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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소거법

2007.08.10 15:09

Rei 조회 수:64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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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법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세상에 자기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뒤엉켜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소년은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 지워버리면 좋아하는 것만 남겠구나!’


소년은 기뻐하며 그 때부터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지워도, 지워도 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언젠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남게 될 미래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싫어하는 것들을 지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충치, 진흙, 망가진 장난감, 아침에 깨우는 소리...


소년이 닥치는 대로 싫어하는 것을 지워 가던 중 어느 순간 싫어하는 것들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꿈이 한 발짝 다가갔다고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싫어하는 것들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이 점점 줄어들수록 좋아하는 것 사이에 숨어있는 싫어하는 것을 찾아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소년은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지우지 않도록 조심, 조심 싫어하는 것을 하나, 둘 찾아내어 지워갔습니다.


때로는 며칠간, 때로는 몇 달, 일년, 이년


고민의 기간이 점차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이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 남게 되었을 때


소년은 주저 없이 그것을 지워 버렸습니다.


마침내 모든 싫어하는 것을 지워 버린 소년은 기뻐 하려했지만, 소년은 기쁨도 지워 버렸습니다.


소년은 자신이 왜 그것을 지워 버렸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기쁨이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워 버렸다는 결론 밖에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되었을 때


청년이 된 소년은 이미 자기 자신 말고는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청년이 된 소년은 자기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청년이 된 소년은 자기 자신을 지워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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