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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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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프롤로그. 내 주변의 모든것에 대한 이중성-


 


익숙한 것들은 늘 편하게 느껴진다.


자주 입는 옷,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


분명 그들도 처음엔 낯설었을텐데 난 그 낯섬을 어떻게 극복해온걸까?


어쩌면 그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에게 맞춰가려는 노력이었을까?


 


모든 것들에 있어 처음부터 '익숙함'이라는 것은 없다.


 


그 낯섬이 익숙함으로 치환되는 것일 뿐.


 


혹은


 


그 존재에 낯섬과 익숙함이 병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익숙함. 그 안의 편안함과 무의식적인 동화.


 


낯섬에 대한 불편함과 보이지 않는 거부감.


 


 


 


제 1절. 데자뷰


 


deja vu


기억의 오류의 특수한 형태로, 지금 보는 것은 전부 과거의어느 떄에 체험한 것과 같으나 그것이 언제였던가를 알지 못하는 의식.


 


 내 앞에 펼쳐진, 아직 미시의 이 광경이, 마치 어디에선가 본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이질적이면서도 동질적인 기시감.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내가 반드시 해야하는-일종의 소명의식과도 같은-느낌이 드는 때.


 


 그리고, 낯선 얼굴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그 느낌.


 


 never seen, but already seen.


 


 나도 모르게 내 몸을 엄습하는 그 이질적인 기시감에, 순간 전율을 느끼고, 이내 반가워졌다가 다시 무감각해져버린다.


 


 처음 본 사람에게서, 처음 본 거리의 풍경에서, 나는 익숙함을 느끼지만, 실제적인 그 낯섬으로 인해 다가가기를 주저한 적이 몇번이나 있었는가!


 


 어쩌면 나는, 그 막연한 기시감을 찾기 위해서, 오늘도 낯섬을 익숙함으로 바꾸려, 계속 사유하는지도 모른다.


 


 슬프다. 익숙한 느낌에도, 단지 낯섬때문에 주저하는 그 모습이.


 


 


제 2절.자메뷰


 


jamais vu
기억의 오류의 특수한 형태로, 지금 보는 것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라고 느끼는 의식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매일 다니는 길에서 길을 잘못들어간다.


 


 일상적인 언어에서 낯섬을 느낀다.


 


 현실과 해리된, 그 고도의 추상 속에서, 익숙함의 낯섬을 느낀 나는 온 몸을 덮치는 그 섬뜩한 공포에, 주저 앉아 가만히 떨고만 있다.


 


사람들은 평범한 것을 낯설게 볼 떄 공포를 느낀다.


나 역시도 너에게 공포를 느껴.


 


너를 특별한 것으로 볼 때, 그 순간 너는 낯설어지고 말아.


그래서 나는 내 일상의 평범함인 너에게 공포를 느낀다.


 


 평범의 비 평범화


 


평범이라는 너의 이름이 문자 그대로 '낯설게 느껴질 때"


 


더욱 무서운 건 너가 아닌 나야.


 


내가, 나 자신이 낯설어진다는 것.


 


샤워하면서, 김 서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도 낯설어 순간 오한이 엄습한다.


 


무릎에 생긴 상처가 마치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다.


 


내가, 나 자신이 무서워진다면, 남이 보는 나는 얼마나 무서울까?


 


낯설다는 그 두려움.


 


순간의 그 무서움에 샤워기를 틀어 거울안에 나를 지운다.


 


흐르는 물 때문에 거울에 비친 내가 스르륵 녹아내리는 듯.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나는 입술을 깨물고


 


웃었다. 미친듯이...


already seen but never seen.


 


슬픈가?


 


 


제 3절. 도플갱어


 


ㅡ또 하나의 나를 만나는 시간ㅡ


 


 가끔은, 내 자신이 객관화되어, 영혼을 담고있는 육체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객관화된 나의 모습은 내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을 한 인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려움의 대상이다.


 


 순간의 동경과, 분노. 그러나 이내 슬퍼진다.


 


 두개, 혹은 그 이상의 자아가, 내 本自我를 파괴하려 할때, 그저 나는 그 파괴에 저항하지 못하고, 나를 내맡길 뿐이다.


 


 오토스카파. 자기상 환시.


 


 그 실재조차도 의심스러운 또 하나의 나에게서, 나는 달아나지도 못하고 숨어만 있을 뿐이다.


 


 가장 신뢰하여야 하나, 가장 의심스러운 '나'


 


 나는, 나에게서 데자뷰와 자메뷰를 동시에 느낀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익숙함과 낯섬.


 


 어쩌면 나는, 단지 의식세계속에 도플갱어가 아닌,


 


 실제로 어딘가 존재할 나의 도플갱어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익숙함과 낯섬을 찾아서.


 


 


Epilogue


-에필로그, 그러나 아직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반가운 빗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들리는 빗소리에 차에서 꼬박꼬박 졸다가 꿈도 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꿈속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느덧 높은 건물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에서 나오는 익숙한 안내방송에 순간 놀라 잠을 깬다.


매일들어 익숙해질것같은 그 기계적 안내방송의 낯섬.


 


차창밖으로 보이는, 매일 지나는 한강의 풍경에서, 동작대교를 처음으로 지나던 그 느낌이 새삼스럽게 되새겨지면서, 매일 지나치는 그 익숙함과 처음의 낯섬이 병합되면서, 내 주변의 시간과 공간이 멈춘다.


익숙함


낯섬


 


너무나도 익숙한 이 두단어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때.


 


오늘도, 내 익숙함 속에 낯섬을 향하여


그리고 낯섬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이야기에 끝을 맺을 수가 없다.


 


다가올 새로운 '낯선' 일들에서의 '익숙한' 반가움을 기대하며


 


오늘 밤. 행복한 잠을 청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