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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긴 하루...

2007.01.18 10:31

-SoLaR- 조회 수:183

extra_vars1 학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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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져 갔다.


 


 저 암흑의 구렁텅이가 멀어졌다.


 


 아니 내가 나가고 있다.


 


 - 딴~ 따라라란 딴 딴 딴!


 


 매일 아침 듣게되는 저주스럽고 증오스러운 멜로디..


 


 나를 편안한 무지의 세계에서 뛰쳐나오게 하는 모닝콜 소리다.


 


 그 소리를 용기삼아 내 영혼은 육체를 밀어올렸다.


 


 " 신나는 음악도 매일같이 시달리면 짜증스러운 음악이 되는군.. "


 


 이불을 살포시 걷어 내고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아서 인지 침대 저편의 창문은 시커멓다.


 


 다시 저 세계로 빠져들고 싶어... 다시.. 쓰러질..


 


 " 밥 먹을꺼지? "


 


 엄마다. 엄마의 목소리다.


 


 쓰러져가는 육체를 일으킬 힘을, 내 영혼은 다시 얻었다.


 


 터벅 터벅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앞에 섰다.


 


 부스스한 머리, 반 쯤 감긴 눈, 말라붙은 입술


 


 어푸 철썩 어푸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찬물이 내 의식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쏴아아-


 


 이번엔 샤워기에서 뿜어 나오는 저, 따뜻한 물이 상처받은 의식을


 


 어루만져 준다.


 


 트랙터가 지나간 듯한 까까머리를 부슬부슬 문지르고 행구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상에 앉아 내 육체를 기동시킬 활력들을 얻는다.


 


 치카치카


 


 매운 맛이 입을 자극한다. 맵지 않고 상쾌한데?


 


 기운이 난다! 무거운 가방을 가볍게 들고 오늘 하루의 계획을 짠다.


 


 " 수1.. 수2.. 음, 이건 숙제던가..? "


 


 철컥.


 


 " 다녀오겠습니다~ "


 


 속옷, 바지, 목티, 재킷, 파카, 장갑.


 


 도구의 도움을 받아 내 육체는 영혼을 보호한다.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귀 끝을 스친다.


 


 부르릉- 버스다. 버스 안은 따뜻했다.


 


 교실엔 이미 많은 친구들이 와있다.


 


 " 그 거침없이 로우킥~ 에서.. "


 


 " 2시간 노가다했는데.. 허탕.. "


 


 모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침묵한다.


 


 전 날의 피곤을 여기서 푸는 녀석들도 있다.


 


 담임선생님이다. 조례인가. 어?


 


 1교시가 끝나있네. 아마 나도 졸음이란 이름의 안식에 빠져들..


 


 " 진현아! 매점가자! "


 


 부모님께서 주신 돈이 우리의 입으로 사라져간다.


 


 쇠 맛이 나는가?


 


 아니 우정의 맛이 난다. ㅋㅋ


 


 " 아! 한 입만 줘.. 매너해.. "


 


 이런 놈들에겐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라 식후경도 구걸후다.


 


 2교시엔 제대로 해볼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방학보충엔 교재도 없다. 온니 필기.


 


 나는 열심히 필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꿈을 꿨다.


 


 으.. 뭔가 문제가 있어. 내 영혼이 빠져나간건가.


 


 어? 난 왜 식당을 향해 가고 있지? 아 점심시간인건가.


 


 3교시엔 국어를 4교시엔 수학을 공부했었지..


 


 자습시간에 복습..아니 공부해야겠다.


 


 급우들과 식사를 하고 얘기를 하고 산보를 하며


 


 교실로 향했다. 학교가 산 위라서 좋긴하다.


 


 사각사각대는 소리가 고요히 깔린 자습시간에 눈을 감으면


 


 저 멀리서 산새의 울음소리와 나뭇가지가 부딪치는 소리..


 


 운동장에서 야구부가 기합넣는.. 엉?


 


 자습시간엔 자율적으로 자다 공부하다..


 


 딴딴한 나무책상 위에 부드런 종이, 잉크. 그리고 내 안경.


 


 나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하면서도 내겐 가장 원망스러운


 


 지식전달을 위한 책을, 읽는 것도 아니라 공부하고 있다.


 


 읽는 것은 삶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공부는 시험을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대학, 직업을 위해 하는 것이다.


 


 길었던, 길 것같았던 자습시간은 어느새 과거, 경험이 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면 티비가 켜져있고 동생이


 


 그 것을 바라보고 있고 엄마는 설거지를 덜그덕거리며


 


 하고 있다. 그리고 내 눈엔.. 환한 형광등 빛이 들어오고..


 


 또 다른, 컴퓨터의 빛이 들어온다.


 


 나는 여기서 세상과 연결된다. 공부하지 않는다. 자유다. 한다!


 


 아쉬운, 하루가 지났다.


 


 나는 다시 내일을 위해 어둠으로 기어들어갔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하루가, 길 것같다가 짧아진 하루가 되겠지.


 


 


 


 


 


 


 


 


 


주절주절.. 잘래요. >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