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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나는 그 시간이 좋다.

2005.10.04 06:24

ArQu 조회 수:94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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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시간이 좋다. 이른 아침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시간. 그런때에 귀에 이어폰을 꽂

고 소리를 최대한으로 높인후 흥얼거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 순간이 좋다. 이어폰에서 전해져오는 소리

가 너무 커져버리면 세상과 나는 단절된다. 오직 존재하는건 내 고막을 때리는 경쾌한 리듬뿐. 그것이 너

무좋다. 그래서인지 난 항상 그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다. 집에서 학교에가는 그 짧은시간. 그시간을 기다리

고있는 다른 시간들도 좋다.

난 주로 그시간에 가요를 듣는다. 매니아틱한 느낌은 전혀없는 순수한 대중가요. 그러한 노래들에서 나오

는 왠지모를 친근감과 따스함, 그리고 나의 감정을 휘몰아쳐 버리는 화려함이 좋다. 천천히 이어지는 선율

과 감미로움, 조용하게 여운을 남겨주는 가냘픔이 좋다. 남성의 성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끈적끈적하고 조

용한 음색, 그리고 여성의 성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함과 청아함 그리고 섹시함이 좋다.

내 앞에 남아있는 그날 하루의 일과와 맞서싸울수 있는 용기를 부여하고 나를 도닥거려주며 은근히 도와

주는 이 시간과 대중가요가 좋다. 가슴을 트여주는 시원하고 맑은 아침만의 공기와 사람들의 눈가에 은은

히 감도는 아침 특유의 졸림이 너무 좋다. 그시간의 그런흐름에 천천히 발맞춰가는 내가 정말좋다.

그 시간이 좋다. 1분이라도 오래 살아서 그 시간을 음미하고 싶다. 그 시간이 너무나도 좋은 나머지 그 시

간이 끼여있는 나머지 모든 시간이 좋아졌다. 그시간 이전에 존재했던 혹은 이후에 존재할 모든 시간들이

좋다.

귀에서 이어폰을 뺀다. 그러면 세상에 내던져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난 ... 이 세상이 싫다. 각박한 인심과 지저분한 풍토, 나이갚 못하는 어르신들과 제 잘난맛에 살아가는 꼬

맹이들, 서서히 세상에 물들어가는 학생들과 그 '염색'을 촉진시켜주는 선생들... 난 이세상이 싫다.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이 세상을 사랑해버리는 나 자신이 싫다. 그 시간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어느새 세상까지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내가 싫다. 절대로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그 시간만 되면 세상을 사랑해버리는 내 자

신이 증오스럽다. 어쩔수 없는 바보일 뿐인 아라는 인간이 오로지 혐오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 이 세상은 내가 사라져 버린 후에도 계속 남아 주었으면 한다. 내가 계속 미워할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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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남발입니다 -_-.. 절대로 분량 많아보일려고 하는건 아니니까 뭐라고 하지 말아주시길;;

그냥 '보기 편하시라고' 엔터를 남발하는것 뿐입니다; 변명으로 들으셔도 상관없지만 -_-...

습작노트를 뒤지다보니 튀어나오더군요 -_- ... 내가 썼지만 .. 내가봐도 마음에 들길래 올려봅니다; 솔직

히.. 분량은 좀 ... 많이 작습니다; 슬프게도 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