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짧은 단편]곰 이야기에 대하여 -writen by AuRa

2006.07.30 20:54

yihari 조회 수:265

extra_vars1 복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extra_vars2 120582-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그녀는 아까부터 지루한 표정으로 발렌타인이 든 잔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지루하다는 모습을 그녀는 그런식으로 표현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슬며시 살피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곰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해 줄까? "
그제서야 제대로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너의 집에 가게 해주는 거야? "
"일단 얘기 먼저들어 보고 생각해 볼께. "
어지럽게 빙글거리던 잔이 제자리에 놓여 졌다.
나는 한번 숨을 고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건 어느 이름 모를 곰에 대한거야. 그러니 곰이 어쨋다느니 곰이 어느 종
이라고 말하면 곤란해져. 그냥 단순한 흔한 곰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어린 곰이야. "
"알았으니까 어서 말해봐. 내가 그런 것에 왈가불가하는 타입이 아니라는건
네가 누구보다 더 잘 알잖아. "
"좋아, 그럼 시작한다. "
발렌타인도 생각보다 진지하게 내 말에 귀를 기울었다.
"어느날 어린곰이 살고 있었어. 그 곰은 말이야 먹는 일에 상당한 즐거움을
부여하는 곰이지. 그리고 음식 만드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는 곰이고.
그러던 어느날 곰이 마을로 내려갈 일이 생겼는데 근처 음식점에 드르게 되
었어. 그 음식점은 주방이 오픈된 음식점인데다가 주방장이 음식 만드는걸 훤
히 볼 수 있게 되있어서 곰은 유심히 주방장이 하는 모습을 살펴 볼수 있었지.
그러다가 문뜩 주방장이 한 손으로 계란을 깨는 모습을 보고 감격해 하며
'아, 저런 것도 있었구나.'하고 생각했어. 왜냐면 곰은 지금껏 두 손으로
계란을 깨왔던 터였거든.
그런 곰에게 한 손으로 계란 깨기는 신기로울 따름이지. "
그 즘에서 말을 끊고 고개를 좌로 돌러 몇 번의 기침을 했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재촉 했다. 분명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아 용기내 얘기를 끝까지 이었다.
"그래서 곧 바로 계란 한 판을 집으로 사와서 후라이펜을 달구기 시작했어.
그리고 아까 주방장이 그랬듯이 아주 우화하게 계란을 들고 한 손으로 깨기
시작했어.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해. "
"왜? 계란에 병아리가 나왔어? 아님, 계란이 제발 살려달라 했던거야? "
"..... 아니...그럴리가 없잖아. "
나는 말이 끊겨 한동안 의기소침해져 발렌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이봐,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 하잖아.그것이 예의라고. 알았어 얘기 도중
에 말을 안 끊을께."
나는 못 이긴척 비로서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곰은 한 손에 계란을 들 수 없는거야. 이유는 당연히 곰 발바
닥이니까. 왜 있잖아. 털이 수북히 쌓인 넉접하고 무식해 보이는 손. 그 손
으론 도저히 계란을 한 손으로 잡을 수 없는거야.
그래서 계속해서 노력해 봤지만 번번히 둥글디 둥근 계란은 손에서 벋어나
서 바닥에 떨어져 버렸지. 한 수십번을 했을까. 바닥은 온통 흰자와 노른자
로 범벅이 되었고 어린 곰은 후라이펜을 부여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어.
'이게 내 손이란 말이야. 이게 곰 발바닥이라구.'라고 자신을 한탄하며 말
이야. "
그녀는 까르르 웃고는 내 어깨를 쳤다.
"합격."
"근데 그게 전부야? "
"응... 그 뒤로 곰은 그냥 곰으로 돌아 갔거든."
"귀엽다. 그 곰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
귀를 기울이던 발렌타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곰을 위로 하러 갔을 테지.
우린 마지막 잔을 비우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던 중 한 조그만한 갈색 곰이 근처 닭장에서 몇개의 계란을 훔치며 달아나는 걸 유연찮게 보게 되었다.
아직도 그 곰은 계란깨기에 미련을 버릭지 못 했을까?
혼자서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