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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에반게리온.. 레이...

2006.08.22 02:13

White*Wizard 조회 수:139

extra_vars1 (부제없음..수필인데 부제가 있을리;) 
extra_vars2 (..그냥 수필입니다..싸우자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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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레이...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소풍갔다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본

음악사에 걸려있던 에반게리온 포스터...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살았어요.

포스터처럼, 그 에반게리온 포스터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듯이, 없는 현실이 종이위에 펼쳐져있는데..

그게 어찌 그리 환상적으로 보였던지... ㅋ

그림한장만 넘기면 유리창인 것을.

우후후.. 후회는 절대 안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을요.

오히려 아직도 자랑스러운 걸요.

남들과 다른길을 택해 헐떡거리고 있으면서도.

이글을 보고있는 다른 누군가께 죄송해요.

이거 오기일지도 모르겠어요. ㅋ




저 나름대로 피곤하게 태어났어요.

환상을 보고 자라나야 슬픈거 잊고 밝게 살아갈 수 있을정도로.

에반게리온이 절 키웠어요.

에반게리온은 어떤 내용일까

어떤걸까.. 하면서 빈머리를 채워나갔고,

보면서 더욱 많은 걸 느꼈고,

본후에도 그 감명이 평생 남을 듯이...




저한테 학생때가 있었지요.

다들 공부해야 한다길래 공부했어요.

라이벌도 있었고, 동기도 있었죠.

제 첫사랑이 라이벌이었어요. 꼭 이기고 싶었거든요.

과학선생님이 그랬어요. 사람은 살다가 한번쯤은 공부에 미쳐봐야 한다고.

지금 나오는 한마디는 제 자랑이니까 귀담아 듣지 마세요.

저 학원에서 갑자기 두반을 월반하고 첫번째반 들어가서 유명인 됐어요.

(태어난 환경으로도 유명인 이었지만..)

그리고 생각했죠.

나는 미쳤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전 저를 뒤돌아 볼 시간도 가질 수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은 마구마구 달리더군요.

.
.

3때
.
.
학원 독서실에 제일 먼저와서 창문 다 열고 이제 자습시작 하려는데

이런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지금 왜 이걸하고 있지?'

아마 그게 계기였을거예요.

전 변하고 싶었어요.

제가 하고싶은 걸 찾고싶었죠.

그렇게 전 만화/애니와 만났습니다.



요즘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술자리에서..

"내가 너 고등학교때 부터 타락하는 걸 봐왔잖냐~ㅋㅋ"

네에, 고등학교 좋은성적으로 들어가서

전 만화를 했습니다.

높은성적에 미치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걸 찾았다는 게 좋았지요.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할까..


그래도 일단 해야겠다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들한테 수소문한 끝에 정식으로 애니메이션 학과에

들어갈 수 있는 방도를 찾았어요. 미술학원도 수소문해서 절 도와주실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제가 있는 위치에서..

그런데 어느날,
.
.

아니, 어느날도 아니네요.

점점 구체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해 알아보려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면

뒤질수록 애니메이션은 제가 원하는 것과는 다르더군요.

너무나 많은 수고가 필요하고 너무나 많은 장비가 필요했습니다.

돈은 당연한 얘기고요.

학과에 들어가서도 닥칠 일들이 산더미 같았지요.

우리집 사정에 그 많은 자재비는...?

누가 돈 줘서 보내...?

(집안 사람들과 싸우는 것도 지쳤었고)
.
.
점점 힘이 빠지더군요.

몸도 지쳐갔지요.

성적도 이제 유지가 아닌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실력은 제자리 걸음이고요.
.
.
모든 게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저도 서서히 지쳐갔습니다.


공모전밖에 역전할 기회가 없더군요.

4개월동안 자신과 싸웠습니다.

자는시간 아껴가면서요.

모든 사비를 털어서 정말 눈물이 날 만큼 열심히해서

원고를 냈어요. 10만원 들고 서울가서 출판사들어가서

사람들 만나서 원고냈어요. 31장짜리 원고를.


그리고 당당히 떨어졌습니다.

희망을 걸고 두번째를 노렸지만 역시 거기도 떨어졌어요.
.
.
그렇게 전 바보같이 고3 1년을 보내야했고

하루하루가 지옥같았지요.

만화한다고 별짓 다벌이다가 혼자 자멸한 기분이었어요.

남들 다 공부 하던 그때..

아직도 전 오기로 말합니다.

그 때 눈물난 거 후회 안 한다고.

후회 안해요. 앞으로도 그럴거구요.
.
.

전 아직도 그때 1년간 겪었던 사건-사고들의 후유증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실은 만화그리기가 무서워요.

요즘 소설도 겨우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해볼려구요.
.
.

그리고 오늘, 조용히 제 카페에 바탕화면 게시판에 어떤 이미지를 올리면 좋을까..

하다가 가만히 제가 아주 오래전에 퍼온 에반게리온의 레이 이미지를

보고 제 지나간 날을 생각해봤습니다.

모든게 에반게리온으로부터 시작됐지요.


그런데 아직도 레이는 컴퓨터 픽셀로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서 무표정하게

변해버린 저를

변함없이 바라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