

일종의 '연습' 이다. 그렇게 힘든것은 미리 연습을 해놔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라는 궁리를 해본다. 다시 태어난다면? 끝없는 암흑속에 갇혀 있게 된다

면? 어느쪽도 유쾌한 경험은 아닐것 같다. 그래도 즐기는것이 좋다. 기억도 추억도 모두 상실한 이상

어쩔수 없는 것이다.

아직은 병들지 않은 내 몸의 일부를 기증한다. 내가 없어도 '나'는 살아 숨쉰다. 그것으로 족한다.

하지만 역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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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냐... 문득 떠오른 생각 입니다. '내가 머지않아 죽는다면?' 이란거...

유쾌한 상상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즐겁게 집필했습니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예상한다는거...

우울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즐거운 일이더군요.

뭐... 지금 우울하긴 해도 기분나쁜 우울함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