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_vars1 | 바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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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람이나 쐴 겸 시내를 잠시 걸어 다녔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아스팔트 정글의 인조 공기가 코를 찔렀다. 도시는 정글과 매우 흡사하다. 땅을 덮은 붉은 땅은 시꺼먼 타르로 포장된 도로이고, 정글을 빽빽하게 덮는 나무는 크고 작은 빌딩들이다. 작은 빌딩은 덤불이고, 큰 빌딩은 삼나무겠지. 저기 있는 편의점은 가시덤불이 될 테고 그 맞은편에 우뚝 서 있는 크고 길쭉한 빌딩은 세퀘이아쯤 될까? 나무에 이리저리 걸쳐진 넝쿨줄기는 역시 어지럽게 꼬인 전깃줄들과 회색 전봇대들이겠지. 거인 빌딩, 땅꼬마 빌딩, 고무 넝쿨줄기들과 딱딱하고 거칠거칠한 표면의 회색 땅이 하나의 잿빛 카노피를 만들어낸다.
인공 숲의 타잔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지고 거리를 누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토록 정글과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한가지가 있다. 바로 공기. 숲의 공기는 평온하고 정글의 공기는 부드럽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만든 인공 숲에선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일까. 나무는 사람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낸다던데, 이 잿빛 숲의 나무들은 산소를 잡아먹고 시꺼먼 연기를 꾸역꾸역 뱉어낸다. 생긴 것은 숲과 흡사하면서도 왜 공기는 숲의 공기와 전혀 다른 것일까, 사람들은 인조 정글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숲의 공기는 만들어 내지 못 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왜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어하는 욕심쟁이 먹보처럼 맑은 공기를 만들어내는 진짜 숲을 야금야금 집어삼켜 가면서 까만 공기만 뱉어내는 자신들의 빌딩 숲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오른 빌딩들을 보다 보니 갑자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 사람들은 전부 한가지 언어로 말을 했다고 한다. 말이 같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의견 일치가 쉬웠는지 어느 날 힘을 합쳐서 거대한 탑 한 개를 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스운 것이 그들은 스스로를 신의 창작물이라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신과 동급이 되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신들이 하늘에 살고 있으리라 믿고 하늘을 찌를 만큼 큰 탑을 만들어 신과 같은 세상에 존재하고 싶어했지만 신은 그들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주었던 한가지 언어를 빼앗고 여러 가지 다양하고 복잡한 언어를 주어서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알 사람이라면 알 만한 이야기겠지.
어쨌건, 어디선가 들어봤던 그 이야기를 다시 끔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끝없이 치솟아 오르는 빌딩들을 보고 신은 다시 이 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을 빼앗고 또 언어를 섞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많이 바뀔까? 그 바벨탑처럼 거대한 탑들은 무너지고 그와 함께 이 잿빛 숲 역시 무너질까? 그렇게 된다면, 번쩍거리는 유리로 뒤 덮인 고층빌딩이나, 매연을 뿜어내는 건물들 역시 사라지겠지. 그것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엔 부드러운 땅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 역시 언젠가는 닳아 없어지고,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할 테지. 잿빛 숲은 그 존재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초록 숲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할 테고. 그렇게 된다면 인간은 한번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그땐 잃어버린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까?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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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넬
2006.11.21 00:02
설마 이게 끝? 아니겠죠? 더 있죠???|+rp2+|10519|+rp3+|fiction_yeonjea -
Evangelista
2006.11.21 00:04
웅 끝이 약간 애매한 거 같긴 해도 전체적으로 수필적 기교와 요소는 잘 포함하고 있는 거 같아요.
건필>_|+rp2+|10521|+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0:09
지적이랑 리플 감사해용 >_ |+rp+|10521|+rp2+|10522|+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0:10
단편. |+rp+|10519|+rp2+|10523|+rp3+|fiction_yeonjea -
다르칸
2006.11.21 02:17
저 같은 녀석이 무슨 평가를 내린다는 게 우습겠지만, 전체적으로 자조적인 분우기를 깊게 풍기고 있는 것 같아요. 첫 문단에서 도시의 풍경을 서술하고 도시의 문제점을 발견한 뒤에 특정한 결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벨탑 이야기와 언젠가 현대의 인간들도 바벨탑이야기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은연 중 기대감이 묻어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강하게 신은 인간을 버릴 것이다 라는 결말이 아니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라는 어중띤 마무리 때문에 정작 이 글에서 유도해내려고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내기가 난해해졌습니다. 장르로 본다면 중수필이기 보다는 경수필에 가깝네요
건필하셔요 ~ |+rp2+|10525|+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2:20
감사해요~ |+rp+|10525|+rp2+|10527|+rp3+|fiction_yeonjea -
시라노
2006.11.21 02:33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 음 신선한 공기를 주입받고 싶어지는 글입니다[응?]|+rp2+|10529|+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4:44
하긴 요즘 하늘이 너무 뿌옇죠. |+rp+|10529|+rp2+|10545|+rp3+|fiction_yeonjea -
래그래갈
2006.11.21 05:18
.ㅇ ㅅㅇ.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겠습니다.ㅇㅅㅇ)/|+rp2+|10546|+rp3+|fiction_yeonjea -
또또님
2006.11.21 05:26
바벨탑이라.. 바벨탑은 인간의 욕심이 만든 산물이라 하죠. 어쩌면 저 높은 빌딩들이 바벨탑이 아닐까 하는 그런식의 말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기억되내요.|+rp2+|10547|+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5:30
후후, 인간 과학의 발전은 양날의 검이에요. |+rp+|10546|+rp2+|10548|+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5:31
제 글의 메세지가 그것이었습니다. 바벨 = 빌딩. 오염되가는 환경. |+rp+|10547|+rp2+|10549|+rp3+|fiction_yeonjea -
초요
2006.11.21 07:09
결과적으론 지향점의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저 공간의 지향점 없이 한계로만 다다르고 있는 건물들은 정말 뭘까요. 이미 물리적 한계라는 것을 모르고 성장해가는 이론과 같이 멀대처럼 커져만 가는 빌딩은 정말 닮앗습니다. 과학이라는 틀 속에 낱낱히 파헤치는 것보단 그저 자연을 자연이라고 볼 수 있는 시대를 저도 원합니다. 후우..|+rp2+|10550|+rp3+|fiction_yeonjea -
갈가마스터
2006.11.21 07:10
바벨탑과 마천루, 역시 그것들은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함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여운이... ㅎㅎ 어쨌든 바벨탑과 현대 마천루의 비유가 절묘하군요.
그런데에에에에에....... 짧다!!!! 좀 더 오르가즘에 닿고 싶은 아쉬운 마음이~~~~ 뽁하고 뭔가 빠진 기분이 들어요. 예를 들어 마천루로 둘러싸인 인조 숲과 무너진 바벨탑에 대해 작가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생각과 거기에서 받은 깨달음의 과정을 좀 더 추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군요.|+rp2+|10551|+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7:10
왠지 카우보이 비밥의 테디 보머가 생각납니다 ㅇ.ㅇ;;; |+rp+|10550|+rp2+|10552|+rp3+|fiction_yeonjea -
Mr. J
2006.11.21 07:11
의견 감사해용~ 쪽 |+rp+|10551|+rp2+|10553|+rp3+|fiction_yeonjea -
청량요플레
2006.11.21 10:35
소설이라기보단 일단 수필이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아마 3대 조건인 인물, 사건, 배경이 미약해서 그런 듯 합니다.
일단 글을 읽을 때의 느낌도 수필이었습니다.)
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퇴폐를 다루셨나요?
제가 좋아하는 소재중 하나네요. 'ㅡ'/
인간 정말 몹쓸 동물이에요.
하지만 그거 없으면 재미없죠.
나랑 전혀 다른 생명체들만 지구에 있으면 난 재미없어요.
아니 아무 것도 못느끼나?|+rp2+|10560|+rp3+|fiction_yeonjea -
청량요플레
2006.11.21 10:35
우왁, 얘기가 살짝 새버렸어! |+rp+|10560|+rp2+|10561|+rp3+|fiction_yeonjea -
소엽
2006.11.21 17:52
도심지에 나가면 아주 죽어버릴 듯이 숨이 막혀오죠... 산소가 필요해... (이영애씨~!!!우어~!!)|+rp2+|10569|+rp3+|fiction_yeonjea -
Evangelista
2006.11.21 20:19
이영애 얘기는 하지도 마삼...
군에 있을 때 밤 새도록 작업하는데 지통실 TV에서 에어컨 광고하러 나와가지고는
"너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도발하냐? |+rp+|10569|+rp2+|10570|+rp3+|fiction_yeonjea -
뚜루루
2007.01.27 14:51
ㅎㅎ 밤에 쓴 글 같아요. 모두가 잠든 새벽에 ㅎㅎ|+rp2+|13200|+rp3+|fiction_yeonj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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