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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그러니까 너도 살아

2006.05.27 20:43

misfect 조회 수:257

extra_vars1 NHK에 어서 오세요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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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내용 누설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주의를 요망하는 바입니다.

그리 잘쓴 것도 아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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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의 삶에서, 나는 어렴풋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러니까 너도 살아> - NHK에 어서 오세요.

예전 수필 분야 서적 중에서 ‘그러니까 너도 살아’라는 제목이 달린 일본 서적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인생 밑바닥까지 추락한 개인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이를 극복해나가고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위치에 올라 과거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을 카운슬링해 줄 수 있게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라는 이야기라고 정리는 해두고 있다.
그 책이 나온 지도 벌써 몇 년이 흐른 걸까. 이후로도 한참동안 이와 유사한 글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조금 사그라졌지만, 서점에 가보면 여전히 용기를 북돋거나 동병상련의 정서를 호소하는 책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한 권의 책을 선택한 것은 사실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NHK에 어서 오세요>는 히키코모리 액션 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아도 나로서는 대답할 수 없다. 히키코모리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의 장르는 제쳐 두더라도, 이 글이 액션이라고는 죽어도 말 못할 것 같다. 뭐, 술과 마약에 취해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것이 액션이라고 한다면 굳이 목을 매어 가며 부정할 생각 없지만. 하지만 이 책을 위에서 언급한 ‘그러니까 너도 살아’와 같이 이야기하는 이유를 저런 거창한 타이틀과 연관시켜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둘을 같이 묶어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NHK에 어서 오세요(이하 NHK)>역시 어떠한 극복과정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일그러지고 망가진다. NHK의 주인공 역시 어떤 계기를 통해 대학교를 중퇴하고, 현재는 속된 말로 ‘방 안 통수(대충 방구석 폐인이란 표현과 비슷한 의미와 센스를 가지고 있는 어휘인 듯하다)’가 된지 4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겨우 3평짜리 자취방에 자리를 잡고 1주일에 1번이나 외출해 컵라면이나 필요한 이런저런 것을 구매하면서 생활해가고 있다. 본인은 결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상당 부문 주인공의 피해 의식이 계기가 된 듯하다. 주위의 우연한 시선까지도 자신을 보고 기분나빠하고 혐오하는 시선으로 이해하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피해 의식 말이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주변 사람들의 문제들까지 연계되면서 점점 무게가 실린다.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집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도 끊긴다. 고등학교 때 동경했던 선배는 연약한 정신의 소유자로, 결혼을 앞두고 불안해하고 있다. 우연히 옆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배 녀석은 왕따에 시달려 얼마 전부터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않고 애니메이션이나 야한 게임에 파묻혀 있다. 결국 이 후배로 인해 주인공은 스스로 히키코모리에서 로리콘 히키코모리로 다운그레이드된 사실에 좌절한다(좌절이라기 보단 OTL에 가깝다). 주인공이 만난 여고생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울한 가정 사정 때문에 자기 비하와 비관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 각자는 아르바이트를 시도한다거나, 에로 게임을 만들거나, 상대를 카운슬링 해주면서 나름대로 극복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고, 바람직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술이나 합법적인 약품의 조합에 취해 방바닥을 긁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혹은 각자 소통을 시도해간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다시 새로운 계기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계기는 이전처럼 상황을 악화시키는 계기는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개선시키는 계기로서 작용하게 된다. 결혼한 선배는 결국 행복해졌고 아이까지 낳았다. 후배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회에 폭약을 선사하려고 하지만 한계를 느끼고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억지로 나간 맞선에서 상대에 반한다. 그리고 여고생과 주인공도 서로 이런저런 소통을 해나가다가 결국 한쪽은 대학 진학으로, 다른 한쪽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 발짝 앞으로 내딛게 된다.
특히 주인공과 여고생의 계기는 특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계기 이전에 서로가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고, 그것이 여고생의 자살 시도라는 계기를 통해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죽지 않고 살아가자는 계약으로, 이것이 다시 각자의 삶을 한 발짝 진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들이 성장하게 된 계기, 즉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한 계약은 ‘그러니까 너도 살아’식의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였다고 생각한다. 단, <그러니까 너도 살아>가 이미 이를 극복한 사람이 위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하향식 메시지였다면, <NHK>에 나온, 서로의 목숨을 인질로 하는 계약은 동일한 입장의 두 사람이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식의 메시지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볼품없는 감상을 풀어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1주일에 3일 가량은, 관심 있는 신간 서적이 나오지 않는 한 식사 시간 이외에는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는 상태다. 나머지 4일도 겨우 그날 든 수업만을 듣고 곧바로 집에 되돌아오는 게 전부다. 언제 은둔형 외톨이가 된데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알량한 책임감과 주위 시선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탓에 하루하루 겨우 세상과의 가는 실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NHK를 줄곧 읽으면서 묘한 공감을 느끼고, 그것이 혹시 지금의 내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는 의미가 아닐까, 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는.
그래도 NHK를 읽으면서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결국 어떤 상태이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에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스트 컷이라는 용어가 있다. 커터 칼로 손목을 긁어 상처를 내는 행동. 한때는 정말 유행했었고, 주로 여중생이나 여고생들이 해 보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실제로 죽을 정도로 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으리라. 결국 이 사람들이 지금도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리란 것을 생각하면, 역시 사람은 어찌됐건 살 수밖에 없고 살 수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뜨끔한 점도 있다. NHK의 주인공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된 계기는 결국 그들이 끊임없이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소통을 계속해온 것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속담에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한다. 결국 노력 없이는 계기란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은 상당히 게으르고 태평하며, 어찌 보면 현실은 볼 줄 모르면서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해서 고민이 된다.
어쨌건 일단 노력은 해 보자, 라는 게 결론이 아닌가 싶다.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마이크 없이도 여러 사람 앞에서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보자. 그러다보면 계기는 아주 우연히 찾아오게 될 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조금 생활하는 것이 즐거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NHK가 이야기하는 것은 비단 내가 언급한 내용 정도가 아닐 것이다. 나 스스로 왜곡시켜 받아들인 점도 있고, 임의로 이야기하지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독자와 책이 서로 소통해서 만들어낸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론이라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찌됐건 정리를 해 보자.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NHK는 어떤 소설입니까?”
좋은 소설이라느니, 추천작이라느니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리라. 하지만 그 다음에 그 사람이, 어떤 점이 좋냐, 라고 묻는다면 사람마다 대답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나라면, 조금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하게 될 것이다.

- 어떠한 계기로 인해 비참하게 된, 그러나 서로의 노력이 부른 또 다른 계기를 통해 이를 극복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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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써봐야겠다는 위기의식 탓에....라기보단 재미있게 읽어서겠죠..
암튼 혹시 볼지 어떨지 주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적절히 생각하셔서 보시길. 평을 물으시면 괜찮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